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크 폴과 타이슨.
제이크 폴과 타이슨.

 

[스포츠춘추]

미국 복싱계의 '전설' 마이크 타이슨(58)과 유튜버 출신 제이크 폴(27)의 '세대초월 매치'가 사상 최대 규모의 시청자 수를 기록했지만, 경기 내용은 '실망 그 자체'였다는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텍사스주 알링턴 AT&T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이번 경기는 현장에서만 7만여 명의 관중이 운집했고, 넷플릭스를 통해 무려 6000만 가구가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넷플릭스가 처음으로 생중계한 복싱 경기라는 점에서 더욱 큰 관심을 모았다.

이와 관련해 뉴욕매거진의 윌 라이치 에디터는 18일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이번 경기는 스포츠계에 만연한 '관심경제'의 승리이자, 동시에 복싱이라는 스포츠의 패배"라고 혹평했다. 라이치는 "실제 복서도 아닌 유튜버와 58세 노장의 경기가 역대 최다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것은 스포츠의 본질이 무너졌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경기는 8라운드 동안 진행됐으나, 예상대로 노장 타이슨의 체력이 문제였다. 1라운드에서 잠시 과거의 화려했던 기량을 보여주는듯했으나, 곧바로 지친 모습을 보였다. 전체 경기를 통틀어 고작 18방의 펀치만을 성공시켰을 뿐이다.

특히 5라운드 이후에는 타이슨이 심각한 체력저하를 보이며 비틀거리는 모습마저 보였다. 상대 폴은 오히려 타이슨을 배려하듯 공격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라이치는 "마치 첫 데이트에서 서로 어색하게 계산서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고 꼬집었다.

경기 전 폴은 "타이슨은 죽어야만 한다"며 살벌한 분위기를 조성했으나, 실제 경기에서는 이러한 발언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경기 후에는 "22일 전 발목 부상과 인대 파열이 있었다"며 소극적 경기 운영의 이유를 설명했다.

라이치는 "이번 경기의 문제는 단순히 경기력이 형편없었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것이 넷플릭스 시대의 '일회용 콘텐츠'로 전락했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라이치는 이러한 현상을 영화계와 비교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슈퍼히어로 영화를 비판했던 것처럼, 문제는 개별 콘텐츠의 질이 아니라 이런 류의 콘텐츠만 제작되는 상황 자체"이며 "관객들이 점차 낮은 수준의 콘텐츠에 익숙해지고,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된다"는 지적이다. 복싱계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우려다.

이번 경기는 미국 사회의 '관심경제' 현상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로 지목됐다. 유튜버가 진지한 스포츠 경기를 치르고, 유명 방송인이 장관직에 지명되며, 유튜버가 식당 체인을 운영하다 날고기 논란에 휘말리는 등 - 단순히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전문성이 없는 이들이 각 분야에 진출하는 현상이 만연하다는 것이다. 라이치는 "관심을 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이런 식이라면 결국 관심경제만 남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저작권자 © 더게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