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유튜버와 맞붙는 58세의 '복싱 황제'. 믿기 힘든 이 매치업이 실제로 성사됐다.
마이크 타이슨과 제이크 폴의 헤비급 매치가 16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AT&T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2천800만명이 넘는 넷플릭스 구독자들이 실시간으로 지켜볼 이번 경기는 단순한 세대 간 대결을 넘어 복싱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마크 크리겔 ESPN 기자는 "1988년 8월 할렘의 의류매장에서 벌어진 미치 블러드 그린과의 새벽 난투극부터 타이슨을 취재해온 기자로서, 최근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이 경기가 진짜냐'는 것"이라고 전했다.
텍사스주 라이선스규제위원회 관계자는 크리겔 기자에게 "정식으로 승인된 프로 매치"라고 확인했다. 다만 헤비급 경기 기준인 10온스가 아닌 14온스 글러브를 사용하고, 3분 10회전이나 12회전이 아닌 2분 8회전으로 진행된다.
타이슨은 1980년대 후반 최연소 헤비급 챔피언에 등극하며 '아이언 마이크'라는 별명과 함께 복싱계를 평정했다. 하지만 1990년 2월 버스터 더글러스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고, 1992년에는 성폭행 혐의로 6년형을 선고받아 3년간 수감생활을 했다.
1995년 복귀 후 WBA, WBC 타이틀을 되찾았지만 1997년 에반더 홀리필드와의 재대결에서 상대 귀를 물어뜯는 사건으로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2005년 케빈 맥브라이드와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링을 떠났다.
27살의 제이크 폴은 2000만명의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한 인플루언서 출신이다.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프로 복싱에 뛰어들어 10승 1패(7KO)를 기록 중이다. 주로 UFC 출신 선수들이나 전 NBA 선수 등과 대결했으며, 유일한 패배는 타이슨 퓨리의 이복동생 토미 퓨리를 상대로 한 경기에서 기록했다.
에두아르도 탠슬리 기자는 "이번 대결이 복싱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며 "영국의 프로모터 에디 헌은 '위험하고 무책임하며 복싱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타이슨 퓨리는 "멋진 이벤트가 될 것"이라며 "타이슨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링에 오르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1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폴은 타이슨의 귀를 무는 것을 조롱하듯 귀마개를 착용해 눈총을 샀다. 그는 "4000만달러(약 530억원)를 벌고 전설을 KO시키러 왔다"며 "나는 안티 히어로일지 모르지만, 내가 복싱계를 위해 해온 일들과 진정한 내 모습을 알게 되면 사람들은 결국 나를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슨은 "난 절대 지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타이슨은 지난 5월 마이애미에서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비행기에서 위궤양이 재발해 7월로 예정됐던 경기가 연기됐다. 그는 비행 중 피를 토했고 체중이 26파운드(약 12kg) 감량됐다고 밝혔다. 타이슨은 넷플릭스 프리뷰 시리즈 '카운트다운: 폴 vs 타이슨'에서 "의사에게 '제가 죽을 수도 있나요?'라고 물었는데, 의사가 '아니오'라고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선택지들이 있다'고 했다. 그때 정말 불안해졌다"고 털어놨다.
미국의 베팅업체 베트MGM에 따르면, 폴의 승리 배당률은 -200(베팅액의 2배 획득), 타이슨은 +190(베팅액의 2.9배)으로 책정됐다. 베팅의 69%가 타이슨의 승리에 걸렸다.
보르가타 스포츠북의 토마스 게이블 디렉터는 "현재 NFL 경기 어느 것보다도 많은 베팅이 이뤄졌다"며 "큰 금액의 베팅은 폴 쪽에 있지만, 대다수의 베팅은 타이슨을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의 또 다른 빅매치는 여자부 IBF, WBC, WBO 슈퍼라이트급 타이틀전이다. 케이티 테일러와 아만다 세라노의 재대결로, 2022년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펼쳐진 첫 대결은 여자 복싱 사상 최고의 경기로 평가받는다.
세라노는 "내가 얼마를 벌었는지 말하는 것은 자랑이 아니라, 여성들이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며 "우리가 기록을 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오전 11시(한국시간)부터 시작되는 이번 대회는 넷플릭스를 통해 190개국에서 생중계된다. 넷플릭스는 이미 2024년 크리스마스 NFL 경기 중계권과 2025년부터 WWE 주간 프로그램 '로우' 방영권을 확보한 상태다.
크리겔 기자는 "타이슨은 여전히 격투 스포츠 역사상 가장 수익성 있는 인물"이라며 "HBO의 간판스타였던 그는 PPV 비즈니스의 성장을 이끌었고, 이제 스트리밍 시대를 맞아 넷플릭스가 그를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