
[스포츠춘추=창원]
가을야구 승리의 3대 요소. 미친 선수+홈런+실책이 전부 나온 경기였다. NC가 19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1차전에서 서호철의 맹타와 홈런 세 방, 두산의 치명적인 실책에 힘입어 14대 9로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 초반은 두산의 의도대로 흘러갔다. 이승엽 감독은 경기 전 “곽빈이 초반을 잘 막아주고 타선이 선취점을 내서 곽빈을 편하게 해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말했다. 이 감독의 기대대로 두산은 1회초 1사 2, 3루 찬스에서 양의지의 내야땅볼로 선취점을, 2회에도 김인태의 2루타로 추가점을, 3회엔 호세 로하스가 솔로포를 날려 3대 0으로 앞서나갔다. 그사이 선발 곽빈이 첫 3이닝을 1안타만 내주고 실점 없이 막아 두산 쪽으로 승리가 기우는 듯 보였다.
그러나 4회 들어 경기가 급격하게 NC 쪽으로 향했다. 곽빈의 구속과 구위가 갑자기 4회 들어 뚝 떨어지면서 NC가 2아웃 만루 찬스를 만들었다. 두산 벤치가 한 차례 마운드를 다녀갔지만, 서호철이 1-1에서 몸쪽으로 말려들어 오는 빠른 볼을 잡아당겨 그대로 좌측 담장을 넘겼다. 4대 3으로 경기를 뒤집는 만루홈런. 이어 김형준도 슬라이더 실투를 잡아당겨 만든 백투백 홈런으로 5대 3으로 달아났다.
두산도 그냥 당하고만 있진 않았다. 4회를 제외하고 매이닝 점수를 허용한 NC 선발 태너 털리가 5회에도 올라오자 여지없이 공략해 무사 1, 2루 찬스를 잡았다. 결국 NC 벤치도 이재학으로 투수교체. 그러나 두산은 양의지의 적시타, 이재학의 폭투, 강승호의 내야땅볼로 동점을 만들고 이재학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김영규의 연속 볼넷으로 이어진 2사 만루. 여기서 이승엽 감독은 좌투수에 강한 박준영 대타 카드를 꺼냈지만, 7구 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 역전까지는 가지 못했다.
5대 5 균형은 실책으로 깨졌다. 5회말 박준영 자리에 교체 투입한 우익수 김태근과 2루수 강승호가 마틴의 타구를 서로 잡으려다 놓치는 실책으로 무사 2루. 이영하가 삼진과 뜬공으로 2아웃까지 잡았지만 서호철 타석에서 던진 4구째가 폭투가 되며 3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최근 구위가 올라온 이영하를 투입해서 실점 없이 버티려던 두산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순간이다.
류진욱이 강력한 구위를 앞세워 한 점 리드를 유지하던 NC는 7회말 공격에서 추가점 찬스를 잡았다. 2사 만루에 이번에도 서호철 타석. 서호철은 이번엔 좌익수 뒤로 넘어가는 2루타를 날려 주자 두 명을 불러들였다(8대 5). 역대 와일드카드 한 경기 최다인 6타점 경기를 완성한 장면이다.
8회초 실책으로 한 점을 허용한 NC는 2사 3루 양의지 타석에서 마무리 이용찬을 투입해 추가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두산의 추격을 막아낸 NC는 8회말 공격에서 김형준의 이날 두 번째 홈런 포함 4안타 4사구 2개를 묶어 6점을 추가, 14대 6으로 멀리 달아났다. 두산은 9회 2사 1, 3루에서 박지훈의 내야안타와 정수빈의 3루타로 3점을 따라붙었지만 거기까지였다.

*초반 열세를 딛고 대승을 거둔 NC는 이로써 다시 한번 와일드카드 4위 팀 불패 신화를 이어가게 됐다. 2015년 와일드카드 제도가 생긴 이후 올해까지 9년간 모두 4위 팀이 승리, 업셋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NC는 WC를 1차전으로 끝낸 역대 7번째 팀이 됐다. 또 NC의 이날 WC 승리는 2017년 이후 두 번째다.
*만루홈런을 날린 서호철은 역대 와일드카드 한 경기 최다타점 기록도 세웠다. 종전 기록은 두산 호세 페르난데스가 2021년 키움 상대로 기록한 5타점. 서호철의 정규시즌 한 경기 최다타점은 3타점(2차례)이다.
*NC는 오늘 14득점으로 프랜차이즈 역대 와일드카드 1경기 최다득점 기록을 다시 썼다. 이전 기록은 2017년 마산 SK 상대로 기록한 10득점. 역대 와일드카드 한 경기 팀 최다득점은 2021년 두산이 키움 상대로 기록한 16득점이다. 또 NC는 이날 3홈런으로 와일드카드 한 팀 최다홈런 기록도 다시 썼다. 종전 기록은 SK 등 세 팀이 기록한 2홈런이다.

*김형준은 오늘 2홈런으로 역대 와일드카드 결정전 한 경기 최다홈런 타이기록을 세웠다. 종전 2홈런 선수는 2017년 NC 정진기, 2018년 KIA 이범호다. 또 이날 김형준은 23세 11개월 17일에 홈런을 날려 정진기의 와일드카드 최연소 홈런(24세 11개월 25일) 기록도 갱신했다.
*두산 선발 곽빈은 3회까지 쾌조의 페이스였지만 4회 들어 급격하게 흔들리며 역전을 내줬다. 곽빈은 정규시즌 9이닝당 피홈런 0.50개로 125이닝 이상 투수 가운데 10번째로 홈런이 적은 선수였지만, 이날 백투백 홈런을 맞고 고개를 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