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베네수엘라 야구 꿈나무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입국 금지 조치를 뚫고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무대에 선다. 한때 출전이 불투명했던 베네수엘라 대표팀이 막판 특별 면제를 받으며 극적으로 대회 참가가 확정됐다.
베네수엘라는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19개국 입국 금지 대상국에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바르키시메토의 카르데날레스 리틀리그팀은 대회 개막 6일을 앞두고 '국가적 면제'를 받으며 출전길이 열렸다.
이 과정에는 트럼프와 가까운 공화당 상원의원과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승인이 필요했다. "우리 아이들의 꿈이 곧 현실이 될 것입니다. 윌리엄스포트, 우리가 갑니다"라고 팀은 인스타그램에 기쁨을 표현했다.
이번 특별 면제가 필요했던 배경에는 복잡한 외교 관계가 있다. 2019년 미국이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주재 대사관 운영을 중단한 이후, 베네수엘라 선수들은 인근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비자 인터뷰를 받아야 했다. 여기에 트럼프의 입국 금지 조치가 추가되면서 상황이 더욱 복잡해졌다.
실제로 지난달에는 다른 베네수엘라 청소년 야구팀인 카시케 마라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시니어리그 야구 월드시리즈(13~16세) 참가를 거부당했다. 미국 정부는 거부 사유로 "외국인 테러리스트와 기타 국가 안보 및 공공 안전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한 출입국관리법"을 들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메이저리그 베네수엘라 출신 선수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윌슨 콘트레라스는 최근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를 범죄자 취급하는 것 같다"며 "우리는 가족을 부양하고 꿈을 쫓기 위해 여기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여기 올 자격을 얻었다. 꿈을 쫓는 어린아이들이다"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펜실베이니아 출신 공화당 상원의원 데이비드 맥코믹의 중재도 도움이 됐다. 윌리엄스포트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사는 맥코믹 의원은 국무부와 협력해 비자 승인을 도왔다. 최종 면제에는 루비오 국무장관의 승인이 필요했다. 국무부 대변인은 "매우 제한적인 상황에서 장관은 개인의 여행이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입국 금지 조치에는 "2026년 월드컵, 올림픽, 또는 국무장관이 결정하는 기타 주요 스포츠 행사"에 대한 예외 조항이 있다. 하지만 리틀리그 월드시리즈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특별 면제는 스포츠를 통한 외교적 가치가 인정받은 결과로 해석된다.

리틀리그 월드시리즈는 10~12세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로 매년 펜실베이니아주 윌리엄스포트에서 열린다. ESPN을 통해 전국 중계되는 이 대회는 올해로 78회를 맞으며, 전 세계 20개 지역 대표가 참가한다. 메이저리그는 2017년부터 리틀리그 인터내셔널과 공식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8월 17일에는 메츠와 매리너스의 리틀리그 클래식도 윌리엄스포트에서 열린다.
콘트레라스는 베네수엘라 꿈나무들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전했다. "나는 그 아이들 편이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는 정의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고, 그들은 꿈을 쫓는 아이들이다."
정치적 갈등이 어린 선수들의 꿈을 가로막을 뻔했지만, 결국 스포츠의 힘이 장벽을 뚫고 나갔다. 이번 달 윌리엄스포트에서 펼쳐질 베네수엘라 꿈나무들의 도전이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