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여름 고시엔'으로 불리는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8월 21일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준결승전에서 교토국제고는 아오모리야마다고를 상대로 3대 2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결승 티켓을 따냈다.
1회 말 2점을 먼저 내주고 끌려가던 교토국제고는 6회 초 극적인 역전극을 펼쳤다. 연속 안타와 사구로 만든 1사 만루 찬스에서 2년생 하세가와 하야테가 우전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고, 이어진 1,3루 상황에서 3년생 하토리의 투수 앞 땅볼로 결승점을 뽑아냈다.
마운드에서는 5회부터 등판한 2년생 좌완 니시무라 잇키가 5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니시무라는 이번 대회 23이닝 연속 무실점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며 팀의 4강 진출을 이끌었다.
교토국제고의 이번 진출은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1999년 야구부 창단 이후 불과 20여 년 만에 일본 최고의 무대에서 정상에 도전하게 된 것. 더구나 전교생이 160명에 불과한 소규모 학교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교토국제고 선수들의 한국어 교가가 NHK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라는 가사가 고시엔 구장에 울려 퍼졌다.
교토국제고는 1947년 설립된 교토조선중학교가 전신으로, 2003년 일본 정부의 정식 학교 인가를 받아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현재 학생의 65%가 일본인, 30%가 한국계로 구성돼 있으며, 138명의 고교생 중 61명이 야구부 소속일 정도로 야구에 대한 열정이 뜨겁다.
23일 열리는 결승전에서 교토국제고는 역시 첫 우승을 노리는 간토다이이치고와 격돌한다. 재일동포 학교의 기적 같은 여정이 과연 우승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지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