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표(KT), 김상수(롯데)는 2024년 각각 소속팀과 연장 계약을 맺었다(사진=KT, 롯데)
고영표(KT), 김상수(롯데)는 2024년 각각 소속팀과 연장 계약을 맺었다(사진=KT, 롯데)

[스포츠춘추]

KBO리그의 다년계약 역사는 2021년 겨울부터 큰 변화를 맞았다. FA(자유계약선수)가 아닌 선수들도 소속 구단과 다년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된 것. 말 그대로 ‘비FA 다년계약’의 길이 열렸다.

그 길은 내야수 안치홍(현 한화 이글스)의 FA 계약에서 시작됐다. 2021년 시즌 종료 후 안치홍은 FA를 통해 KIA 타이거즈에서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한 바 있다. 당시 안치홍과 롯데가 맺은 2+2년 계약이 비FA 다년계약의 주춧돌이 됐다. KBO(한국야구위원회)로부터 ‘FA 자격이 아닌 선수도 다년계약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받은 덕분이다.

SSG 랜더스가 곧바로 새 역사를 열었다. 2021년 12월 투수 박종훈·문승원과 각각 5년 계약에 합의했다. 이는 KBO리그 역대 비FA 다년계약 1, 2호에 해당한다. 이로써, 과거 메이저리그(MLB)에서 볼 수 있던 ‘연장 계약’의 묘미를 KBO리그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됐다.


비FA 다년계약을 맺은 오지환, 올겨울 왜 FA 신청에 나섰나?

LG 캡틴 오지환(사진=LG)
LG 캡틴 오지환(사진=LG)

그런데, KBO는 올겨울 비FA 다년계약 규정을 다시 한번 손질했다. 다년계약 선수의 명확한 신분 규정을 위해서다. KBO는 1월 11일 2024년 제1차 이사회를 열어 다양한 논의를 진행했고, 그중 비FA 선수 다년계약과 관련해 개정에 나섰다.

KBO는 다년계약 선수의 명확한 신분 규정에 대한 규약의 근거를 신설했다. 다년계약 선수는 이제 계약 기간 중 FA 자격을 취득할 수 없다. 또한 계약이 당해 년도 종료 예정인 선수에 한해 FA 자격을 승인하도록 개정했다.

무엇보다, 규정 내 빈틈을 보완하고자 위함이다. 기존의 경우 다년계약 선수가 FA 자격을 얻어 시장에 나갈 수 있는 허점이 존재했기 때문. 앞서 2024년 FA 자격을 얻은 내야수 오지환(LG 트윈스)의 사례가 계기가 됐다. 비FA 다년계약을 맺은 선수가 FA를 신청한 건 올겨울 오지환이 처음이었다.

오지환은 FA 자격을 얻기 전인 2023년 1월 소속팀 LG와 6년 총액 124억 원 연장 계약에 합의한 바 있다. LG와 오지환은 그로부터 11개월 뒤에 동일한 조건으로 FA 계약을 맺었다. 1월에 맺은 연장 계약이 파기된 건 아니다. LG와 KBO에 따르면 애초에 계약서 제출 및 계약 공시가 이뤄지지 않았고, FA 신청 시점에선 효력이 없었던 것.

물론 앞서 1월에 합의된 계약서를 제출하지 않은 건 문제가 없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선수 계약서는 매년 선수 등록 마감 날짜인 1월 31일까지 제출한다”고 말했다. 오지환의 연장 계약은 2024년부터 시작이었고, LG는 계약서를 2024년 1월 31일까지 제출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구단과 선수가 이러한 결정을 내린 배경엔 2020년 이후 4년 만에 부활한 2차 드래프트가 있었다. 2차 드래프트 지명 대상은 정규시즌 종료일 기준 보호선수 35명을 제외한 소속선수, 육성 선수, 군보류 선수, 육성 군보류 선수다. 여기서 입단 1~3년차와 외국인 선수, 그리고 ‘당해 FA 신청 선수’는 지명에서 자동으로 제외된다.

‘디펜딩 챔피언’ LG는 그런 2차 드래프트에 앞서 전력 이탈을 최소화하고자 했고, 이는 연장 계약을 맺은 오지환의 FA 신청으로 이어졌다. 소속 선수를 한 명이라도 더 보호할 수 있는 방책인 셈. 선수와 교감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2차 드래프트 변수 등으로 처음 발생한 케이스였다.


‘보완’ 의지 느낀 KBO, 비FA 다년계약 관련 규정 손질로 이어져

KBO 전경(사진=스포츠춘추 DB)
KBO 전경(사진=스포츠춘추 DB)

LG와 오지환이 규정을 어긴 건 아니다.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LG의 스토브리그 과제는 우승 전력을 지키는 것이었다. LG는 2차 드래프트부터 내부 FA까지, 두터운 뎁스를 고려해 정해진 규칙 내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해 팀 선수들의 이탈을 막았다.

하지만 일각에선 규정의 허점을 악용한 사례라는 비판도 나왔다. 최근 3년간 그와 같은 경우가 없었던 것도 관련 규정 보완에 한몫을 했다. 이에 KBO는 지난 1월 10개 구단 대표이사가 모인 이사회에서 논의를 거친 뒤 비FA 다년계약 개정에 뜻을 모았다.

이번 개정에 따르면, 구단은 비FA 선수의 다년 계약 체결 시 언제든지 계약 승인 신청을 할 수 있다. 구단은 발표 다음 날까지 KBO에 계약서를 제출하고, KBO는 제출 받은 다음 날 계약 사실을 공시하도록 했다. 또 기한 내 계약서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 규약 제 176조[징계]를 준용해 계약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로 간주해 상벌위원회에서 제재 심의를 하기로 했다.

KBO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계약의 공식 승인을 알리는 공시의 경우, 소속팀 외 9개 구단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의미한다”면서 “올해 비FA 다년계약을 맺은 선수들은 바뀐 규정으로 적절하게 공시됐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2024년 이후로 소속팀과 다년계약을 맺은 선수론 외야수 최형우(KIA), 내야수 김성현(SSG)도 있지만, 이들의 계약 시점은 개정 이전이다. 따라서, 투수 고영표, 김상수 등이 바뀐 규정에 맞춰 비FA 다년계약을 맺었다.

마법사 군단 프랜차이즈 스타 고영표는 지난 1월 25일 5년 총액 107억 원(보장액 95억 원, 옵션 12억 원)에 달하는 ‘메가톤급’ 계약에 도장을 찍은 바 있다. 롯데 베테랑 필승조 김상수는 1월 말 소속팀 롯데와 2년 최대 6억 원 계약을 맺었다.

한편 앞 관계자는 “올해 새롭게 신설된 규정이다 보니, 공시 범위는 아직까진 구단에만 국한돼 있다. 추후 팬들에게도 따로 알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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