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혁명이 축구계를 강타하고 있다(사진=Bing AI)
인공지능 혁명이 축구계를 강타하고 있다(사진=Bing AI)

 

[스포츠춘추]

인공지능(AI)이 축구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상대로 거둔 승리가 전세계에 충격을 안긴 지 10년, 이제 그 혁신의 물결이 축구계를 강타하고 있다.

디 애슬레틱의 조던 캠벨 기자는 1월 8일(한국시간) '축구를 바꾸는 인공 지능, 그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란 제목의 기사에서 빅데이터를 넘어선 AI 기술이 전술 분석과 선수 영입, 부상 방지까지 축구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맨체스터 시티 산하 시티 풋볼 그룹에서 6년간 데이터 인사이트 책임자를 지낸 리 무니는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AI는 24시간 만에 지난 150년간 프로 축구계에서 치러진 모든 경기보다 더 많은 축구 경기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선수와 감독으로서 경험하고 관람한 모든 경기, 요한 크루이프와 리누스 미헬스로 이어지는 세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모든 경험이 단 몇 시간 만에 시뮬레이션될 수 있다"며 "이런 문제 해결 지식이 하나의 인공 두뇌에 완벽하게 구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니는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십,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북미프로축구(MLS)의 구단들과 협업하는 MUD 애널리틱스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2000년대 초반부터의 2500만 건의 선수 출전 기록을 분석해 잠재적 영입 대상의 발전 궤적을 예측하는 모델을 구축했다.

무니는 "맨시티와 경기를 앞두고 AI에게 그들의 플레이 스타일과 개별 선수들의 장단점을 학습시킨 뒤, 수백만 번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보유한 선수들로 그들을 이길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전략을 찾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행기 조종사들이 실제 비행 전에 시뮬레이터로 훈련하듯, AI는 감독들이 자신의 감독직을 걸지 않고도 더 다양한 전술적 해법을 안전하게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수 영입 분야에서도 AI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디 애슬레틱이 프리미어리그와 풋볼리그 스카우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5%가 향후 5년 내 AI가 자신들의 역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데이터 분석을 적극 활용하는 브라이턴은 지난해 11월 데이터 기반 영입 시스템 강화를 위해 대부분의 전임 시니어 스카우트들을 해고했다.

한 프리미어리그 구단의 영입팀 관계자는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구단의 주요 AI 지지자 중 한 명이 최근 2년 내에 AI가 스카우트를 대체하기 시작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다만 무니는 "AI 모델이 보지 못하거나 신뢰도가 낮은 부분들이 있다"며 "압박 상황에서의 선수 행동, 좁은 공간에서의 볼 컨트롤, 주변 상황 인지(스캐닝) 타이밍, 터치감, 패스 비전 등은 영상으로는 쉽게 파악되지만 데이터로는 어렵거나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지적했다.

바르셀로나는 AI를 통한 부상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 바르사 이노베이션 허브의 알베르트 문데트 총괄 매니저는 "지난 10년간 GPS(위성항법장치)가 선수들의 퍼포먼스 모니터링의 핵심이었지만, 이제는 유전체 데이터와 다른 생체 지표들을 결합한 생의학 데이터가 차세대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르셀로나는 최근 500만 유로(약 71억원) 규모의 투자 라운드를 통해 테크바이오 기업 옴니스코프에 투자했다. 이 회사는 혈액 샘플을 통해 개별 세포를 분석해 0부터 100까지의 염증 지수를 산출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인공지능 해석을 통해 질병의 조기 징후를 진단하고, 세포 수준에서 치유 과정을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옴니스코프의 비제이 바스와니 CEO는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이 기술로 선수들의 회복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고 개인별 맞춤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며 "MRI를 보완하는 근육 흉터 진단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5년 내에 선수들의 생물학적 특성을 비인공적 방식으로 재도입함으로써 그들의 전성기를 연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3년 데이터 분석 기업 스탯밤을 설립하고 최근 허들에 매각한 테드 크넛슨은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축구계는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다"면서도 "10년이 걸렸지만 이제 모든 프리미어리그 구단이 선수 영입 과정의 첫 단계에서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간과 자원이 많이 필요할 뿐 아니라, 프로 스포츠의 특성상 우위를 점한 구단들은 그 지적 재산권을 철저히 보호한다"면서 "결국 AI 기술의 혁신이 축구계 전체로 퍼지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신중하게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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