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핵심 선수를 다른 팀에 보내는 건 마음아픈 일이다. 특히 득점을 책임지는 공격수라면 더욱 그렇다. 대부분의 구단은 주전 스트라이커가 이적설에 휘말리기만 해도 전전긍긍한다.
하지만 독일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는 다르다. 이들에게 에이스 공격수를 파는 건 '자연스럽고 필요한 과정'이다. 그것도 6년간 무려 5천5백억원어치나.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의 톰 해리스 기자가 24일(한국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프랑크푸르트는 지난 6년간 공격수 판매만으로 약 3억4천5백만 유로의 수익을 올렸다. 지난 7시즌 중 4번이나 최고 득점자를 내보냈는데도 오히려 성적은 더 좋아졌다. 역설적이다.
이런 철학의 중심에는 마르쿠스 크로셰 스포츠 디렉터가 있다. 그는 지난해 8월 스카이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흥미로운 표현을 썼다. 파리 생제르맹,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같은 팀들을 '최종 목적지 클럽'이라고 부른 것이다.
"우리는 그런 최종 클럽들에게 선수를 파는 중간 단계 클럽이다. 선수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의 발전 속도가 클럽의 발전 속도보다 빠르고, 우리가 원하는 돈을 받을 수 있다면 보내주겠다.'"
크로셰의 말은 더 이어진다. "그래서 많은 젊은 재능들이 프랑크푸르트를 좋아한다. 우리가 그들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선수를 파는 것도 내 일의 일부다. 감정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이건 비즈니스다."
냉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선수와 클럽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시스템이다. 프랑크푸르트는 훈련 시설과 코칭 스태프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 심리학자, 영양 전문가, 개별 코치까지 갖춘 완벽한 육성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재 위고 에키티케가 리버풀로 이적할 예정이다. 부가조항 포함 이적료는 약 9천1백만 유로다. 이로써 프랑크푸르트의 2023년 여름 이후 순이적 수익은 1억6천1백만 유로까지 늘어나게 됐다.

가장 큰 돈을 안겨준 건 랑달 콜로 무아니와 오마르 마르무시였다. 둘 다 공짜로 데려와서 총 1억6천5백만 유로에 팔았다. 에키티케까지 합치면 공격수 판매만으로 6년간 3억4천5백만 유로를 벌어들인 셈이다.
크로셰 부임 전에도 이런 흐름은 있었다. 2019년 여름 세바스티앵 알레와 루카 요비치를 동시에 팔며 투자금의 3배 이상을 회수했다. 이들 대신 임대로 온 안드레 실바는 1년 뒤 구매가의 8배 가격에 팔려나갔다.
프랑크푸르트의 영입 철학은 단순하다. 25세 미만 위주, 재판매 가치 고려, 팀 스타일 적합성. 하지만 이런 원칙을 일관되게 지키는 게 쉽지 않다. 지난 26번의 영구 영입 중 21명이 입단 당시 25세 미만이었다는 사실이 이들의 철저함을 보여준다.
시장에서 기회를 포착하면 과감하게 큰돈을 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가장 비싸게 산 선수 10명 중 6명이 아직 팀에 남아있고, 나간 선수들로는 총 1억1천1백만 유로의 수익을 올렸다.
최근 영입한 요나탄 부르카르트를 보자. 이제 막 25세가 된 독일 국가대표 공격수다. 마인츠에서 18골을 넣으며 작별 시즌을 보냈다. 최전방뿐 아니라 윙백까지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선수다. 딱 프랑크푸르트가 좋아할 만한 타입이다.
프랑크푸르트 CEO 악셀 헬만은 마르무시를 예로 들며 클럽의 육성 능력을 자랑했다. "마르무시가 왔을 때 그는 진정한 골잡이가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 코치들이 그와 정신적, 신체적, 전략적, 전술적, 기술적으로 작업했다. 완전히 새로운 선수를 만들어냈다."
실제로 마르무시는 빠르고 포지션 변화가 자유로운 공격수로 프랑크푸르트에 왔지만, 18개월 뒤엔 만능 공격수가 되어 떠났다. 마무리 능력, 프리킥 실력, 연계 플레이까지 갖춘 완성형으로 거듭났다.

보는 시각에 따라 프랑크푸르트의 접근을 야심 부족으로 볼 수도 있다. 왜 좋은 선수를 키워서 남에게 주느냐는 의문이다. 하지만 축구계 먹이사슬에서 프랑크푸르트처럼 자신들의 위치를 정확히 아는 건 오히려 강점이다.
젊은 유망주들도 이를 안다. 프랑크푸르트에 가면 제대로 된 육성을 받고, 실력을 인정받으면 빅클럽으로 갈 수 있다는 걸. 착각도 없고 거짓 약속도 없다. 선수가 열심히 하면 원하는 이적을 시켜주고, 클럽도 돈을 번다. 윈-윈이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면 안 된다. 이제 챔피언스리그 무대에도 서게 됐는데, 막대한 이적 수익을 어떻게 재투자할지가 과제다. 당장 팀을 개선할 스타 플레이어를 끌어들이기는 어렵다. 결국 미래에 계속 투자하는 수밖에. 프랑크푸르트의 스트라이커 생산 라인이 언제까지 굴러갈지, 그게 관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