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새로운 도전을 앞둔 ‘택근브이’다. 전 국가대표 외야수 이택근이 해설위원으로 변신한다. 프로야구 무대와 함께하는 건 2020년 현역 은퇴 후 어언 4년 만이다.
SBS 스포츠는 1월 25일 “이택근, 구대성 등을 프로야구 해설위원으로 합류한다”고 발표했다. 새롭게 영입된 두 해설위원은 2024년부터 기존 베테랑 이순철 위원과 함께 3인 3색의 해설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가운데 이택근 위원은 ‘경험 있는 신입’이다. SBS 스포츠는 이미 2023년 제5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이택근에게 해설을 맡긴 바 있다. 마이크를 쥔 이 위원이 야구팬들에게 낯설지 않은 까닭이다.
이 위원은 현역 시절 1,651경기에 출전해 1,621안타 136홈런 773타점 175도루 타율 0.302, 출루율 0.379, 장타율 0.439를 기록했다. 포수로 시작해 외야수, 1루수를 넘나들며 이른바 ‘5툴 플레이어’의 표본으로 평가받았다. 2008년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베이징 올림픽 야구대표팀에 승선해 ‘금메달’ 우승 쾌거에 이바지하기도 했다.
이에 스포츠춘추가 25일 오후 신인의 마음으로 해설 데뷔 출전을 기다리고 있는 이 위원의 얘길 들어봤다.
‘새 도전’ 앞둔 해설위원 이택근 “갖고 있는 경험, 잘 활용하겠다”

해설위원, 새로운 도전입니다. 잘 진행되고 있나요?
하루하루가 공부 삼매경입니다.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큰일나겠구나’ 싶더라고요. 어려운 만큼, 설레고 재밌습니다. 야구팬들께 해설위원으론 처음 인사드리는 거잖아요. 소홀한 모습은 결코 보여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아닙니다(웃음). 최근 한 달 동안 중계 리허설을 통해 많이 배우고 있어요. 이번에 새롭게 호흡을 맞추게 된 정우영, 윤성호, 이준혁 등 캐스터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2023년) WBC 중계 경험 덕분에 마이크가 그리 낯설진 않을 듯싶은데요.
여전히 많이 부족하죠. 작년 WBC에선 생각지 못한 상황에 투입돼 정신없이 흘러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정말 재밌는 경험이었죠. 이번엔 시간이 어느 정도 있으니, 준비를 완벽하게 해서 시청자와 팬들께 다가가고 싶습니다.
선수 시절 해설위원으로 활약하는 미래를 꿈꾸셨을까요?
‘해설위원’, 매력이 참 많죠. 또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자리도 아니고요. SBS 스포츠에서 좋은 기회를 제게 주셔서 감사하고, 그에 따른 책임감을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선수 때를 떠올리면, 자기 한 치 앞도 모르잖아요(웃음). 특정한 미래를 꿈꾸기보단 앞만 보고 달렸던 것 같습니다. 이번 결정에선 혼자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아내의 격려도 큰 힘이 됐어요.
포수, 외야수, 1루수 등 다채로운 경험을 갖춘 건 이택근 위원이 가진 강점일 듯싶습니다.
저 역시 그런 부분이 팬들께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집중하려고 합니다. 포지션뿐만 아니라 테이블세터부터 중심타선까지 다양한 역할을 해봤거든요. 그때 경험을 잘 살린다면 생동감 넘치는 해설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야구 경기에서 나올 수 있는 상황이 워낙 무궁무진한데, 제가 해설로 들려드릴 수 있는 내용이 많아질 것 같습니다.
2024 KBO리그 ‘대격변’, 해설위원 이택근의 전망은?

2024년부턴 KBO리그에 새 규정들이 도입됩니다.
새로 생긴 규정이 많죠. 해설뿐만 아니라 지금 공부할 게 한두가지가 아닙니다(웃음). 특히 ABS(로봇심판)가 등장하면서 시즌 초 4, 5월 승수 쌓는 싸움이 더 흥미로워질 것으로 보여요. 프로 선수들이 적응하는 건 시간문제일 텐데, 누가 그걸 먼저 깨닫고 조금이라도 더 앞서가냐 싸움인 거죠.
로봇 심판 등장으로 포수 쪽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예정인데요.
시대적인 변화로 ‘좋은 포수’에 대한 평가 방식이 달라지겠죠. 포수는 마운드 위 투수하고도 교감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과거엔 프레이밍을 우선해서 미트의 포구 위치가 정해졌다면, 이젠 공을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게 최고 덕목이 될 듯싶습니다.
도루(통산 175개)에도 일가견이 있는 이택근 위원 아니십니까. 베이스 크기 확대 관련 전망도 듣고 싶습니다.
기술적인 부분보다 심리적인 효과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도루만큼은 선수의 자신감 유무로 결과가 크게 갈리거든요. 특히 많이 뛰어본 선수들이 그 미묘한 차이를 활용해 투수들을 괴롭힐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앞으로 과감한 시도들이 많아질 텐데 마운드 쪽에선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전 포인트네요.
올 시즌부턴 수비 시프트 제한도 생겼습니다. 이 위원께선 현역 시절 소속팀 키움에서 외야 수비 시프트로 동료들과 좋은 모습을 보여주셨던 게 기억납니다.
시프트 제한은 앞서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이미 도입된 변화죠. 규정상 빈틈을 노려 가능한 범위에서 외야수 한 명 위치를 내야에 가깝게 조정하는 방식도 있긴 합니다. 다만 KBO리그에서 그렇게까지 하는 팀이 나오진 않을 듯싶어요. MLB만큼 극단적인 시프트를 하는 팀이 많지 않은 것도 이유죠.
야구가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KBO리그의 목표 역시 ‘박진감 넘치는 경기’고요.
저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팬들이 야구를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늘어나는 건 분명히 좋은 일이죠. 가령 ‘자동 고의사구’ 나왔을 때 다들 의견이 분분했잖아요. 지금은 어떤가요?
야구계에선 이젠 너무나도 익숙한 풍경이 됐죠.
맞습니다. 현장이라고 무조건 변화에 반대하는 건 아니에요. 트렌드에 맞춘 규정 변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입니다. 다만 ‘어떻게’ 변하느냐가 가장 중요하겠죠. 경기장에서 직접 뛰는 선수들의 생각도 들어봐야 해요. 조율은 늘 어렵죠. 하지만 그 단계가 동반돼야 ‘더 바람직한’ 야구가 탄생할 수 있을 겁니다.
“어려운 야구,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이택근이 말하는 ‘해설위원’ 역할

해설위원 합류 소식이 전해졌을 때 많은 키움 팬이 뭉클한 반응을 보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친정 팬분들께는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저 또한 뭉클한 기분이 들었어요. 다만 이젠 해설위원이 된 만큼 키움 경기도 냉정하게 볼 수 있어야죠. 모든 팀 중계에서 똑같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어떤 유형의 해설위원이 되고 싶으신가요?
선수들이 실수할 땐 때론 따끔한 쓴소리를 할지도 모르죠. 그래도 제가 가장 신경 쓰는 건 ‘여기서 왜 그랬을까’입니다. 최대한 시청자들께 다양한 시선을 보여드리고자 해요. 야구가 멘탈 스포츠인 만큼, 그런 부분을 제 경험으로 살려서 접근하는 게 목표에요.
선수 때부터 세이버메트릭스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세이버메트릭스가 만능은 아니에요. 경기장에서 수치로 표현할 수 없는 영역도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걸 부정하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해설위원의 역할은 경기 상황에 대한 설명을 팬들에게 전하는 것이고, 그에 걸맞은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세이버메트릭스를 공부하는 건 뽐내기용이 아니라 양질의 해설을 전달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에요.
좋은 말씀입니다. ‘해설위원’ 이택근에겐 여러 가지 모습을 기대해도 될 것 같은데요.
야구가 갈수록 많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게 나쁜 건 아니지만, 즐기는 팬들에겐 하나의 장벽이 될 수도 있어요. 팬들이 있기에 선수가 있는 것처럼, 해설위원도 팬들 덕분에 존재합니다. 저만 알고 있는 걸 자랑하지 않도록 경계해야죠. 그렇기에 디테일적인 걸 쉽게 정리해서 말로 풀어내고 싶어요. 그렇게만 된다면 팬들이 야구를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아직은 많이 부족합니다(웃음). ‘해설위원’ 이택근이 성장하는 모습을 차근차근 잘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