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테니스계 도핑 논란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인 타라 무어가 4년 출전정지 확정 판결에 대해 강력한 반발 성명을 발표했다.
영국 출신 무어(32)는 7월 21일(한국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반도핑 시스템은 망가졌다"고 주장했다. 지난 16일 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그녀에 대한 4년 출전정지 처분을 최종 확정한 지 5일 만이다. 무어는 2028시즌이 시작해야 테니스 코트로 돌아올 수 있다.
"지난 3년 반은 나를 산산조각으로 부숴버렸다"고 무어는 성명에서 밝혔다. "가족과 친구들이 부서진 내 조각들을 주워 담으며 허둥댔고, 그들은 나를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다시 붙여놨다. 내가 결백하다고 말해줄 패널은 필요 없다. 내가 가져온 진실성을 알고 있고, 내가 무죄라는 것을 알고 있다."
무어의 도핑 사건은 2022년 4월 콜롬비아 대회에서 시작됐다. 그녀는 단백동화스테로이드인 볼데논과 난드롤론에 양성 반응을 보였다. 2023년 12월 독립 패널은 무어에게 "과실이나 부주의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국제테니스청렴기구(ITIA)가 이 결정에 불복해 CAS에 상소했다.
CAS는 ITIA의 상소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과학적, 법적 증거를 검토한 결과 선수가 자신의 샘플에서 발견된 난드롤론 농도가 오염된 고기 섭취와 일치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무어가 주장한 콜롬비아 현지 소고기·돼지고기 오염설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또한 "무어가 반도핑 규정 위반이 의도적이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고 결론지었다. 무어의 반박 상소도 부적절하다며 각하했다.

무어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다른 최상위 랭킹 선수들과 비교하며 불만을 표출했다. "나는 약자였다"고 그녀는 말했다. "권력을 가진 조직들과 사람들이 옳은 일을 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내가 알던 삶을 나에게서 빼앗아 갔다."
실제로 무어의 처벌은 최근 비슷한 사안을 겪은 톱 랭킹 선수들과 대조를 이룬다. 올해 윔블던 남녀 단식 우승자인 야닉 시너와 이가 시비옹테크는 도핑 양성 반응 후에도 상대적으로 짧은 출전정지 처분을 받았다.
시너는 2024년 3월 금지약물 클로스테볼에 양성 반응을 보였지만 3개월 출전정지에 그쳤고, 그랜드슬램 대회는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시비옹테크 역시 트리메타지딘 양성 반응에도 불구하고 단 한 달 출전정지를 받았다.
테니스계에서는 선수 지위에 따른 차별적 처벌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24회 그랜드슬램 우승자 노박 조코비치는 올해 2월 "대부분의 선수들이 편애가 있다고 느끼고 있다"며 "정상급 선수이고 최고의 변호사들을 쓸 수 있다면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세레나 윌리엄스는 더욱 직설적이었다. 그는 4월 타임지 인터뷰에서 "내가 똑같이 했다면 감옥에 갔을 것"이라며 "솔직히 말하면 20년은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어는 "지난 몇 년 동안 모든 사람들이 이 과정이 얼마나 주관적인지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또한 "반도핑 시스템은 망가졌다. 내가 그 증거다. 우리는 이를 고쳐야 한다"며 시스템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ITIA는 그동안 어떤 선수에게도 특혜를 주지 않았다고 강력히 부인해왔다. 하지만 재력과 자원의 격차에 따른 변호 능력의 차이가 처벌 수위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은 지속되고 있다.
WADA는 2025년 12월 반도핑 규정 개정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제안된 개혁안에는 의도하지 않은 오염 사례에 대해 더 관대한 처벌을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선수 간 자원 격차라는 근본적 문제는 여전히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무어는 "적절한 때가 오면 할 말이 훨씬 더 많다"며 추가 발언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녀의 이번 성명은 테니스계 반도핑 시스템을 둘러싼 논란에 새로운 국면을 열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