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척=스포츠춘추]
“코치님, 저 요즘 느낌이 정말 좋아요!”
최근 6경기 연속 호투를 펼치고 있는 키움 히어로즈 투수 윤석원(22)의 말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구속의 상승. 무려 5km나 빨라졌다. 단기간의 변화가 아니다. 선수 본인의 꾸준한 노력, 그리고 키움 코칭스태프가 마련한 장기적인 플랜이 마침내 빛을 발한 결과였다.
윤석원은 8월 들어 등판한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ERA) 0.96, 1승 2홀드라는 빼어난 성적을 기록하며 팀 불펜에 안정감을 불어넣고 있다. 이는 시즌 초반 5월,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4.75를 기록했던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설종진 키움 감독대행은 “윤석원의 구속이 5km 정도 늘면서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눈에 띄는 성장은 키움 코치진이 윤석원을 위해 오랜 시간 준비해온 체계적인 구속 향상 프로젝트의 성과다.
실제로 윤석원의 올 시즌 첫 등판이었던 5월 1일 롯데전에서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0km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 14일 경기에서는 평균 145km까지 상승했다. 수치가 말해주듯, 몸의 변화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이승호 키움 투수코치는 “일단 체중이 많이 늘면서 공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며 "지난해부터 구속을 늘리기 위한 빌드업을 차근차근 진행해왔다. 훈련 루틴이나 캐치볼을 할 때 선수에게 따로 주문한 것이 있었는데, 윤석원이 그걸 성실하게 따라왔다”고 설명했다.
윤석원의 포심 패스트볼 회전수(RPM)는 약 2330회 수준이다. 리그 정상급 투수들이 기록하는 2400대와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볼끝만큼은 이미 상위권 투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승호 코치는 “윤석원은 원래 손목 임팩트와 제구력이 좋은 투수였다”며 “하지만 구속이 낮다 보니 구위가 약해져 유인구 위주의 투구를 하게 됐고, 결과적으로 타자들에게 공략당했다. 반면 구속이 올라가자 본래 강점을 되살리며 좋은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고 변화의 핵심을 짚었다.

선수 본인도 그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이 코치는 “본인도 요즘 던지는 감각이 너무 좋다고 하더라. 피드백을 바로바로 반영하는 능력도 뛰어나고, 감각이 좋아서 금방 결과로 이어진다. 지도자인 나로서도 매우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부산고를 졸업하고 2022년 신인 드래프트 2차 4라운드 전체 36순위로 키움 유니폼을 입은 윤석원은 오랜 기간 ‘미완의 대기’로 평가받았다. 입단 2년 차인 지난해 1군 무대에 데뷔해 2승 2홀드,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지만, 2024시즌엔 평균자책점 11.42로 크게 흔들렸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가능성을 증명하지 못하는 듯 보였던 윤석원. 하지만 후반기에 접어들며 그는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키움의 장기적인 육성 플랜이 성과를 거두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상무에 합격해 오는 12월 입대를 앞두고 있는 윤석원은 그때까지 영웅군단의 마운드를 지키는 특별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투수진에 연이어 부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그는 한줄기 희망처럼 등장한 '히든카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