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가 토트넘 홋스퍼로의 복귀 가능성을 일축했다. 5년간 토트넘을 이끌며 챔피언스리그 결승까지 올렸던 아르헨티나 출신 명장은 현재 미국 축구대표팀 감독직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포체티노는 6월 8일(한국시간) 미국 코네티컷주 이스트 하트퍼드에서 열린 터키와의 친선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토트넘 복귀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비현실적"이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미국이 터키에 1대 2로 패한 직후 열린 이 자리에서 그는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우리(코칭스태프)가 어디에 있는지 보라. 답은 너무 명확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토트넘은 전날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포스텍은 17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안겨준 공로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어리그에서의 참혹한 성적표 때문에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토트넘은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17위라는 창단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으며, 승점 역시 프리미어리그 시대 최저치를 찍었다.
포스테코글루의 경질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포체티노의 이름이 후임 감독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토트넘을 지휘하며 2016년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고, 2019년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이라는 클럽 역사상 최고의 성과를 이끌어낸 그였기에 팬들의 '포체티노 어게인' 기대는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포체티노는 냉정한 현실 인식을 보여줬다. 그는 "2019년 토트넘을 떠난 이후 감독 자리가 비워질 때마다 내 이름이 후보 명단에 올랐다"며 "소문을 들어서 알겠지만, 후보 명단에 감독이 100명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무슨 일이 생기면 당연히 알게 되겠지만, 지금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포체티노의 단호한 거부 의사에는 미국 대표팀에 대한 책임감이 깔려 있다. 2024년 말 미국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그는 2026년 월드컵까지 계약이 체결돼 있다. 특히 2026년 월드컵은 미국, 캐나다, 멕시코 공동 개최로 치러지는 만큼 홈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미국 축구의 새로운 역사를 써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안고 있다.
물론 현실은 녹록지 않다. 미국 대표팀은 포체티노 체제 출범 이후 기복을 보이고 있다. 3월 네이션스리그에서 파나마와 캐나다에 연이어 패하며 3연패를 당했고, 이날 터키전에서도 아쉬운 역전패를 당했다. 잭 맥글린이 전반전 멋진 중거리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렸지만, 3분 사이 연속 실점으로 경기를 내줬다.
그럼에도 포체티노는 미국행을 후회하지 않는 모습이다. 기자회견장을 나서면서 그는 가슴에 손을 올리며 "내 클럽이니까"라고 말했다. 토트넘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지만, 지금은 미국에서 맡은 바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한편 토트넘은 이미 후임 감독 물색에 본격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언론들은 브렌트퍼드의 토마스 프랭크 감독이 1순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덴마크 출신인 프랭크는 1000만 파운드(약 175억원)의 바이아웃 조항을 가지고 있으며, 토트넘의 공식 제안에 열린 자세를 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프랭크는 2018년부터 브렌트퍼드를 이끌며 챔피언십에서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이뤄낸 뒤 안정적으로 팀을 운영해왔다. 이번 시즌 브렌트퍼드는 10위로 시즌을 마감하며 56승점을 기록했다. 토트넘의 기술이사인 요한 랑 역시 덴마크 출신으로, 두 사람이 린뷔 BK에서 함께 일했던 인연이 프랭크에게 힘이 될 전망이다.
잠시 토트넘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포체티노 복귀설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아르헨티나 출신 감독은 미국 땅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기로 했고, 토트넘은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17년 만의 트로피라는 달콤한 성과와 최악의 리그 성적이라는 쓴 현실 사이에서, 토트넘의 새로운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