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수원]
“요즘 오랜만에 하는 게 참 많은 것 같네요.”
한동안 잊고 있었다. 서건창이 원래 어떤 타자였는지를. 고향팀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은 서건창이 오랜만의 홈런 포함 3안타 맹타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3루 관중석의 KIA 팬들은 오랫동안 ‘서건창’을 연호했고, 서건창은 주먹을 불끈 쥐며 화답했다. 이 역시 오랜만에 만나는 장면이다.
4월 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경기는 돌아온 ‘서교수’ 서건창이 지배했다. 선발 제임스 네일과 불펜진이 KT의 공격을 단 1점으로 틀어막는 사이, 필요한 점수를 내는데 6번타자 겸 1루수 서건창이 앞장섰다.
2회초 첫 타석부터 동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1회말 1점을 먼저 내준 뒤 2회초 반격. 1사 1, 3루에 0-2로 몰린 카운트에서 엄상백의 커터를 밀어때려 좌전안타로 만들었다. 서건창의 적시타로 KIA는 1대 1 균형을 맞췄다.
4회 두번째 타석에선 리드를 잡는 2점 홈런을 날렸다. 2사 1루에서 엄상백의 3구째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우측 펜스 깊숙한 곳을 넘겼다. 2022년 9월 21일 광주 KIA전 이후 560일 만에 나온 홈런이다.
“좋은 포인트에서 맞았고, 실투가 들어왔습니다. 맞는 포인트가 좋아서 치는 순간 홈런이란 느낌이 들었어요.” 경기후 서건창이 들려준 말이다.
6회엔 쐐기점의 다리를 놓는 2루타를 기록했다. 1사 1루에서 주권 상대로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날린 뒤, 김태군의 중전안타 때 홈으로 들어왔다. 두 점을 추가한 KIA가 5대 1로 달아났다.
첫 세 타석에서 안타-홈런-2루타를 기록한 서건창은 8회초 마지막 타석에서 사이클링 히트에 도전했다. 잘 맞은 타구를 좌측으로 띄워 보냈지만, 좌익수 글러브로 들어가며 결과는 뜬공아웃.
서건창은 당시 상황에 대해 “의식 안 할 수는 없었다”면서도 “야구는 칠 수 있다고 치고, 할 수 있다고 하는 게 아니. 좋은 타구를 날리려고 노력했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서건창의 활약으로 뽑아낸 5점은 KIA의 투수력으로 승리하기엔 충분한 점수였다. KIA는 선발 네일이 1회 비자책 1점을 제외하고는 시종일관 KT 타선을 압도했다. 6회까지 단 5피안타에 볼넷 없이 삼진 7개를 잡아내는 쾌투. 7회부터는 장현식-곽도규-전상현이 차례로 올라와 1이닝씩 책임졌다.
전날의 패배를 완벽하게 설욕하며 시즌 6승째(2패)를 거둔 KIA는 이날 패한 NC를 제치고 단독 2위로 올라섰다. 이날 우천순연으로 경기를 치르지 않은 1위 한화와는 0.5경기차로 거리를 좁혔다.
경기후 이범호 감독도 네일과 서건창의 활약에 박수를 보냈다. 이 감독은 “네일이 잘 던지고 서건창이 잘 친 경기였다”면서 “1회말 실점 후 서건창의 동점 적시타로 경기의 균형을 맞춘 뒤 4회초 다시금 서건창이 결승 투런 홈런을 기록하면서 승기를 가져올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이 감독은 “서건창을 비롯한 김선빈, 김태군 등 베테랑들의 활약이 돋보였다”며 고참들을 골고루 언급했다.
경기후 취재진과 만난 서건창은 유독 ‘행복하다’ ‘즐겁다’ ‘마음 편하다’는 말을 여러번 반복했다. 그는 맹타 비결에 관해 “다른 건 없다. 마음 편하게 야구하고, 겨울에 준비를 잘 했다고 생각한다. 그것 말고는 없는 것 같다. 겨울에 내가 준비한 게 틀리지 않았구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술적인 변화에 대해선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라며 구체적으로 설명하진 않았다. 그보단 KIA에 오면서 ‘자신감’을 찾은 게 활약의 비결이란 생각이다. 그는 “그동안 좀 부진하면서 자신감이 결여된 상태였는데, 오늘 홈런이 기폭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나 또한 실제로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홈런이었다”고 말했다.
시즌중 LG로 트레이드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시즌 연속 깊은 부진에 신음한 서건창은 올겨울 KIA 이적으로 재기의 기회를 잡았다. “어렸을 때보다 야구가 더 어려워진 것 같다. 거기에 너무 빠져서 나 자신을 힘들게 한 시기가 있었다”고 돌아본 서건창은 “고향팀에 와서 편한 것 같고 그게 첫번째”라고 말했다.
이범호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에도 감사를 전했다. 서건창은 “좋은 감독님, 타격코치님과 캠프에서부터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좋은 이야기도 많이 해주시고, 내가 이해하기 쉽게 얘기해 주신다. 내가 단순해질 수 있도록 마음 편하게 해주시는 게 좋은 시너지가 나는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이날 수원을 찾은 KIA팬들의 응원에 대해 서건창은 “팬들이 (응원가에) 익숙해지신 것 같다. 내가 느끼기에도 육성이 커진 것 같다”면서 “정말 기분 좋고, 기분 좋게 행복하게 야구해야겠다. 그런 마음이 더 커진다”며 다시 한번 ‘행복’을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