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스페인 프로축구 1부 리그 라리가(La Liga)에서 인종차별 문제가 또다시 불거졌다. 이번에는 흑인 선수의 인종차별 피해 호소를 구단주가 나서서 묵살하려 해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The Athletic)'은 26일(현지시간) 헤타페의 나이지리아 출신 미드필더 크리스탄투스 우체(21)가 스페인 축구계의 인종차별 문제를 제기했다가 오히려 구단주로부터 비난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우체는 최근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과의 인터뷰에서 "팬들이 '망할 깜둥이(f****** black)'라고 소리치며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심판들의 편파 판정 문제도 제기했다. 우체는 "심판들이 나에게 가해진 파울은 무시하면서도 내가 비슷한 반칙을 하면 즉시 휘슬을 분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자 앙헬 토레스 헤타페 구단주는 선수를 보호하긴커녕, 오히려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토레스 구단주는 스페인 라디오 방송 '엘 파르티다소 데 코페(El Partidazo de COPE)'와의 인터뷰에서 "우체가 아직 이해를 못하고 있다"며 "그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토레스 구단주는 "우체가 1년이나 2년 동안 여기서 지내고 스페인어를 이해하게 되면 그때 하고 싶은 말을 하라"며 "지금은 관련 위원회에서 이해해주길 바라며, 단순히 경고 정도로 끝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심판 비판에 대해서도 "앞으로 우체가 해야 할 일은 말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구단주의 발언은 인종차별 문제를 제기한 선수의 입을 막으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스페인 축구계에서 인종차별 문제가 지속적으로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스페인 축구계에서는 최근 몇 년간 인종차별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의 브라질 출신 공격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는 여러 차례 인종차별 공격의 표적이 됐다.
지난 3월 브라질 대표팀 합류 당시 기자회견에서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는 "인종차별이 더 심해지고 있다"며 "가해자들이 처벌을 받지 않는 걸 보면서 축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다.
스페인 당국도 최근 인종차별 문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발렌시아와의 경기에서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혐의로 3명이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는 스페인 축구장에서 인종차별 발언으로 실형이 선고된 첫 사례다.
또한 이번 주 목요일에는 마요르카와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에서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를 인종차별한 팬에게 1년 징역형과 3년간 경기장 출입 금지 처분이 내려졌다. 같은 날 라리가는 마요르카 경기에서 레알 마드리드의 오렐리앙 추아메니를 인종차별하고 물병을 던진 미성년자가 7,001유로(약 1,000만원)의 벌금을 내고 1년간 라리가와 스페인축구협회(RFEF) 경기장 출입이 금지됐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스페인 축구계에서 인종차별 문제가 지속되는 가운데, 이를 고발한 선수를 오히려 비난하는 구단주의 태도는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스페인 축구계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더욱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