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보와 디즈니가 손을 잡는다(사진=merca2.0)
푸보와 디즈니가 손을 잡는다(사진=merca2.0)

 

[스포츠춘추]

스포츠 중계권을 둘러싼 미디어 기업들의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ESPN을 운영하는 월트디즈니가 훌루+라이브TV 사업부문을 스트리밍 업체 푸보(Fubo)와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디 애슬레틱의 스포츠 비즈니스 담당 앤드류 마찬드 기자는 1월 7일(한국시간) "디즈니의 이번 결정은 넷플릭스, 아마존 등 디지털 공룡들의 도전에 맞선 전통 미디어의 새로운 대응"이라고 분석했다.

ESPN을 보유한 디즈니는 그동안 NFL, NBA, MLB, 대학 미식축구 등의 중계권을 확보하는데 지난 7년간 약 800억 달러(112조원)를 투자했다. 하지만 최근 유료방송 가입자가 1억 명에서 6530만 명으로 급감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디즈니는 푸보와의 통합으로 62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게 된다. 1000만 명에 육박하는 유튜브TV에 대항하기 위한 포석이다. ESPN은 유튜브TV에서도 서비스되고 있지만 구글 플랫폼에 대한 지분은 없는 상태다.

ESPN이 추구하는 전략의 핵심은 '언제 어디서나 스포츠 팬들을 위한 서비스 제공'이다. 올해 8월에는 월 25~30달러(3.5~4.2만원)의 독립형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다른 구독 없이도 ESPN의 모든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게 된다.

디즈니의 이번 결정으로 ESPN, 폭스스포츠, TNT스포츠가 함께 제공되는 '베뉴 스포츠(Venu Sports)' 출시도 탄력을 받게 됐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둘러싼 푸보의 소송이 사실상 해결됐기 때문이다.

베뉴 스포츠는 월 42.99달러(6만원)로 시작해 45~50달러(6.3~7만원)까지 인상될 전망이다. 유튜브TV, 푸보, 훌루+라이브TV는 더 많은 채널을 제공하며 70~80달러(9.8~11.2만원) 선에서 서비스된다.

ESPN은 이미 슈퍼볼, NBA 파이널, 대학 미식축구 챔피언십, 스탠리컵 등 주요 스포츠 이벤트의 중계권을 보유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UFC 중계권이 유일한 추가 확보 대상이다.

하지만 넷플릭스와 아마존의 도전은 거세지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NFL에 이어 NBA 중계권도 확보했고, NBC/피콕은 TNT스포츠로부터 NBA 중계권을 가져갔다.

특히 넷플릭스의 행보가 주목된다. 크리스마스 NFL 경기 중계를 시작으로, 여자월드컵 중계권을 2회 대회분 확보했다. WWE와는 10년 계약을 체결해 지난 6일 첫 생중계를 시작했다. WWE와 UFC를 소유한 TKO그룹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UFC 중계권 획득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디즈니의 푸보 인수는 무제한의 자금력을 가진 넷플릭스, 아마존과의 경쟁에서 더 이상의 구독자 이탈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스포츠 중계를 둘러싼 미디어 기업들의 싸움이 경쟁을 넘어 전쟁으로 판을 키우는 모양새다.

저작권자 © 더게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