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스페인 전역을 강타한 대규모 정전으로 마드리드 오픈 테니스 대회가 4월 28일(현지시간) 전면 중단됐다.
마드리드에서 열리고 있는 ATP·WTA 1000 시리즈 대회는 이날 오후 12시 30분경 경기 도중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인해 일시 중단됐다가 이후 당일 주간 및 야간 세션이 모두 취소됐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조직위의 통제를 벗어난 이유, 스페인 전역을 강타한 정전으로 인해 카하 마히카(대회장)에서 예정된 주간 및 야간 경기를 진행할 수 없게 됐다"며 "전력 부족으로 전국의 기반 시설이 작동을 멈췄으며, 카하 마히카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관계 당국과 협의한 결과, 선수와 팬, 대회 관계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모든 스포츠 활동을 중단·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전으로 인해 경기장 내 전자 라인 콜링(ELC) 시스템과 점수판이 모두 작동을 멈췄다. 주 경기장인 마놀로 산타나 스타디움에서는 TV 중계용 스파이더캠이 코트 근처에 위험하게 걸려 있었지만, 전력 부족으로 이를 들어 올릴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정전 발생 전 코코 고프는 벨린다 벤치치를 6-4, 6-2로, 미라 안드레에바는 율리아 스타로두브체바를 6-1, 6-4로 각각 제압했다. 마테오 아르날디는 정전 중에도 경기를 재개해 다미르 주무르를 6-3, 6-4로 이겼다.
영국의 제이콥 핀리는 그리고르 디미트로프와의 경기에서 매치포인트를 세이브한 직후 경기가 중단되는 불운을 겪었다. 두 선수는 핀리가 2세트 4-5에서 서브를 넣으려는 순간 코트에서 철수해야 했다.
관중들은 휴대전화 손전등을 이용해 어두운 통로를 통과해야 했고, 식음료 매장에서는 현금 결제만 이루어졌다. 선수들과 스태프들은 식당과 시설 곳곳에서 촛불을 이용해 생활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스페인 전력망 관리업체인 레드 엘렉트리카 데 에스파냐는 성명을 통해 "이베리아 반도 시스템의 정전 이후 전력 공급을 복구하기 위한 프로토콜이 가동됐다"며 "원인을 분석 중이며 모든 자원을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대규모 정전은 스페인뿐만 아니라 포르투갈 일부 지역과 프랑스 남부 지역까지 영향을 미쳤다. 스페인 각지에서는 신호등이 꺼지고 지하철과 엘리베이터가 멈추면서 시민들이 고립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아직 정전의 원인에 대한 결정적인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며 "어떤 가설도 배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현재까지 사이버 공격의 징후는 없다"고 언급했다.
스페인 전력망 당국은 전력 복구에 6~10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정전 발생 11시간 후에도 국토의 약 절반만 전력이 복구된 상태다.
마드리드 오픈은 12일 동안 진행되는 대회로, 정전이 하루만 지속된다면 경기 일정을 재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정전 사태가 더 길어질 경우 빡빡한 테니스 투어 일정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여자부와 남자부 결승은 각각 5월 3일과 4일에 예정되어 있으며, 같은 1000 시리즈 대회인 이탈리아 오픈은 5월 7일 로마에서 개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