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의 황제 페이커(사진=페이커 SNS)
e스포츠의 황제 페이커(사진=페이커 SNS)

 

[스포츠춘추]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점프력으로 관중을 놀라게 했듯이, e스포츠계의 황제 이상혁(페이커·28)은 믿을 수 없는 화면 전환 속도로 팬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미국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The Athletic)이 11월 월드챔피언십 결승을 앞둔 페이커의 놀라운 활약상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디 애슬레틱은 "스포츠계에는 마이클 조던의 중력을 거스르는 점프력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기량이 있다"며 "e스포츠계에도 그런 선수가 있으니, 바로 '페이커'라는 게임 닉네임으로 더 잘 알려진 한국의 이상혁"이라고 전했다.

T1은 오는 11월 2일(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영국 런던 O2 아레나에서 중국의 빌리빌리 게이밍과 2024 LoL 월드챔피언십 결승전을 치른다. 이번 대회는 지난 9월 25일부터 베를린, 파리, 런던을 거치며 진행됐다.

페이커는 17세에 프로 데뷔한 이후 국내 LCK에서만 10회 우승을 차지했으며, 월드챔피언십에서도 4회 우승을 거두며 '불사대마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디 애슬레틱은 "LoL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페이커의 경기를 볼 때 모니터가 고장 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는 최고의 효율을 위해 계산된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LoL 경기에서는 넓은 맵을 빠르게 파악하고 전략적 판단을 내리기 위해 여러 화면을 순식간에 전환해야 하는데, 페이커는 이런 '멀티태스킹'에서 독보적인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번 결승전을 앞두고 주목받는 것은 T1의 중국팀 상대 전적이다. T1은 월드챔피언십에서 중국팀을 상대로 8전 전승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 LPL 소속팀들은 2018년 인빅터스 게이밍, 2019년 펀플러스 피닉스, 2021년 에드워드 게이밍이 우승을 차지하며 강세를 보였지만, 이후 열린 3개 대회에서는 모두 페이커가 이끄는 T1이 결승에 진출했다.

빌리빌리 게이밍의 천쩌빈(빈·22)은 "T1이 월드챔피언십에서 LPL 팀을 상대로 무패를 기록하고 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면서 "우리 팀은 5전 3선승제에서 T1에 진 적이 없다. 이번 경기는 3대 0으로 쉽게 이길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빌리빌리의 미드라이너 저우딩(나이트)은 작년 웨이보 게이밍 소속으로 준결승에서 페이커의 T1에 패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페이커는 "나이트와는 승패를 주고받은 적이 있다. 이번에도 최선을 다해 준비할 뿐"이라며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특히 이번 결승전에는 페이커의 가족들이 한국에서 런던까지 응원차 방문할 예정이다. 페이커는 "12시간이 넘는 비행을 감수하고 응원하러 와주시는 것에 대해 매우 감사하다"면서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지만, 늘 안팎으로 지원해 주셨다"고 말했다.

4회 우승에 빛나는 페이커는 이번 결승을 앞두고 "올해 월드챔피언십에서 우승하더라도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다"라고 밝혀 앞으로도 현역 선수로서 활약을 이어갈 뜻을 분명히 했다.

LoL은 5명으로 구성된 두 팀이 온라인 대결을 벌이는 게임으로, 컴퓨터가 생성한 적과 상대방 플레이어를 제거하며 레벨을 올리고 최종적으로 상대팀 기지를 파괴하는 것이 목표다. 넓은 맵과 다양한 게임 메커니즘으로 인해 선수들은 더 나은 시야 확보를 위해 여러 화면을 빠르게 전환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면의 빠른 깜빡임은 페이커의 탁월한 게임 운영 능력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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