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132년 역사의 프리미어리그 명문 구단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1988년부터 36년간 사용해온 클럽 배지의 개편을 추진하면서 팬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뉴캐슬 구단은 9일(현지시간) 팬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2026-27시즌부터 사용할 새로운 클럽 배지를 위한 팬 의견 수렴 과정에 돌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구단은 현재의 배지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글로벌 디지털 브랜딩 요구사항에 부적합하다고 판단, 디자이너들과 협력하며 팬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시작했다.
뉴캐슬의 현 배지는 도시의 문장(紋章)을 기반으로 하며, 성곽 탑 위에 앉아 세인트 조지의 깃발을 든 사자와 두 마리의 해마가 도시의 해상 및 방어 전통을 상징하고 있다. 새롭게 디자인될 배지는 1950년대 이후 뉴캐슬이 착용하게 될 네 번째 공식 배지가 된다.
구단은 공식 성명에서 "우리 클럽이 글로벌 무대에서 성장함에 따라 우리를 대표하는 상징도 그 속도를 맞출 수 있어야 한다"며 "유니폼에서부터 화면, 상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곳에서 선명하고 뚜렷하게 나타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배지를 업데이트할 시간이 왔다. 우리는 이 결정을 가볍게 내리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배지를 사랑한다. 그것은 상징적이며 잊을 수 없는 승리와 시련의 시간을 함께했다"면서도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과거의 복잡한 디자인은 오늘날의 디지털 세계에서 항상 잘 표현되지 않고, 선명하고 일관되게 재현하기 어렵다. 축구와 세계가 변화함에 따라 우리를 하나로 묶는 상징도 변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뉴캐슬은 일주일 동안 진행되는 이번 협의 과정에서 팬들이 새 배지에 대한 선호도를 제출한 후 여러 옵션 중 하나에 투표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구단 측은 "개선과 복각이 우리가 권장하는 접근 방식"이라고 강조하며 급진적 변화보다는 세심한 개선을 약속했다.
우선 뉴캐슬의 시즌권 소지자와 회원들은 5월 16일까지 현재 배지에서 유지하거나 업데이트해야 할 요소에 대한 설문에 응답할 수 있다. 이 결과는 독립 조사기관 사반타가 수집해 구단에 전달할 예정이다. 배지 변경은 어떤 경우에도 다음 시즌 시작 전까지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구단은 명확히 했다.
일각에서는 2021년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구단을 인수한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의 문화적 요소가 새 배지에 반영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그러나 영국 언론에 따르면 뉴캐슬의 소유주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시각적으로 반영하는 요소가 디자인에 포함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팬 자문위원회(FAB)는 이미 협의 과정을 거쳤으며, 급진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받았다고 전해졌다.
그러나 팬들 사이에선 배지 교체에 부정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영국 가디언의 루이스 테일러 기자는 "새 배지의 등장은 많은 지지자들을 슬프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배지는 1990년대 중반 케빈 키건 감독이 이끈 '엔터테이너스' 팀의 상징으로 사랑받아 왔고, 올 시즌 초 구단이 오랜 무관 시대를 끝내면서 새로운 성공의 상징으로도 자리매김했다.
뉴캐슬 서포터스 트러스트는 설문조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유도적인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어떤 의미 있는 팬 참여나 신뢰할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서포터스는 "클럽은 클럽 배지의 중대한 변경을 하기 전에 지지자들의 과반수가 찬성한다는 증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영국축구협회 규정을 거론하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뉴캐슬의 배지는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다. 1976년부터 1983년까지는 성채 앞에 서 있는 까치와 전경에 타인강이 있는 배지를 사용했으며, 1983년부터 1988년까지는 아래로 굽어진 대문자 C 아래에 서 있는 까치가 특징인 배지를 사용했다.
까치는 구단의 별명 '맥파이스(Magpies)'에서 비롯된 것으로, 현재의 도시 문장에 기반한 배지보다 클럽의 정체성을 더 직접적으로 나타낸다는 의견도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팬들은 이전 배지의 요소들이 새 디자인에 통합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오랜 무관 시대를 마감하며 새로운 도약기를 시작한 뉴캐슬의 배지 변경이 팬들의 공감과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