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레이와 조코비치의 만남(사진=호주오픈 SNS)
머레이와 조코비치의 만남(사진=호주오픈 SNS)

 

[스포츠춘추]

테니스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코치-선수 관계가 막을 내렸다. 앤디 머레이와 노박 조코비치가 프랑스 오픈을 약 열흘 앞두고 함께 걷던 길을 마감했다.

둘은 5월 14일(한국시간) 일제히 결별 소식을 발표했다. 머레이 측은 현지 매체에 "상호 합의에 의한 결정"이라고 밝혔으며, 조코비치 측은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머레이는 공식 성명을 통해 "지난 6개월간 함께 일할 수 있는 믿을 수 없는 기회를 준 노박과 그의 팀에 감사드린다. 남은 시즌 노박에게 행운이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조코비치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코트 안팎에서 함께한 모든 순간에 감사하다. 서로 더 가까워진 시간이었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의 파격적인 동행은 지난해 11월 시작됐다. 당시 막 은퇴한 머레이는 "코치를 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한 지 30분 만에 조코비치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역대 최다 그랜드슬램 우승자(24회)가 건넨 제안에 머레이는 가족과 상의 후 자신의 오랜 라이벌을 코칭하는 이례적 도전을 수락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올해 호주오픈에선 카를로스 알카라스를 완파하는 등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준결승에선 햄스트링 부상으로 알렉산더 즈베레프에게 기권패했다. 그 이후 인디언웰스, 몬테카를로, 마드리드에서 모두 1회전 탈락하는 등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특히 지난달 마드리드오픈에서는 당시 세계 44위 마테오 아르날디에게 완패한 후 "이제는 대회에서 한두 경기라도 이기기를 바라는 새로운 현실에 적응해야 한다"며 좌절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연습 중에는 "이 망할 테니스 때려치우고 싶다"며 분노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처음부터 임시 계약으로 시작한 두 사람의 동행은 호주오픈 이후 미국 하드코트 대회와 유럽 클레이 시즌까지 연장됐었다. 머레이는 25년간 알고 지낸 조코비치와 호흡을 맞추며 "선수로서 오래 만났지만 사적으로는 서로를 잘 몰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세계 랭킹 6위로 떨어진 조코비치는 이탈리아오픈을 건너뛰고 다음 주 제네바오픈(ATP 250)에 출전할 예정이다. 25일 개막하는 프렌치오픈에서는 마가렛 코트와 공동으로 보유 중인 메이저 대회 최다 우승(24회) 기록을 깨기 위한 도전을 이어간다.

머레이의 향후 계획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의 찰리 에클셰어 기자는 영국 테니스계 소식통을 인용해 머레이가 영국 데이비스컵 감독을 맡거나 세계 5위 잭 드레이퍼의 코치를 맡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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