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을 보여준 해리 케인(사진=해리 케인 SNS)
리더십을 보여준 해리 케인(사진=해리 케인 SNS)

 

[스포츠춘추]

리 카슬리 감독의 '위험한 도박'이 통했다. 주축 선수들의 불참과 주장 해리 케인(31)의 선발 제외 논란 속에서도 잉글랜드가 카슬리 감독의 과감한 전술로 그리스를 완파했다.

잉글랜드는 15일(한국시간)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5 UEFA 네이션스리그 B리그 B2조 원정 경기에서 그리스를 3대 0으로 제압했다. 이날 승리로 잉글랜드는 B조 선두로 올라섰다.

경기 전 잉글랜드는 심각한 내부 문제에 직면했다. 리바이 콜윌, 트렌트 알렉산더-아널드, 부카요 사카, 필 포든, 잭 그릴리시, 콜 파머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을 이유로 대표팀에 불참했다.

이에 케인은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케인은 경기를 앞두고 "잉글랜드 대표팀이 가장 중요하다"며 "유럽선수권대회 같은 메이저 대회가 끝난 후에는 9월, 10월, 11월 캠프의 중요성이 잊히곤 하지만, 이런 캠프들이 월드컵으로 이어지는 팀 정신과 단결력을 만드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이런 케인을 벤치에 앉힌 카슬리 감독의 결정도 논란이 됐다. 디 애슬레틱의 잭 피트브룩 기자는 "카슬리 감독이 자신의 평판을 걸고 역대 잉글랜드 감독 중 가장 위험한 도박을 감행했다"고 평가했다. 피트브룩 기자는 "케인은 단순한 주장 이상의 존재다. 그는 잉글랜드의 역대 최다 득점자이자 지난 7-8년간 가장 뛰어난 선수였다"면서 "케인은 이번 잉글랜드 시대와 동의어이며, 팀 자체보다도 더 큰 존재"라고 설명했다.

카슬리 감독은 경기 후 "케인은 이 결정을 완벽히 이해했다. 모든 최고의 선수들처럼 그도 매 경기 뛰고 싶어 하지만, 다른 선수들이 이런 경험을 쌓는 것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지만, 디 애슬레틱은 복수의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케인이 이 결정에 불만을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주장 완장을 찼던 카일 워커는 ITV와의 인터뷰에서 "'에이치'(케인의 애칭)가 뛸 것이라 예상했다"면서도 "감독이 결정을 내렸고, 우리는 그것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카슬리 감독의 도박은 성공했다. 케인 대신 선발 출전한 올리 왓킨스가 전반 7분 선제골을 터뜨렸고, 팀은 완승을 거뒀다.

17일 케인은 자신의 선발 제외에 대해 대표팀 주장다운 포용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교체 선수로 나선 것이 처음은 아니다. 카슬리 감독 부임 이후 한 캠프당 한 경기만 뛰고 있다"면서 "물론 모든 경기에 선발 출전하고 싶지만, 그것이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지금은 힘든 시기이고, 교체든 선발이든 호출받을 때마다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표팀의 미래를 걱정하는 리더의 모습도 보였다. 케인은 "대표팀의 정통성과 가치를 쌓아올리는 데는 수년이 걸렸지만, 이를 지키지 못하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면서 "나와 워커, 픽포드처럼 오랫동안 대표팀에서 뛴 선수들이 젊은 선수들에게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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