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2024년 현재도 영국 프로축구 경기장은 성소수자들에게 여전히 닫혀있는 공간이다. 프리미어리그의 성소수자 포용 정책이 10년을 넘어섰지만, 성소수자들은 여전히 경기장에서 온전한 자신으로 존재할 수 없는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의 카오이메 오닐 기자는 입스위치 타운의 성소수자 서포터즈 그룹 '레인보우 트랙터스'를 이끄는 프랜신 피셔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러한 현실을 생생하게 전했다. 피셔는 "파트너와 경기장에 갈 때마다 손을 잡고 걸을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성소수자 팬들의 불안은 최근 선수들의 레인보우 캠페인 거부 움직임으로 더욱 깊어지고 있다.피셔는 최근 입스위치 타운의 주장 샘 모시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레인보우 완장 착용을 거부한 사건이 온라인상에서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우려했다. "소셜 미디어에서 성소수자 혐오 발언이 확산되는 양상이 심각했다"며 "파트너가 휴대폰을 내려놓고 알림을 끄라고 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모시 외에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누사이르 마즈라위의 거부로 팀 전체가 무지개색 유니폼을 착용하지 않기로 하는 일이 있었다. 크리스털 팰리스의 기독교인 주장 마크 게히는 무지개색 완장에 종교적 문구를 써넣어 또 다른 논란을 야기했다. 익명을 요구한 입스위치의 한 성소수자 팬은 "나는 열정적인 입스위치 타운 팬이지만, 내 정체성이 인터넷 상에서 논란이 될 때마다 소속감이 사라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현실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성소수자 인권단체 스톤월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성소수자 4명 중 1명은 스포츠 경기장에서 환영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유색인종 성소수자들의 상황이다. 지난해 경기장을 방문한 유색인종 성소수자 3명 중 1명이 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남자 축구와 여자 축구의 문화적 차이도 두드러진다. 익명의 입스위치 팬은 "여자 축구 경기장에서는 전혀 다른 느낌"이라며 "잉글랜드 여자 대표팀의 주장 리아 윌리엄슨은 어떤 날이든, 어떤 달이든 상관없이 레인보우 완장을 착용한다. 여자 축구에서는 이런 문화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자 축구 경기장에서는 파트너와 손을 잡고 걸어도 되고, 성소수자 여성으로서 그 공간에서 지지받는다고 느낀다"면서도 "하지만 남자 축구 경기장에서는? 절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성소수자 인권 전문가이자 교육가인 리즈 워드는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두 시즌 동안 반성소수자적 여론이 거세지는 양상인데, 이는 정말 도전적인 상황"이라며 "아카데미 레벨에서는 선수들이 평등, 다양성, 포용성에 대한 많은 교육과 훈련, 대화를 경험하지만, 프로팀 레벨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인권은 토론의 대상이 아닙니다"라는 한 입스위치 팬의 발언은 현재 영국 축구계가 직면한 본질적 딜레마를 보여준다. 프리미어리그의 리처드 마스터스 CEO는 "지난 10년간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위한 포용적인 환경을 만드는 데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이 모멘텀을 유지해 축구가 모두를 환영하는 스포츠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