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우승 문 앞에서 천국을 꿈꿨던 인디애나 페이서스 앞에 최악의 악몽이 찾아왔다. 스타 가드 타이리스 할리버튼(25)이 NBA 파이널 7차전에서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쓰러진 것이다.
할리버튼을 중심으로 한 왕조 건설을 꿈꿨던 인디애나는 6월 23일(한국시간)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에 91대 103으로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하지만 우승을 놓친 아쉬움보다 더 큰 충격은 할리버튼의 장기 결장으로 인한 팀의 어두운 미래다.
오클라호마시티 페이컴센터에서 열린 7차전에서 할리버튼은 1쿼터 4분55초를 남기고 상대와의 충돌 없이 혼자 쓰러지며 경기를 마감했다. ESPN 중계진이 할리버튼의 아버지 존을 인용해 전한 바에 따르면, 부상 부위는 농구 선수 생명에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다.
할리버튼은 이날 역사에 남을 경기를 예고하듯 폭발적인 출발을 보였다. 1쿼터에서 4개의 3점슛 중 3개를 성공시키며 9점을 기록하던 중 운명의 장난이 시작됐다. 골대를 향해 돌파를 시도하던 할리버튼은 스텝백 동작에서 오른발을 뒤로 디디려다 그대로 주저앉았다. 상대 선수와의 접촉은 전혀 없었다.
순간 무언가 끊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은 할리버튼은 "안 돼, 안 돼!"라며 절규하면서 주먹으로 코트를 내리쳤다. 릭 칼라일 감독은 "그 순간 우리 모두의 가슴이 내려앉았다"고 릭 칼라일 감독이 말했다. 좋지 않은 상황을 직감한 '킹' 르브론 제임스는 SNS에 "빌어먹을!"이라는 격한 문구로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할리버튼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NBA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그는 4라운드 모든 시리즈에서 마지막 순간 동점 또는 결승 슛을 성공시킨 최초의 선수였다. 평균 17.7점과 플레이오프 최다인 9.0어시스트를 기록했으며, 197어시스트는 페이서스 단일 플레이오프 최다 기록이었다.
칼라일 감독은 "그는 NBA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개인 플레이오프 퍼포먼스를 만들어냈다"며 "극적인 장면들이 계속 이어졌고, 그 누구도 보지 못한 것들이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마지막 경기 부상으로 이 모든 마법 같은 여정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끝나고 말았다.
가장 잔혹한 것은 할리버튼의 부상이 인디애나의 미래 청사진을 완전히 뒤바꿔놓았다는 점이다. 아킬레스건 파열이 확정될 경우, 할리버튼은 2025-26시즌 전체를 결장할 가능성이 높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할리버튼의 부상으로 우승을 노렸던 팀의 2-3년 계획이 혼란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인디애나는 할리버튼을 중심으로 한 핵심 로스터를 2027-28시즌까지 유지하며 왕조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파스칼 시아캄, 앤드류 넴하드, TJ 맥코넬, 오비 토핀 등 주요 선수들이 모두 장기 계약을 맺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할리버튼의 뛰어난 능력과 구단의 얼굴 역할을 대체할 선수는 없다. 인디애나는 2022년 트레이드 데드라인에서 도만타스 사보니스를 새크라멘토에 보내고 할리버튼을 영입했으며, 2023년 5년 2억6000만 달러(3640억원) 계약을 체결했다.
시아캄은 "그가 겪을 힘든 시간들을 생각하면 더욱 아프다"며 "그는 모든 것을 우리에게 줬는데, 함께 끝을 보지 못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인디애나는 전형적인 중소시장 구단이다. 스포트랙에 따르면 인디애나는 2005년 이후 사치세를 한 번도 지불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유계약선수(FA)인 센터 마일스 터너(29) 재계약을 위해서는 연간 3000만 달러(420억원) 수준의 계약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팀을 사치세 기준선 위로 올릴 가능성이 높다.
터너는 이번 파이널에서 평균 10.6점(전체 37.7%, 3점 21.7%), 4.4리바운드, 1.4블록으로 부진했지만, 이번 여름 FA 시장 최고의 센터로 평가받는다. 그는 경기 후 "정말 특별한 여정이었다"며 "10승 15패로 시작해서 파이널까지 온 모든 과정, 함께한 동료들과의 추억을 평생 그리워할 것"이란 말로 마치 떠날 사람처럼 소감을 밝혔다.
인디애나는 잠재적으로 부상선수 예외 조항을 신청할 수 있다. 이는 할리버튼 연봉(4550만 달러·637억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FA 선수를 영입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이는 NBA 지정 의료진이 선수의 부상으로 인한 시즌 전체 결장을 공식 판정해야 적용된다.

인디애나는 수십 년간 고의적인 탱킹을 거부해왔다. 칼라일 감독은 시즌 중 "높은 기대치를 갖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라며 "낮은 기대치를 갖고 희망만 팔며 버티는 팀이 되고 싶지 않다. 그런 팀을 만들기 위해 내가 여기 온 것도 아니고, 케빈 프리차드(농구 운영 사장)가 일하는 이유도, 구단주의 철학도 그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할리버튼이 빠진 상황에서 인디애나는 드래프트와 트레이드를 통한 보강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구단은 지난주 2025년 1라운드 픽을 뉴올리언스에 넘기고 2026년 픽을 되찾는 거래를 했는데, 필요하다면 이를 다시 활용해 올해 드래프트에 참여할 수도 있다.
미국 언론들은 할리버튼의 부상이 팀에 미칠 파급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디 애슬레틱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제이슨 테이텀과 데미안 릴라드가 아킬레스 부상을 당한 보스턴-밀워키처럼, 인디애나도 2025-26시즌을 사실상 '공백기'로 보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할리버튼이 정규시즌 막바지에 했던 말이 예언처럼 다가온다. 그는 "우리는 이 핵심 멤버들을 최대한 오래 함께 두려고 한다"며 "하지만 NBA의 샐러리캡과 새로운 단체협약 때문에 이 팀을 영원히 유지하기는 힘들다는 걸 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더욱 소중하다"고 말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파이널 진출이라는 동화 같은 이야기는 가장 잔혹한 방식으로 끝났다. 7차전이 끝난 후 할리버튼은 목발을 짚고 방문팀 라커룸 밖에서 동료들을 하나씩 껴안으며 맞이했다. 우승 트로피 대신 목발을, 왕조 건설 대신 재기를 준비해야 하는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