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세대교체’를 향한 야구대표팀의 여정은 계속된다. 선수들과 함께 그 전면에 설 사령탑에 류중일 감독이 다시 한번 낙점됐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2월 23일 “대표팀 감독으로 류중일 감독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류 감독은 3월 말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쿠팡플레이와 함께하는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2024’ 스페셜 게임(샌디에이고 파드리스, LA 다저스 상대)으로 시작해 오는 11월로 예정된 제3회 프리미어 12까지 지휘봉을 잡는다.
이로써, 2년 연속 태극마크를 단 류 감독이다. 지난해 유망주 위주로 대표팀을 구성한 류 감독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금메달을 수확했고, 그 뒤 11월에 열린 제2회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에선 준우승을 거두는 등 성과를 냈다.
KBO는 그런 연속성 측면에서 ‘팀 코리아’가 향후 국제대회에서 지속적인 성과를 내길 기대한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사령탑의 시선 또한 2024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대표팀의 세대교체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야 ‘첫 걸음을 뗐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과정들은 2026년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그리고 2028 LA(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지난 27일 스포츠춘추와 연락이 닿은 류 감독의 설명이다.
‘신중 또 신중’ 류중일 감독, 11월 류현진 발탁 가능성엔 말 아꼈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지난해에만 3월 WBC부터 아시안게임, APBC 등 국제대회를 3차례 출전하는 등 강행군을 소화했다. 류중일 감독은 그중 10월 아시안게임부터 지휘봉을 잡아 두 대회 연속으로 좋은 성적(우승-준우승)을 거뒀다.
무엇보다, ‘젊어진’ 대표팀 구성이 희망적인 대목이다. 한화 우완 문동주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국가대표 차세대 에이스로 거듭났고, 타선에선 김주원(NC), 노시환(한화), 윤동희(롯데) 등이 태극마크를 달고 큰 가능성을 보였다. 이들 모두 2000년대 출생자로 대표팀의 미래는 그만큼 무척 밝은 편이다.
조계현 위원장을 필두로 장종훈, 정민철, 류지현, 강성우, 서재응 위원 등으로 구성된 KBO 전력강화위원회은 대표팀 감독 선임 당시 “대표팀의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끈 류 감독의 지도력을 주목했다”고 밝혔다.
대표팀 최대 숙원사업인 세대교체는 앞 두 대회를 기점으로 연착륙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류 감독은 “올해도 어린 선수들을 중심으로 대표팀을 꾸릴 계획”이라면서 11월 프리미어12에 대한 방향성을 드러냈다.

3월 말 예정된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다저스와의 경기도 마찬가지다. 류 감독 선임 전 발표된 예비 명단 35인엔 김혜성(키움), 문동주, 노시환 등 KBO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스타들이 이름을 올렸다. 류 감독과 KBO 전력강화위원회는 3월 5일 한자리에 모여 본격적인 선수단 구성에 나선다.
“현시점 어떤 선수를 주목하고 있는지, 혹은 대표팀에 필요한 새 얼굴이 누군지 등을 밝히는 건 상당히 조심스럽습니다. 전력강화위원회와 소통하면서 정해야죠.” 류 감독의 말이다.
한편 친정 한화로 12년 만에 복귀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의 대표팀 발탁 여부도 관심사다. 빅리그에서 뛰는 동안 태극마크와 인연을 맺지 못했던 류현진이지만, KBO리그 소속이 된 이제부턴 얘기가 달라진다. 선수 본인도 지난 23일 공항 취재진 인터뷰에서 향후 대표팀 승선 가능성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류 감독의 생각은 어떨까. “일단은 11월 대회(프리미어12)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말한 류 감독은 “발탁 여부는 지금 시점에서 정해진 게 없다. 이는 류현진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에게 동일하다. 대표팀 감독이 선수를 체크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류현진 역시 올해 모습을 계속해서 지켜볼 것”이라고 신중한 모습을 유지했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의 시선, 2026 WBC&2027 올림픽 향한다

한국야구는 과거 대표팀의 활약에 힘입어 큰 인기를 누렸다. 2008 베이징 올림픽(금메달)이 그랬고, 제1, 2회 WBC(4강·준우승)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대표팀은 그 뒤 대회에선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야구 종목이 부활한 2020 도쿄 올림픽에선 아쉽게 4위 입상에 그치면서 메달을 수확하지 못했다. WBC 부진은 더 깊다. 무려 2013년부터 3개 대회 연속으로 조별리그 탈락이다.
이는 KBO의 지난 7월 ‘팀 코리아 레벨 업 프로젝트’ 발표로 이어졌다. 대표팀 전임감독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도 장기적인 그림 때문이다. KBO뿐만이 아니라, 현재 대표팀의 수장이 된 류중일 감독의 계획도 2024년을 넘어 WBC, 올림픽 등을 향한다. 류 감독은 이와 관련해 “올해 좋은 성과를 낸 뒤 다년계약을 맺고 대표팀과 계속 함께하고 싶다”면서 “중요한 시기가 점점 다가오는 만큼, 대표팀에 더 집중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고 했다.
일각에선 ‘WBC를 1년 앞둔 2025년이 가장 중요할 것’이란 목소릴 낸다. 야구계 한 관계자가 “일본 야구대표팀은 꾸준히 선수들을 선발해 평가전을 치르고 있다. 올해 3월만 해도 유럽야구 연합 팀과 맞붙는다. 한국도 그런 움직임이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말한 까닭이다.
류 감독은 이를 두고 “허구연 총재님을 필두로 KBO가 그와 관련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특히 내년(2025년)은 WBC를 1년 앞둔 중요한 시점이지만, 국제대회가 없지 않나. 내년 구상이 정말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KBO도 평가전의 필요성을 잘 안다. 이 때문에 3월 MLB 팀들과의 경기도 성사됐다. 대표팀은 3월 17일 샌디에이고, 18일 다저스와 고척스카이돔에서 경기를 갖는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매년 다양한 국가의 팀과 경기를 치러 국내 선수들에게 국제 경쟁력과 경험을 축적시키고자 한다”고 밝힌 KBO다. 이에 2025년에도 올해처럼 대표팀을 위한 평가전 및 교류전이 마련될 전망이다.
류중일 감독은 KBO가 내건 세대교체 과제를 지난해 상당 부분 풀어낸 바 있다. 올해는 그 마무리 단계로 들어서야 한다. ‘준비된 선장’ 류 감독이 한국야구를 더 높은 곳으로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