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한때 'KBO의 실세'로 불리며 각종 의혹이 제기됐던 양해영(63)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부회장이 제25대 협회장 자리에 '무혈입성'할 전망이다. 논란의 인물이 한국 아마추어 야구의 새로운 수장이 되는 상황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KBSA는 1월 7일 양해영 부회장이 차기 회장 선거에 단독 입후보했다고 밝혔다. 협회 회장선거관리규정상 단독 후보의 경우 투표 없이 당선이 가능하다. 이로써 양 후보는 선거를 통한 공약 제시나 도덕성 검증 없이 한국 아마추어 야구를 이끌 새 수장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협회 선거관리위원회는 15일 후보자 자격 심사 결과를 공고할 예정이다.
양해영 후보는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1988년 KBO 입사 후 1996년부터 2년간 김기춘 의원(후일 박근혜 정부 대통령 비서실장) 보좌관을 지냈다. 이후 KBO로 복귀해 기획과장, 홍보부장, 총무부장을 거쳐 2012년 사무총장까지 승진했다.
하지만 그의 화려한 이력 뒤에는 '그림자'도 드리워져 있다. 2017년에는 'KBO 보험 몰아주기' 의혹이 불거졌다. KBO 관용차와 경찰야구단 버스 보험계약을 자신의 친형에게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18년에는 더 큰 논란에 휩싸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야구협회 비자금 조성 및 횡령 혐의로 양해영을 포함한 전·현직 임직원 7명을 경찰에 고발한 것이다. 조사 과정에서 약 3억 원의 협회 자금이 차명계좌로 유출된 정황이 포착됐지만, 수사는 별다른 결과 없이 마무리됐다.
이러한 논란 속에 KBO를 떠난 양해영은 KBSA 부회장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실무부회장'이라는 직함으로 이종훈 회장 체제에서 사실상 회장 역할을 수행해왔다는 평가다. 각종 행사에서 시상자로 나서고 실무를 주재하면서 '소회장' '회장 대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애초 야구계에서는 이종훈 현 회장의 연임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일부 야구인들은 현직 프리미엄과 선거인단 구도를 고려해 출마를 검토하다 포기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이종훈 회장이 양해영 후보 지지를 선언하면서, 사실상 '후계자 지명식' 권력 승계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양해영 체제의 리더십과 자금력도 우려를 사는 대목이다. 정치인, 기업인 출신이었던 역대 회장들은 사재 출연과 기업인 네트워크를 통해 협회 재정을 확보해왔다. 그러나 행정가 출신인 양해영 체제에서 이런 자금 동원력을 기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선수 자원 감소와 국제 경쟁력 약화 등 위기의 한국 아마추어 야구가 불확실한 새 체제를 맞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