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 힐의 다저스 시절(사진=스포츠춘추 DB)
리치 힐의 다저스 시절(사진=스포츠춘추 DB)

 

[스포츠춘추]

메이저리그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도전이 시작됐다. 만 45세의 노장 투수 리치 힐이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현역 연장에 나선다. 로열스가 5월 14일(한국시간) 공식 발표한 이번 계약으로 힐은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인 14개 구단 소속으로 뛸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2005년 시카고 컵스에서 데뷔한 힐은 지난 20년간 13개 구단을 거쳐왔다. 통산 386경기에 등판해 248경기를 선발로 나섰으며, 1428탈삼진에 평균자책 4.01을 기록했다. 그의 나이는 올리버 마몰(38세) 등 일부 현역 감독들보다 많으며, 빅리그에 올라오면 저스틴 벌랜더(42)를 제치고 현역 최고령 선수가 된다.

지난해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4경기 구원 등판 후 방출된 힐은 8개월간 무소속 상태였다. 이에 야구계에서는 그의 은퇴가 기정사실화됐지만, 힐은 포기하지 않았다. 힐은 한 팟캐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꾸준히 불펜 피칭을 해왔고 최근엔 110구까지 던졌다며 "3주 내에 메이저리그에 복귀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공이 지난 몇 년보다 좋아졌다. 신체적으로도 강하고 건강하다"는 말도 전했다.

힐의 야구 인생은 넷플릭스 시리즈로 만들어도 손색없을 정도로 파란만장하다. 2002년 4라운드 지명으로 시카고 컵스에 입단해 2005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지만, 10년 넘게 여러 팀을 전전하며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다른 선수들은 은퇴를 고민하는 나이인 35세에 야구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2015년 독립리그에서 재기를 노린 그는 보스턴의 눈에 띄어 시즌 막판 4경기에서 놀라운 호투를 선보였다. 이듬해인 2016년엔 오클랜드와 LA 다저스에서 20경기 선발로 등판해 평균자책 2.12에 12승 5패의 경이로운 성적을 기록했다. 30대 후반에는 명문 다저스의 핵심 선발투수로 3시즌 반을 활약하며 '리치 힐 르네상스'라는 찬사를 받았다.

40대에 접어든 2020년 이후에도 그의 열정은 식지 않았다. 미네소타, 탬파베이, 피츠버그, 샌디에이고, 보스턴을 오가며 471.2이닝을 소화하는 노익장을 과시했다. 가을 무대에서도 빛을 발했는데, 월드시리즈 3경기 선발 등판에서 평균자책 1.80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남겼다. 다만 아직까지 우승 반지를 손에 넣지 못한 게 한으로 남았다. 

캔자스시티 맷 쿼트라로 감독은 "힐은 정말 승부욕이 강한 선수다. 그보다 승리를 더 원하는 사람은 없고, 그보다 더 불같은 사람도 없다"며 "그 나이에도 여전히 강한 의지로 경쟁을 계속한다는 것이 놀랍다"고 평가했다.

힐은 캔자스시티의 확장 스프링 트레이닝에 합류해 몸 상태를 끌어올린 뒤 트리플A 오마하로 이동할 예정이다. 그가 메이저리그에 콜업된다면 에드윈 잭슨과 함께 역대 최다인 14개 구단 소속 기록을 세우게 된다. 비교적 탄탄한 선발진을 보유한 캔자스시티에서 힐의 나이를 잊은 도전이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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