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2023년 우리는 약체라는 외부의 예상 속에서 언더독의 반란을 만들어 보자는 의지로 합심하여 멋진 스토리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진만 NC 다이노스 대표이사의 2024 신년사 도입부 그대로, 지난해 NC는 성적과 흥행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성공적 한 해를 보냈다. ‘꼴찌 후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보기 좋게 깨고 3년 만의 가을야구 복귀와 최종 순위 3위라는 대성공을 거뒀다. 김주원, 서호철, 김형준 등 젊은 선수들의 활약으로 장기적 성공의 초석을 다졌다.
관중 동원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800만 관중을 돌파하며 리그 전체가 뚜렷한 흥행 회복세를 보인 가운데, NC 역시 총 557,607명의 홈 관중을 불러모았다. 이는 창원NC파크 개장 첫해인 2019년(710,274명)에 이은 프랜차이즈 2위 기록이다.

홈 관중 동원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세, 마케팅 지표도 상승 곡선
사실 통합창원시는 원래 야구 열기가 뜨거웠던 지역이다. 1군 진입 첫해인 2013년 NC는 총 528,739명(8,262)의 관중을 동원했다. 9개 팀 중에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후로도 매년 경기당 평균 7,000명 이상의 관중이 당시 홈구장 창원마산야구장을 찾아 좌석 수(11,000석) 대비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 팀 성적도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하고 2016년엔 창단 첫 한국시리즈에 오르는 등 성공을 구가했다.
그러나 2019년 창원NC파크가 개장한 뒤로는 첫해를 제외하곤 고난의 연속이었다. 2019년만 해도 평균 9,865명의 관중이 찾아와 개장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이 ‘오픈빨’은 2020시즌을 앞두고 전세계를 덮친 코로나19 사태로 단 일 년 만에 끝났다. 전례없는 ‘무관중 시즌’을 치른 그해 NC의 홈관중은 총45,992명(639명)에 그쳤다. 이듬해에도 대부분의 경기가 관중 없이 열리면서 경기당 평균 관중은 1,782명에 머물렀다.
한번 식어버린 흥은 코로나19 사태가 가라앉은 2022년에도 좀처럼 살아날 줄을 몰랐다. 2022시즌 NC파크는 홈 평균 관중 5,125명으로 창단 이래 최저치까지 곤두박질했다(팬데믹 시즌 제외). 이를 두고 진해에 거주하는 한 NC 팬은 “새 구장이 개장한 이후엔 마산구장 시절 같은 야구 열기를 느껴보지 못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런 점에서 2023시즌 NC의 홈 관중 증가세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비록 총 관중과 평균 관중 수는 여전히 최하위에 머물렀지만, 완전히 바닥을 쳤던 2022시즌과 비교하면 큰 폭의 증가율이 눈에 띈다. NC가 기록한 전년 대비 56%의 관중 증가율은 키움(71%)과 한화(58%)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관중 수가 늘면서 자연히 입장수입, 구장 내 식음료 판매, 상품 판매 매출도 회복세를 보였다. 여전히 코로나19 이전에 비하면 갈 길이 멀고 대도시 인기구단과 비교하면 아쉬운 수치지만, 흥행부진의 긴 터널을 지나 빛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분명하다.
NC 마케팅 파트 관계자는 지난해 흥행 비결로 ”선수단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고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며 육성에서도 성과를 냈다. 무엇보다 다양한 ’팬 익스피리언스‘를 위해 수년간 노력한 성과가 조금씩 나오는 것 같아서 고무적이다“라고 말했다.
NC는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인 이진만 대표이사가 부임한 2022년부터 ’365일 내내 즐거운 야구장‘을 목표로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구장 내에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과 피트니스클럽이 입점했고, 스크린골프를 즐길 수 있는 GDR 아카데미와 옥상의 야외 풋살장 등 다양한 스포츠 시설도 조성했다. 레저 스포츠용 전동 카트 체험장인 ‘아이언카트‘도 만들었다. 티켓 판매에선 경기마다 티켓 가격 달라지는 다이내믹 프라이싱, 시즌 선 예매권 등의 다양한 정책을 선보였다.
NC 관계자는 “구장 내에서 팬들에게 다양하고 새로운 재미와 경험을 제공하려 했다. 재미있는 시설물은 물론 팬들의 자부심을 고취하는 상품 개발에도 신경 썼다“면서 ”팬 경험을 중심에 두고 꾸준하게 시도해온 성과가 지난해 팀 성적과 맞물려 시너지를 냈다고 본다”고 밝혔다.

‘위대함에 대한 열망’ NC의 다음 목표는 ‘전국구 인기팀’
2023시즌의 성공을 뒤로하고, NC는 2024시즌에도 새로운 목표에 도전할 참이다. 록키 발보아의 언더독 정신을 강조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진만 대표이사의 신년사 속에 힌트가 있다.
NBA의 전설 코비 브라이언트와 마이클 조던, '배구 여제' 김연경, 박지성 등의 사진을 보여준 이 대표는 이들 최고 선수의 공통점으로 ‘위대함에 대한 열망’을 꼽았다. “기존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최고를 행해 집착에 가까운 집념을 보여야 한다”는 이 대표의 말은 선수단만이 아니라 구단 구성원 전체를 향한 메시지다.
NC 관계자는 “이제는 창원이라는 연고지를 넘어 ‘전국구’ 팬덤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할 때”라고 말했다. NC의 연고지인 통합창원시는 인구 100만으로 10개 구단 가운데 인구규모가 가장 작은 지역이다. 여기에 전통의 인기구단 롯데의 부산, 삼성의 대구와 인접해 팬층 확장에 한계가 있다. NC 관계자는 “언제까지 연고지 인구수가 적어서 어렵다는 핑계만 댈 순 없다. 이제는 연고지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때”라고 힘줘 말했다.
물론 창원 홈팬들을 더 강하게 ‘락인(lock-in)’하려는 노력은 계속된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아직 특정팀에 대한 팬덤이 확고하지 않은 MZ 세대 젊은 팬, 신규 유입 팬, 여성 팬을 공략해 NC의 팬으로 흡수하는 시도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NC 관계자는 “미국 프로스포츠에선 인구가 적은 도시 연고팀 중에도 전국적인 팬덤을 보유한 사례가 적지 않다”면서 “팬페이스를 확장하고 전국화하기 위해 장기적인 플랜으로 접근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 첫 걸음으로 올해는 SNS와 유튜브 등의 콘텐츠를 개발해 팀 내 젊은 선수들을 전국구 스타로 띄운다는 계획이다. 오랜만에 야구의 봄이 다시 찾아온 이 기회를 NC는 놓치지 않을 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