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한국시간) 테네시주 브리스톨 모터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2025 스피드웨이 클래식'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신시내티 레즈의 경기는 애틀랜타의 4대 2 승리로 끝났다(사진=신시내티 레즈 SNS)
4일(한국시간) 테네시주 브리스톨 모터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2025 스피드웨이 클래식'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신시내티 레즈의 경기는 애틀랜타의 4대 2 승리로 끝났다(사진=신시내티 레즈 SNS)

 

[스포츠춘추]

메이저리그가 또 한 번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이번엔 NASCAR(전미 자동차 경주 협회) 레이싱 트랙을 야구장으로 바꿔놓았다.

4일(한국시간) 테네시주 브리스톨 모터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2025 스피드웨이 클래식'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신시내티 레즈의 경기는 애틀랜타의 4대 2 승리로 끝났다. 이번 스피드웨이 클래식은 이미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MLB가 새로운 관중을 유치하기 위해 계속 도전하는 실험의 연장선이다.

런던, 일본, 한국에서 정규시즌 경기를 치른 MLB는 미국 내에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이어왔다. 아이오와 옥수수밭에 '꿈의 구장'을 세우고 앨라배마의 릭우드 필드에서 경기를 열더니 이제는 NASCAR 트랙까지 야구장으로 만들어냈다.

4일(한국시간) 테네시주 브리스톨 모터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2025 스피드웨이 클래식'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신시내티 레즈의 경기는 애틀랜타의 4대 2 승리로 끝났다(사진=신시내티 레즈 SNS)
4일(한국시간) 테네시주 브리스톨 모터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2025 스피드웨이 클래식'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신시내티 레즈의 경기는 애틀랜타의 4대 2 승리로 끝났다(사진=신시내티 레즈 SNS)

이날의 주인공은 엘리 화이트였다. 애틀랜타 외야수 화이트(31)는 NASCAR 트랙에서 홈런을 친 역사상 첫 번째 선수가 됐다. 2회 브렌트 수터를 상대로 3점 홈런을 날린 화이트는 하나로는 성에 안 찼는지 7회에도 스콧 발로우를 상대로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2회 첫 홈런은 125m를 날아가 좌측 담장 너머 레이싱 트랙에 떨어졌다.

"정말 꿈같았다. 베이스를 돌 때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화이트는 첫 홈런 후 FOX 중계진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불펜 투수들이 나중에 '우익수 수비하러 나가면서 인사도 안 하냐'고 놀리더라.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팀을 위해 뭔가 해낼 수 있어서 기뻤다."

화이트 입장에선 운이 좋았다. 슈퍼스타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가 우측 종아리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라 있지 않았다면 이 역사적 순간을 만들지 못했을 수도 있다. 31세 백업 외야수 야구 인생에 평생 잊지 못할 하루가 됐다.

경기는 원래 전날(3일) 밤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비 때문에 연기됐다. 1회 겨우 4명이 아웃된 상황에서 중단된 경기는 신시내티가 맷 맥클레인-엘리 데 라 크루즈-오스틴 헤이즈의 연속 안타로 1대 0으로 앞선 채였다.

4일 재개된 경기에서 애틀랜타는 허스턴 월드렙의 깜짝 호투에 힘입어 역전에 성공했다. 월드렙은 갑자기 빅리그의 부름을 받았다. 3일 밤 애틀랜타 근교 집에서 잠자고 있던 그는 자정 무렵 전화를 받았다. 새벽 5시에 차를 보낼 테니 브리스톨까지 5시간을 달려가라는 연락이었다.

"무슨 일인지 생각해볼 시간도 없었다. 그래도 감사하다." 월드렙의 말이다. "여기 올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 믿기지 않는 하루다."

레이싱카처럼 전속력으로 달려온 월드렙은 기대에 부응했다. 1회 2사 1, 2루 위기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무실점으로 위기를 넘겼다. 그 뒤 5.2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내며 생애 첫 승을 따냈다. 75구를 던지면서 4개 삼진을 잡고 볼넷은 2개만 내주는 효율적인 투구였다.

4일(한국시간) 테네시주 브리스톨 모터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2025 스피드웨이 클래식'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신시내티 레즈의 경기는 애틀랜타의 4대 2 승리로 끝났다(사진=애틀랜타 브레이브스 SNS)
4일(한국시간) 테네시주 브리스톨 모터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2025 스피드웨이 클래식'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신시내티 레즈의 경기는 애틀랜타의 4대 2 승리로 끝났다(사진=애틀랜타 브레이브스 SNS)

브리스톨 모터 스피드웨이는 '마지막 위대한 콜로세움'이라 불린다. 좌석 수용 인원만 15만 명에 달하는 NASCAR의 가장 상징적인 경기장 중 하나다. 거대한 타원형 레이싱 트랙을 야구장으로 바꾸는 작업은 상상을 초월했다. 수십 톤의 자갈을 깔아 평평한 경기장을 만들고, 외야 자리에 있던 건물까지 뜯어냈다. 덕아웃도, 불펜도, 클럽하우스도 모든 게 새로 지어야 했다.

MLB의 이런 파격적 시도에는 분명한 철학이 있다. 이미 탄탄한 팬층을 확보한 메이저리그가 새로운 관중을 유치하기 위해 계속해서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작년에 한 걸 그대로 따라 하는 리그가 아니다." MLB 글로벌 이벤트 담당 수석 부사장 제레미아 욜컷의 말이다.

욜컷은 "여러 장소에서 경기를 해봤지만 이번 장소는 지금까지 해본 것보다 훨씬 큰 규모로 뭔가를 기획할 수 있게 해줬다"고 했다. 1954년 9월 12일 클리블랜드에서 양키스와 더블헤더를 했을 때 84,587명이 몰려 정규시즌 최다 관중 기록을 세웠는데, 이날 관중은 9만 1032명을 기록했다. 애초 10만 명 이상이 올 것이라는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여전히 역사적인 숫자였다.

4일(한국시간) 테네시주 브리스톨 모터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2025 스피드웨이 클래식'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신시내티 레즈의 경기는 애틀랜타의 4대 2 승리로 끝났다(사진=신시내티 레즈 SNS)
4일(한국시간) 테네시주 브리스톨 모터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2025 스피드웨이 클래식'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신시내티 레즈의 경기는 애틀랜타의 4대 2 승리로 끝났다(사진=신시내티 레즈 SNS)

무대만큼이나 선수들 모습도 특별했다. 애틀랜타와 신시내티는 나이키가 특별 제작한 NASCAR 테마 유니폼을 입고 나왔다. 등번호는 레이싱카 번호처럼 그림자와 기울임꼴로 속도감을 살렸다. 애틀랜타 모자 챙에는 불꽃 무늬를, 신시내티 모자 챙에는 체크무늬 깃발을 새겨넣었다. 타석용 헬멧도 NASCAR 헬멧 스타일로 만들었다.

약 2만 평 규모의 팬존에서는 다채로운 볼거리가 펼쳐졌다. 컨트리 가수 팀 맥그로, 래퍼 핏불, 제이크 오웬스 등이 공연을 펼쳤고, 신시내티 마스코트 '레드질라'는 3회와 7회에 트랙을 한 바퀴 돌며 관중석에 기념품을 던져줬다. 홈런이 나올 때마다 레이싱카가 트랙을 도는 이벤트도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날 경기는 테네시주에서 열린 첫 아메리칸리그-내셔널리그 경기이기도 했다. FOX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된 이 역사적 경기는 야구와 모터스포츠가 만나는 새로운 볼거리였다. 많은 관계자들이 이 프로젝트를 "빈 캔버스를 만드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캔버스는 완성됐고, 선수들이 그 위에 평생 잊지 못할 그림을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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