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스포츠 베팅의 검은 그림자가 메이저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까지 덮쳤다.
MLB는 7월 29일(한국시간)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의 에마누엘 클라세(27)가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스포츠 베팅 조사로 8월 31일까지 강제 휴직 처분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트레이드 시장 불펜투수 최고 대어로 거론되던 특급 마무리가 도박 사건으로 급작스럽게 시즌을 중단하게 됐다.
클리블랜드는 이미 지난달 3일 루이스 오티즈를 같은 사유로 휴직시켰다. 두 달 사이 두 명의 주력 투수가 연쇄적으로 도박 의혹에 휘말리면서, 시즌 중반 예상치 못한 이중고를 겪게 된 클리블랜드다. 구단은 성명을 통해 "추가로 영향받을 선수나 관계자는 없을 것으로 통보받았다"고 밝혔지만 파장은 적지 않다.
클라세는 지난 3시즌 연속 아메리칸리그 세이브 1위를 기록한 현역 최고의 마무리다. 특히 지난해에는 평균자책 0.61로 사이영상 투표 3위에 올랐다. 올해는 다소 부진하지만 48경기에서 24세이브를 올리며 여전히 믿을 만한 9회 마운드의 수호자 역할을 해왔다. 그런 그가 도박 조사로 시즌 막판 불펜을 떠나게 됐다.
MLB 사무국은 "선수노조와의 합의에 따라 클라세는 유급 휴직에 들어간다"면서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추가 언급은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클라세의 구체적인 혐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먼저 징계받은 동료 오티즈의 사례가 실마리를 제공한다.
오티즈의 조사는 그가 던진 두 개의 초구를 둘러싼 특정 상황 베팅과 관련이 있다. 6월 15일 시애틀전과 6월 27일 세인트루이스전에서 던진 초구에 비정상적인 베팅이 몰렸다는 게 사무국의 파악이다. 베팅 감시 업체 IC360의 경고에 따르면, 뉴욕·뉴저지·오하이오 지역 베팅 계정에서 해당 초구가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날 것이라는 데 갑자기 많은 돈이 몰렸다. 실제로 두 초구 모두 크게 빗나간 볼이었다.
이런 개별 투구 베팅은 과거 한국프로야구에서 큰 문제가 됐던 초구 카운트 베팅과 유사한 형태다. 지난달 올스타 게임에서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합법 도박을 지지하면서도 이런 세부 베팅에 대해서는 "불필요하고 위험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클라세와 오티즈 사건은 MLB를 휩쓸고 있는 도박 스캔들의 연장선이다. 지난해 6월 사무국은 5명의 선수를 도박 혐의로 징계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투쿠피타 마르카노는 자신이 소속된 팀 경기에 베팅한 혐의로 영구 제명됐다. 마르카노는 2022년과 2023년 피츠버그 파이리츠 소속 시절 총 387회의 야구 베팅을 했으며, 이 중 25건은 자신의 팀 경기였다. 마이클 켈리(오클랜드)와 마이너리그 선수 3명은 1년 출전정지 처분을 받았다.
올해 초에는 심판 팻 호버그가 야구 경기에 베팅한 지인과 계정을 공유한 혐의로 해고당했다. 지난해 오타니 쇼헤이의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가 거액을 횡령해 불법 도박에 사용한 사건도 있었다.
MLB 규정은 엄격하다. 규정 21d(2)는 "자신이 소속된 팀 경기에 베팅하는 선수는 영구 자격박탈"이라고 명시한다. 규정 21d(3)는 "불법 도박업자와 거래하는 선수는 커미셔너 재량으로 적절한 처벌을 받는다"고 규정한다.
클라세의 휴직 기간은 8월 31일까지다. 이는 포스트시즌 로스터 등록 마감일과 일치한다. 만약 그때까지 조사가 끝나고 혐의가 없다면 가을야구 출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의 트레이드 가치는 이미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달 31일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클라세를 노리던 팀들은 발을 뺄 수밖에 없다.
가디언스는 현재 52승 53패로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2위에 머물고 있다. 선두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 8경기 뒤처져 있고, 와일드카드 경쟁에서도 3.5경기 차로 밀려 있다. 주력 마무리까지 잃은 상황에서 시즌 후반기는 더욱 험난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