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1973년생 동갑내기이자 92학번 출신 ‘스페셜리스트’가 만났다. 이공계 출신의 ‘정치 스페셜리스트’ 김성원 국회의원(국민의힘)과 야구선수 출신으로 ‘좌타자 스페셜리스트’로 이름을 날린 차명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이사의 만남이다.
김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함께 수도권 최연소(만 42세) 국회의원으로 원내에 진출해 21대 국회 재선 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차 이사는 박찬호, 조성민, 임선동, 박재홍, 정민철과 함께 ‘한국야구 전설의 92학번’ 출신으로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 한화 이글스에서 좌완 불펜투수로 활약했다.
국회의원과 야구선수. 서로 섞일 일이 거의 없는 두 직업군의 만남이라 어색할 거란 걱정은 기우였다. 두 사람은 첫 만남부터 야구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우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야구계에서도 인정하는 '진짜 야구팬' 김 의원은 ‘선수 차명주’의 현역 시절 기억을 술술 읊으며 팬심을 자랑했고, 차 이사는 멋쩍어하면서도 반가움과 고마움에 연신 미소를 지었다.
‘야구’ 외에도 두 사람은 각자의 분야에서 ‘스페셜리스트’란 공통점이 있다. 김 의원은 국회에서 보기 드문 이공계 출신이다. 주로 인문계, 법조인, 언론인 출신이 대부분인 정치권에서 흔치 않은 환경-공학 전문가다. 이런 전문성을 살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를 지냈고, 최근까지 여권의 브레인인 여의도연구원장을 맡았다.
차 이사도 현역 시절 좌타자 때려잡는 스페셜리스트로 활동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3년 연속 홀드 부문 1위를 차지했고, 2013년 강영식에 의해 깨지기 전까지 최연소 600경기 등판(32세 11개월) 기록을 세웠다. 은퇴 후에는 SSL 연구소를 설립해 야구를 과학적, 학문적으로 접근했고 국민대학교 생체역학실 연구원과 차의과학대학교 스포츠의학대학원 강사로도 활동했다.
한 분야의 스페셜리스트에 안주하지 않으려는 마음가짐도 두 사람을 연결하는 고리다. 김 의원과 차 이사에겐 자신의 지식과 전문성을 활용해 더 많은 이의 삶에 보탬이 되고 싶은 꿈이 있다. 김 의원이 정치인이 된 이유이자, 차 이사가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다.
알고 보면 닮은 점이 많은 두 사람의 만남은 김 의원의 제안으로 이루어졌다. 야구를 비롯한 스포츠 현장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정책개발에 반영하고자 하는 당시 ‘여연’ 원장이던 김 의원의 의지가 색다른 만남으로 이어진 것.
두 사람의 대화는 야구 이야기로 시작해 스포츠 정책으로, 그리고 한국야구와 스포츠의 미래를 보는 통찰로 뻗어 나갔다.

“야구와 정치? 팀워크, 인성, 성실성이 중요한 게 공통점이죠”
김성원 의원(이하 김): 우리 처음 만나는 거죠?
차명주 이사(이하 차): 제 기억으론 처음입니다.
김: 사실 제가 야구광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TV 중계로 자주 봐서 그런지, 낯설지가 않아요. ‘좌완 스페셜리스트’ 차명주의 오랜 팬입니다(웃음).
차: 영광입니다. 김 의원이 오랜 야구 팬이란 건 야구계 전체가 잘 알고 있습니다(웃음). 야구를 표심을 자극하는 요소로 활용하려는 정치인을 꽤 많이 봤는데요. 김 의원님은 전혀 그런 게 아니라, 진짜 야구팬이라 '과연 어떤 사람일까' 늘 궁금하던 차였어요(웃음).
스포츠춘추(이하 춘): 정치인 김성원, 야구인 차명주가 만났습니다. 각각 정치, 야구계에서 오랜 시간 몸담고 계시는데요. 정치와 야구의 공통점이 있을까요.
김: 정치와 야구는 참 많이 닮았습니다.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게 팀워크잖아요. 정치도 그렇습니다. 구성원이 똘똘 뭉친 정당일수록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정책을 더 많이 만들어내죠. 변화가 필요할 땐 일사불란하고 빠르게 대응해야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고요. 인성이 중요한 것도 공통점이겠네요.
차: 제가 학생선수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게 바로 인성이에요. 인성이 실력보다 중요하다는 걸 항상 강조해요.
김: 인성은 성실함을 기반으로 합니다. 인성은 단단한 팀워크를 만드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하죠. 정치인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일 잘하는 건 인성 다음이에요. 자기 일에 모든 걸 쏟아내는 정치인이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지 않겠습니까. 팬이 그라운드에서 온 힘을 다하는 선수에게 응원을 아끼지 않는 것처럼요.
차: 공감합니다. 성실함이 꼭 최고를 꿈꾸는 이에게만 중요한 건 아니에요. 프로야구 선수라면 잘 나갈 때일수록 성실함을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최고의 자리에 오래 머무르려면 그라운드 안팎에서 거짓이 없어야 하죠. 늘 성실해야 해요. 그래야 오래도록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정치와 야구의 공통점이 하나 더 생각났습니다. 차명주 이사도 프로야구 선수로 생활하면서 선수만의 애환이 있지 않았습니까. 정치도 그렇거든요.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기쁨, 슬픔이 있죠. 정치인과 야구인은 애환을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는 게 참 많이 닮은 듯해요.

“내 전문성 활용해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정치-야구 스페셜리스트의 같은 꿈
춘: 두 분은 각각 정치, 야구계의 베테랑이지 않습니까. 국민과 후배들을 위해 끊임없이 애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차: 저는 프로야구 선수로만 살지 않았습니다. 은퇴 후엔 지도자, 사업가의 삶을 살고 있어요. 10월엔 한국 U-18 야구 대표팀 감독으로 2023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유스 베이스볼 월드컵에 도전했어요. 국민대학교 대학원에서 생체역학 박사 과정도 수료했죠. 스포츠 과학 연구소인 SSL(Sports Science Lap)을 설립해, 운동역학 데이터를 활용한 선수들의 퍼포먼스 향상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김: 선수 시절보다 더 바쁜 삶인 듯합니다.
차: 많은 걸 바라지 않습니다. 후배들이 지금보다 좋은 환경에서 운동하는 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어요. 야구를 비롯한 스포츠가 국민 삶 깊숙이 자리 잡는 데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건강보다 중요한 건 없잖아요. 선수 시절 차명주란 선수를 사랑해준 수많은 팬, 국민이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김: 자신을 응원해준 팬뿐 아니라 국민까지 챙기는 게 웬만한 정치인보다 훨씬 낫습니다(웃음). 제가 차 이사의 오랜 팬이라고 했잖아요. 저는 차 이사가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맹활약하기 전부터 팬이었어요. 데뷔 초기 선발 투수였다가 불펜투수로 역할을 바꾸셨죠. 팀에 더 큰 도움을 주고자 한 선택 아니었나요.
차: 저의 오랜 팬이어야 알 수 있는 걸 짚어주시네요(웃음).
김: 우리가 같은 92학번이기도 합니다. 차 이사가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명성을 떨친 데는 선발 투수로의 경험이 큰 역할을 했다고 봐요.
차: 스페셜리스트로 칭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바꿔서 제가 질문 한 번 드릴게요. 김 의원은 국회 산업통상자원벤처기업위원회 간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 김 의원 하면 환경, 기술 분야에서 전문성 있는 분으로 꼽기도 하죠. 국회에서 스페셜리스트로 꼽힌다는 건 어떤 의미입니까.
김: 제가 제21대 국회에 몇 안 되는 엔지니어 출신입니다. 공학 박사이기도 하죠. 제일 중요한 건 내가 가진 전문성을 국민의 삶에 어떻게 녹이느냐예요. 저는 국회에서 흔히 뵐 수 있는 인문학도나 율사 출신들과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곤 합니다. 좋은 기술을 어떻게 해야 경제적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적용할 수 있을지 가장 먼저 고민하는 거죠. 이 기술들이 국민의 삶에 혜택으로 다가갈 방법을 찾는 겁니다.
차: 은퇴 후 제 고민과 비슷한 듯합니다. 많은 야구인이 ‘평생 야구와 함께했으니 앞으로도 야구만 해야지’라고 해요. 저는 다릅니다. 야구인으로 쌓은 경험을 어떻게 하면 다른 이들의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드는 데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거죠.
김: 은퇴 후 다양한 경험을 쌓지 않았습니까.
차: 학생선수에게 운동만 가르쳐선 안 된다는 걸 느꼈어요. 제가 공부도 하고, 자그마한 기업도 운영해본 건 이 때문이죠. 문제는 현실의 벽이었습니다. 스포츠 정책이 따라주질 않으니 실현할 수 없는 게 한둘 아닙니다. 생각에만 그칠 수밖에 없는 거죠. 학생선수, 학부모, 더 크게는 국민에게 혜택이 갈 수 있는 게 참 많은데 저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김: 제도의 한계를 넘어서야 더 많은 이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거죠? 어떤 말씀이고 심정인지 알 듯합니다. 정치인으로 이와 비슷한 감정을 느낄 때가 있거든요. 그걸 넘어서야 더 많은 국민이 혜택을 받는데, 정치인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일 때가 있습니다.
차: 말씀을 듣다 보니 궁금한 게 생겼습니다. 국민의힘에 몸담고 계시잖아요. 국민의힘에선 스포츠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습니까.
김: 어떤 정책이든 국민의 삶 속에 녹아들어 변화를 일으켜야 합니다. 여기서 변화란 내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거죠. 스포츠는 특별한 시선으로 바라볼 게 아니에요. 이미 우리 삶 깊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리가 고민하는 건 국민의 삶에 스포츠의 긍정 요소들을 얼마나 더 끌어내느냐 하는 거죠. 스포츠가 가진 장점을 끌어낼 정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차: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보고 싶어요. 예를 들어줄 수 있을까요.
김: 문화체육관광부란 행정부서가 있죠. 체육이 이 부서에 포함됩니다. 체육만 챙길 순 없어요.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 예술, 교육, 관광 등 많은 걸 챙겨야 합니다.
차: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동안엔 정치권이 체육을 등한시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어요. 체육을 문화의 한 부속으로 보고 정책을 논의하는 느낌이랄까요. 국민이 체육 발전을 위한 정책이라고 직접 느낄 수 있는 게 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황금세대’ 출신 차명주의 염려 “한국야구, 800만 관중에 취할 때 아냐”
김: 처음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야구를 정말 좋아해요. 어릴 적 차 이사의 팬이었다는 게 그냥 한 말이 아닙니다. 92학번 최고의 우완이 박찬호라면 좌완은 차명주 아닙니까.
차: 아이고. 야구 팬이 들으면 공감하지 못할 얘기입니다(웃음). 말씀만으로도 아주 감사하네요.
김: 저는 답답하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야구장을 찾곤 했어요. 외야석에서 여유롭게 야구를 봤죠. SK 와이번스(SSG 랜더스의 전신) 홈구장에 갔을 땐 이진영 선수가 친 홈런볼을 맨손으로 잡아낸 추억이 있어요(웃음).
차: 야구 팬이시니까 하나 여쭤볼게요. 야구가 왜 그렇게 좋으십니까.
김: 아주 쉬운 질문이데요(웃음). 야구는 알면 알수록 더 깊이 빠져듭니다. 더 재밌거든요. 현장에서 보면 텔레비전에서 보이는 투수, 타자의 움직임 이상의 것이 보여요. 내야수, 외야수의 움직임이 한 예죠. 볼이 외야로 갔을 때 내야수의 움직임을 보면 야구란 게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스포츠란 것이 보이죠. 약체팀을 쭉 관찰하면 느슨한 틈이 보이기도 하고요.
차: 최근 김 의원의 마음을 사로잡은 선수가 있습니까.
김: 키움 히어로즈 김태진 선수요. 김태진 선수는 키가 170cm 예요. 운동선수치곤 좋은 체격 조건이 아니죠. 하지만 김태진 선수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불립니다. 어디서든 제 몫을 해내요. 제가 눈여겨본 건 김태진 선수가 키움 1루수를 맡았을 때예요. 단순히 1루 수비만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내야를 조율하는 그라운드의 지휘자 같은 느낌마저 받았습니다.
차: 야구에 대한 지식이나 식견이 웬만한 전문가 이상이십니다. 1루수의 움직임을 눈여겨보는 팬은 정말 찾기 어렵거든요. 보통 유격수가 내야의 지휘자 역할을 도맡는다고 하죠. 실제론 1루수가 그 역할을 많이 합니다.

김: 이번엔 제가 질문을 던져 볼게요. 한국 프로야구는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까.
차: 아쉽지만 지금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하향 평준화’입니다. 한국 프로스포츠 중 프로야구의 하향 평준화되는 속도가 가장 빨라요. 올 시즌 5년 만의 800만 관중 돌파에 성공했다고 해서 기뻐할 때가 아니에요. 800만 관중은 야구 자체보다는 야구장에서 체험하는 문화가 차지하는 몫이 컸다고 보거든요. 경기력을 끌어올려서 상향 평준화를 만들어야 하는 데 야구인만의 힘으론 한계가 뚜렷합니다.
김: 저는 가끔 일본, 미국 프로야구도 보거든요. 일본만 봐도 150km/h 후반을 던지는 투수가 상당합니다. 제구력도 대단하고요. 타자들의 파워, 타구의 속도도 눈에 보일 만큼 빠릅니다. 그에 비하면 한국 선수들은 체격은 좋아졌지만 콘택트, 파워, 스피드 등에선 조금 덜어지지 않는가 싶어요. 150km/h 후반대 투수는 한두 명 정도고, 그것도 평균속도가 아니라 최고속도더라고요.

김 “저출산 문제, 스포츠도 대비 필요” 차 “공간과 재미가 핵심”
차: 일본 야구의 성장을 눈여겨봤으면 해요. 일본도 한때는 우리와 같은 고민을 했습니다. 어떤 고민이냐. 우리처럼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을 통합하면서 생긴 고민이었죠. 선수들의 기량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자주 나왔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성장했어요. 야구 인프라가 좋아지면서 뛰어난 선수가 하나둘 나오기 시작한 거예요. 공부하는 지도자가 많아지고, 미국으로 많은 선수를 보내면서 선수 육성 시스템도 바뀌었거든요. 아쉽게도 아직 한국야구는 그 정도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김: 시스템의 중요성, 정말 공감합니다. 일본에서 4,400여 개 학교가 야구를 하고 있지만 정말 야구만 전문적으로 하는 학교는 120곳 정도거든요. 이 학교들에서 선수 한 명씩만 나와도 12개 구단을 다 채울 수 있잖아요. 반면 우리는 고교야구부는 100곳에 가까워졌는데, 매년 졸업생 선수 1천여 명 중에 프로에 가는 선수는 60명 정도입니다.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모든 스포츠 특히 야구 관련 정책을 한번 되짚어보고 경기력을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야구만큼 국민들의 관심과 응원을 많이 받는 종목도 없으니까요. 차 이사 생각은 어떤가요.
차: 저는 기술력과 전문성이 하나로 만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다른 예지만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국가대표의 경우 서울에 과학기술원이 있고, 진천에는 선수촌이 있잖아요. 이 두 곳이 너무 떨어져 있어요. 선수 육성에 과학적으로 접근하려면 둘이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서로가 다른 곳을 보고 있거든요. 야구 같은 경우에도 기술이나 전문성보다는 노하우로만 선수를 지도하고 있어서 문제라고 봐요. 그러다 보니 경쟁력이 계속 떨어지는 거죠.
김: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요즘 저출산 문제가 한국사회의 화두 아닙니까. 정부와 우리 여당에서도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스포츠계에서도 대비가 필요할 것 같아요.
차: 저도 스포츠인이자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걱정이 많습니다. 김 의원님 생각은 어떠세요?
김: 스포츠 활성화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아이들이 재미있어하고, 호기심을 자극하고, 능력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봐요. 아이들이 운동하길 원하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끔, 그러다 그중에서 선수도 나올 수 있도록 말이죠.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정책 방향도 그에 맞춰 가져가야 한다고 봅니다.
차: 저는 ‘공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포츠를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요. 수업 끝난 뒤 방과 후 수업으로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데, 지금은 운동장 하나에서 모든 걸 다 해결해야 하잖아요. 운동할 수 있는 곳이 없으니 자연히 스포츠를 안 하게 되고요. 또 하나는 너무 선수로 키우는 것만 생각한다는 거. 아이들이 스포츠를 좋아하게 만드는 게 먼저인데 선수로 키우려고만 하니까, 점점 더 멀리하게 되는 거죠.
김: 운동은 힘들잖아요. 부모가 억지로 시켜서 하면 하기 싫을 것 같습니다(웃음). 스스로 좋아서 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차: 맞습니다. 그래서 재미를 먼저 강조해야 하는데, 그 부분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차 “2024년이 1992년처럼 대한민국의 획기적 변화를 이끈 해로 기억됐으면” 김 “대한민국 야구와 스포츠 도약 돕겠다”
춘: 두 분의 깊이 있는 대화를 듣다 보니 서로 공통점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나 차 이사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프로야구를 비롯한 여러 프로스포츠 발전을 위해 차라리 정치를 시작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웃음).
차: 제가 '전업 정치인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한 적은 없어요. 하지만, 최근 프로스포츠계 상황을 보면서 누군가 한 명은 프로스포츠계 입장과 발전을 위해 정치권에 메세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그래서 사실.
춘: 사실?
차: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했습니다.
춘: 여러 당이 있는데 국민의힘을 선택한 이유가 있습니까.
차: 민주당도 훌륭한 분들이 많은 정당입니다. 민주당의 비전과 가치에 많은 분이 지지를 보내는 이유를 저도 잘 압니다. 그런데도 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게 된 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등장이 컸어요.
춘: 한 위원장이나 차 이사, 그리고 김 의원 모두 92학번이군요.
차: 1992년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됐던 해에요. 먼저 그해 치른 대통령선거에서 군인 정부가 아닌 문민 정부가 탄생했죠. 본격적인 민주주의 시대가 열렸다고 봐요. 그리고 1992년 우리나라와 중국이 정식 수교를 맺으면서 대한민국이 국제적으로 한 단계 도약합니다. 거기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데뷔하면서 대한민국 문화의 틀이 바뀌게 됩니다. 물론 제가 데뷔했던 친정팀 롯데 자이언츠가 우승한 해이기도 하고(웃음). 저는 2024년이 1992년처럼 우리나라가 획기적인 변화를 이끈 해로 기억됐으면 합니다. 덧붙여.
춘: 네.
차: 프로야구에서 약팀이 강팀이 되려할 때 늘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세대교체'에요. 역대 프로야구팀 가운데 세대교체에 성공하지 못한 채 우승을 차지한 팀은 한 팀도 없어요. 그런 가운데 저는 한 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정치의 세대교체'가 이뤄질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봤어요.
김: 한 위원장은 분명 여당뿐만 아니라 한국 정치의 세대교체를 이뤄내는데 초석을 제공할 겁니다. 저도 차 이사처럼 그렇게 확신해요.
차: 국민의힘을 보다 젊은 정당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인 김 의원과 한 위원장 같은 분들과 함께 '어게인 1992'에 동참할 수 있다면 무척 의미 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춘: 야구를 좋아하는 것도 그렇고, 스포츠 발전에 대한 생각도 그렇고요. 마지막으로 각자 앞으로의 추구하고자 하는 인생의 가치가 있다면 그게 뭔지 들려주십시오. 먼저 정치 선배이신 김 의원부터.
김: 선배가 아니라 친구죠(웃음). 우리 친구와 함께 침체된 우리 한국 야구, 그리고 스포츠를 다시 한 번 재도약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차 이사, 많이 도와주실 거죠?
차: 저 역시 스포츠인의 한 사람으로서, 앞으로 스포츠가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많이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그게 저를 사랑해주신 팬들과 야구인 차명주를 키워준 야구계에 보답하는 길이 아닐까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