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일본 고교야구의 최고 무대인 고시엔에서 한국계 민족학교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교토국제고가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제106회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일명 '여름 고시엔') 결승에서 도쿄의 간토다이이치고를 연장 접전 끝에 2대 1로 제압하고 사상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우승은 단순히 한 학교의 승리를 넘어 여러 의미를 지닌다. 우선 교토 지역 팀으로는 무려 68년 만의 우승이다. 1956년 헤이안고(현 류코쿠다이헤이안고) 이후 처음이다. 또한 결승전 사상 최초로 연장 타이브레이크 끝에 결정된 우승이기도 하다.
0대 0으로 맞선 연장 10회초, 교토국제고는 무사 1, 2루에서 대타 니시무라의 좌전 안타로 만루를 만들었다. 이어 4번 타자 가네모토가 볼넷으로 선취점을 뽑아냈고, 미타니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더 보탰다. 10회말 1점을 내준 뒤 1사 만루 위기를 맞았지만, 내야땅볼로 2아웃을 잡은 뒤 삼진으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며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경기 후 고마키 노리츠구(41) 감독은 "1999년 야구부 창단 이후 여러 드라마가 있었지만, 오늘 이 대단한 고시엔 구장에서 우승하게 돼 너무 기쁘다"며 감격을 표했다. 주장 후지모토 하루키는 "지금까지 우리를 응원해 준 모든 분들과 함께 이뤄낸 우승"이라고 말했다.
교토국제고의 우승은 일본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1947년 재일 교포들이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를 모태로 한 이 학교는, 현재 전교생 160여 명 중 90%가 일본인일 정도로 개방적인 학풍을 자랑한다. 한국어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올해 4월 한국어능력시험에 응시한 학생 10여 명이 전원 합격할 정도로 한국어 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승 직후 고시엔 구장에 울려 퍼진 한국어 교가는 이 학교의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 "동해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아침 저녁 몸과 덕 닦는 우리의/ 정다운 보금자리 한국의 학원"이라는 가사는 재일동포의 역사와 정신을 담고 있다. 단순히 스포츠 경기의 승리를 넘어 일본 사회의 다문화 수용과 공존의 상징이란 평가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