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최근 미 프로농구 NBA에서 선수들의 아킬레스건 파열 부상이 급증하며 우려를 낳고 있다. 6월 29일(한국시간) 스포츠 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2024-25시즌에만 7명의 선수가 아킬레스건 파열을 겪었으며, 특히 플레이오프에서만 올스타급 선수 3명이 연달아 부상을 당했다.
지난주 NBA 파이널 7차전에선 인디애나 페이서스의 타이리스 할리버튼의 아킬레스건이 완전히 파열돼 시즌을 마감했다. 이에 앞서 보스턴 셀틱스의 제이슨 테이텀과 밀워키 벅스의 데미안 릴라드도 같은 부상을 당했다.
이는 과거와 비교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1992년 같은 부상을 겪은 농구 명예의 전당 멤버 도미니크 윌킨스는 "내가 뛸 때는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하는 선수가 많지 않았다"며 "세상의 모든 기술이 발달했는데 왜 더 많은 선수들이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윌킨스는 아킬레스건 부상 증가의 주된 원인으로 어린 나이부터 시작되는 농구 전문화를 꼽았다. "의심할 여지없이 몸의 혹사 때문"이라며 "AAU(아마추어 체육연합) 농구 같은 것을 너무 어린 나이부터 시작해서 몸이 쉴 틈을 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AAU 농구는 미국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엘리트 농구 리그로, 최근 들어 규모와 인기가 크게 늘었다. 이로 인해 NBA에 입단하는 선수들이 과거보다 더 많은 경기를 소화한 상태로 프로무대에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윌킨스는 "몸은 기계가 아니다. 더 나아지고 더 강해지는 지점까지 몸을 밀어붙일 수는 있다"며 "하지만 코비(브라이언트), 나, 마이클(조던) 같은 위대한 선수들도 몸을 쉬게 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강조했다.
의료진들은 아킬레스건 부상 증가에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밴더빌트대 정형외과 니콜라스 스트래서 교수는 "아킬레스건은 바이올린 현과 같다"며 "하나의 구조처럼 보이지만 내부에는 많은 섬유가 있어 부분적 파열이나 완전 파열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할리버튼의 부상 순간을 본 스트래서 교수는 "2019년 NBA 파이널에서 케빈 듀란트가 부상당했던 상황과 너무 비슷했다"며 "리플레이를 보자마자 아킬레스건이 파열됐다는 걸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의학적으로는 '네거티브 스텝'이라 불리는 동작에서 부상이 자주 발생한다. 선수가 가속하거나 방향을 바꾸기 위해 발을 몸 뒤쪽으로 갑자기 디딜 때 아킬레스건이 수축과 신장을 동시에 하면서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대 농구의 특성 변화도 아킬레스건 부상 증가에 영향을 준다고 봤다. 지난 10년간 NBA 경기 페이스는 1970년대와 1980년대 후반 수준으로 빨라졌고, 3점슛 수비 횟수도 역대 최고 수준(100포제션당 37.8회)을 기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로우탑 농구화 착용 증가를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지만 이에 관해 의료진들은 신중한 입장이다. 스트래서 교수는 "발목 염좌 같은 부상에는 신발 높이가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아킬레스건은 무릎까지 이어지는 긴 거리를 지나므로 직접적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킬레스건 파열 수술은 보통 2시간 내에 끝나지만 복귀까지는 최소 6개월 이상 걸린다. 윌킨스는 1992년 부상 후 282일 만에 복귀해 시즌 평균 29.9점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재활의 대표 사례가 됐다.
하지만 모든 선수가 윌킨스처럼 성공적으로 돌아오지는 못한다. 코비 브라이언트와 패트릭 유잉은 부상 후 경기력이 크게 떨어졌고, 듀란트는 복귀 후 시즌당 평균 27경기를 결장하고 있다.
윌킨스는 "인내심이 성공적인 복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인내심과 노력, 그리고 점프에만 의존하지 않고 기본기에 더 충실한 플레이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스트래서 교수는 단백질 섭취와 균형 잡힌 식단으로 최적의 영양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할리버튼을 비롯한 3명의 올스타 선수들은 재활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스타 선수들의 연쇄적인 아킬레스건 부상은 NBA가 선수들의 부상 예방을 위해 경기 일정 조정과 휴식 관리에 더욱 신경 쓸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