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터 헬스 파크(사진=MiLB.com)
서터 헬스 파크(사진=MiLB.com)

 

[스포츠춘추]

야반도주, 그리고 더부살이. 십여 년 전 KBO리그에서 벌어졌던 것과 비슷한 일이 메이저리그에서 재현된다. 라스베이거스로 연고지 이전 예정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야구단이 내년부터 3년간 새크라멘토에 ‘더부살이’ 한다.

오클랜드 야구단은 2025-27시즌을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 있는 마이너리그 경기장에서 치를 예정이라고 4월 5일(한국시각) 발표했다. 오클랜드가 사용할 임시 구장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트리플 A팀 새크라멘토 리버 캣츠의 홈구장인 서터 헬스 파크다.

오클랜드는 14,000석 규모의 서터 헬스 파크를 기존 주인인 리버 캣츠와 공유하게 된다. 또한 오클랜드는 2027년 이후에도 1년 추가 사용 옵션을 남겨뒀는데, 이는 라스베이거스 이전이 지연되거나 새 구장 건설이 늦어지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카드라는 분석이다.

2028년 라스베이거스로 연고지 이전을 확정한 오클랜드는 새 구장 개장 전까지 사용할 임시 홈구장을 물색해 왔다. 2024년으로 임대 계약이 끝나는 기존 홈구장(콜로세움) 계약 연장도 검토했지만, 오클랜드 시와 협상이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성 타오 오클랜드 시장은 성명을 통해 “오클랜드는 야구단에게 공정하면서도 우리 도시 재정에 책임 있는 계약을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야구단 이전에 반대하는 오클랜드 팬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야구단 이전에 반대하는 오클랜드 팬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새크라멘토 임시 홈구장 사용에 따르는 몇 가지 이슈가 있다. 우선 팀명 변경 가능성에 관해 오클랜드 홍보 파트는 “당분간 애슬레틱스와 에이스(A’s)로 불릴 것”이라고만 답했다.

지역 방송사와 중계권 계약 문제도 있다. 오클랜드와 NBC 스포츠 캘리포니아의 중계권 계약은 약 7,000만 달러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연고지를 이전할 경우에도 이 계약이 유효한지에 대해 구단은 따로 밝히지 않았다. 7,000만 달러는 오클랜드 야구단의 2024년 선수단 연봉 총액(약 6,194만 달러)를 훌쩍 넘는 거액이다. 

마이너리그 구장인 서터 헬스 파크가 메이저리그 경기를 치르는데 적합한 시설을 갖췄는지도 관건이다. 14,000석 규모의 관중석은 큰 문제가 아니다. 오클랜드는 올해 홈 개막전 관중이 13,522명에 그칠 정도로 지역 팬들의 ‘보이콧’에 가까운 외면을 받고 있다. 개막 2차전엔 불과 3,837명의 관중만이 야구장을 찾았다. 

다만 스포츠 단체 협약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하려면 일정한 수준의 개보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오클랜드 구단은 "서터 헬스 파크는 최근 수백만 달러 규모의 시설 개보수 공사를 마쳤다”며 “LED 조명 업그레이드, 클럽하우스 추가 등 야구장을 MLB 기준에 맞게 계속 개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MLB 선수노조는 “MLBPA는 연고지 임시 이전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에 대해 MLB와 미리 논의해 왔고 계속 논의할 것”이라 밝혔다.

일단 새크라멘토 시는 야구단의 ‘더부살이’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리버캣츠의 대주주인 NBA 새크라멘토 킹스 구단주 비벡 라나디베는 보도자료를 통해 “서터 헬스 파크에 에이스 야구단을 맞이하게 되어 기쁘다”며 “오늘은 새크라멘토 프로 스포츠의 다음 장을 여는 날이다. 우리 팬들의 열정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미국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활기찬 시장 중 하나를 보여줄 놀라운 기회”라고 밝혔다.

새크라멘토 시장 대럴 스타인버그는 역시 “새크라멘토가 야구단의 임시 홈이 된다는 것은 우리 도시, 우리 지역, 우리 주를 위해 매우 기쁜 일”이라며 “10년 전 우리는 킹스 농구단을 살리기 위해 단결했고 팀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는 메이저리그 야구가 열리는 도시가 됐다. 앞으로 더 좋은 날이 올 것이다. 꿈만 같은 일이다”라고 환영했다.

저작권자 © 더게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