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노르웨이의 캐스퍼 루드(26·세계 15위)가 생애 첫 ATP 마스터스 1000 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루드는 5월 5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마드리드 오픈 남자 단식 결승에서 영국의 잭 드레이퍼(23·세계 6위)를 상대로 7-5, 3-6, 6-4로 승리했다.
루드는 2시간 30분 접전 끝에 막판 포어핸드 위너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그는 2022년 마이애미 오픈과 지난해 몬테카를로 마스터스에서 준우승에 그친 아쉬움을 씻고 세 번째 도전 만에 마스터스 1000 정상에 올랐다. 노르웨이 선수로는 최초의 마스터스 1000 우승자가 된 루드는 이번 우승으로 세계 랭킹 7위까지 상승하게 됐다.
루드는 경기 후 "드레이퍼가 올 한 해 정말 잘하고 있어서 내가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잭은 정말 대단한 선수"라고 상대를 치켜세웠다. 이어 "잭의 경기에는 약점이 없다"며 "앞으로 클레이코트에서 더 까다로운 상대가 될 것이고, 계속해서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다. 그에게는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평가했다.
이날 경기는 세트마다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첫 세트에서 드레이퍼는 초반 브레이크를 성공시키며 5-3까지 앞섰으나,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 세트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루드는 끈질긴 수비와 안정적인 포어핸드로 연속 브레이크에 성공해 첫 세트를 7-5로 가져갔다.
두 번째 세트에서는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드레이퍼는 정신을 가다듬고 공격적인 플레이로 반격에 나섰다. 서브 게임에서 첫 14포인트 중 13개를 따내는 완벽한 경기력을 보이며 4-3에서 브레이크에 성공했고, 결국 6-3으로 세트를 가져갔다. 특히 이 세트에서 드레이퍼는 단 한 개의 비포스드 에러만 기록하는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줬다.
마지막 세트는 가장 팽팽한 접전이 펼쳐졌다. 두 선수는 고비마다 상대방의 서브 게임을 공략했지만, 루드가 3-2에서 결정적인 브레이크에 성공했다. 드레이퍼도 사력을 다했지만, 프렌치오픈 두 차례 준우승 경험을 가진 루드의 클레이코트 경험이 결국 승리를 가져갔다.
드레이퍼는 패배 후 "테니스는 정말 냉혹한 스포츠지만 포기하지 않겠다. 오히려 이번 패배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좋은 경기력을 보였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상대는 흔들림 없었고 내 집중력이 살짝 떨어진 것이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드레이퍼에게 이번 대회는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클레이코트에서의 가능성을 증명한 중요한 2주였다. 그는 이전까지 클레이코트 대회에서 8강 이상 진출한 적이 없었으나, 이번 마드리드 오픈에서는 결승까지 진출하며 자신의 잠재력을 입증했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 결과로 드레이퍼는 세계 랭킹 5위라는 새로운 커리어 하이를 달성하게 됐다.
전 세계 1위 앤디 머레이는 이미 작년에 드레이퍼가 "미래에 세계 1위가 될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드레이퍼는 올해 초 호주오픈에서 연속 5세트 경기를 세 번이나 승리하며 체력 문제를 극복했고, 인디언웰스에서 첫 마스터스 타이틀을 획득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다음 주에는 로마 마스터스가, 그리고 이달 말에는 프랑스오픈이 예정되어 있어 클레이코트 시즌의 열기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