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미국 리틀야구계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홈런을 친 뒤 기쁨에 넘쳐 배트를 던진 12세 소년이 "비신사적 행위"로 출전금지를 당했다가, 법정 투쟁 끝에 경기장으로 돌아가게 됐다. 더 기막힌 건 리틀리그 공식 SNS에서는 배트 플립 영상을 홍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뉴저지주 글로스터 카운티 법원의 로버트 말레스타인 판사는 7월 25일(한국시간) 마르코 로코(12·뉴저지 해든필드 리틀리그)의 출전금지 처분을 무효화했다고 발표했다. 로코는 이날 밤 열린 뉴저지주 결승전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판사는 "규칙을 만들어 시행한다면, 자의적이고 변덕스럽게 집행해서는 안 된다"며 "오늘 밤 경기에 뛸 수 있도록 하겠다"고 판결했다.
사건은 지난 16일 해리슨 리틀리그와의 경기에서 벌어졌다. 로코는 6회 2점 홈런을 친 뒤 흥분해서 배트를 공중으로 던졌다. 심판은 즉시 로코를 퇴장시켰고, 리틀리그는 주 결승전 출전금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문제는 리틀리그의 일관성 없는 태도였다. 말레스타인 판사는 "리틀리그 규정집에 배트 플립을 금지하는 구체적인 규칙이 없다"며 "불법도 아니고, 명시적 규칙 위반도 아니다. 오히려 리그 자체에서 장려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리틀리그는 자체 웹사이트와 SNS 계정에 배트 플립 영상들을 게재하고 홍보해왔다. 한쪽에서는 배트 플립을 멋진 장면으로 포장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같은 행위를 징계 사유로 삼은 것이다.
판사는 핵심을 찔렀다. "법원이 판단할 문제는 이것이 비신사적 행위냐, 아니면 홈런을 친 12세 아이의 순수한 기쁨 표현이냐는 것"이라고 했다.
리틀리그 측 변호사 맥스 빌렉은 "규칙은 명확하다. 심판이 결정하는 것이지 우리가 아니다"라며 "고의적인 행위였고 심판들이 위험하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리틀리그는 또 로코의 코치도 사건 후 "그런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잖아"라고 꾸짖었다고 덧붙였다.
리틀리그 측은 이런 소송이 늘어나면 자원봉사 심판들이 기피해 새 심판을 구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판사는 그런 잠재적 피해보다 로코가 12세로서는 마지막이 될 수 있는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진출 기회를 놓치는 확실한 피해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
"12세로서 주 챔피언십 리틀리그 경기에 뛸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라고 로코 측 변호사 브라이언 버클리가 강조했다.

부동산 변호사인 아버지 조 로코는 아들을 위해 법정 투쟁을 벌인 이유를 설명했다. "법정에서 이기든 지든, 때로는 인생이 불공평하다는 것과 불공평할 때는 맞서 싸울 방법이 있다는 걸 아들과 가족에게 가르치고 싶었다"고 했다.
"옳다고 믿는 일이 있으면 그것을 위해 싸워야 한다는 것"이라며 "아들 마르코에게 내가 그를 사랑하고 항상 곁에 있을 거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판결을 받은 로코는 기뻐했다. 조 로코는 "아들이 너무 행복해한다. 그게 내게는 가장 중요하다"며 "경기에 뛰는 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틀리그는 판결을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강한 불만을 표했다. "법원 명령은 따르겠지만, 모든 선수와 가족들을 위해 긍정적인 경험을 만들어가는 자원봉사자들과 지역사회로부터 시간과 에너지, 관심이 분산된 것이 극히 실망스럽다"는 성명을 냈다.
리틀리그는 또 "토너먼트 규칙이 선수 행위에 대한 모든 판단의 기준이며, 이는 명백히 심판의 재량 영역"이라며 심판 보호에 나섰다. "전국적으로 심판과 자원봉사자 부족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부모와 팬들의 남용과 폭언에 시달리는 유소년 스포츠 심판들을 지지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