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미국 여자야구 프로리그(WPBL)가 출범합니다. 그리고 그 역사적인 무대에 한국 여자야구 선수 4명이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아직 프로는 물론 실업 무대조차 없는 한국 여자야구 현실 속에서, 이들의 도전은 단순한 이적이나 진출을 넘어 '가능성의 증명'이자 '미래를 향한 선언'입니다. 스포츠춘추는 WPBL 트라이아웃에 나서는 네 명의 선수를 중심으로, 그들의 도전과 성장, 그리고 여자야구의 오늘과 내일을 조명하는 특별 연재를 시작합니다. <편집자주>

[스포츠춘추]
도전하는 것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었기에, 겁 없이 문을 두드렸다. 본인은 잃을 게 없다며, 후회 없이 준비했다. 이제 남은 건 단 하나, 지금껏 갈고닦은 실력을 마음껏 펼치고 오는 일이다. 한국 여자야구 국가대표 내야수 박주아(21·중앙대)가 한국 최초의 여자 프로야구 선수가 될 준비를 마쳤다.
2026년, 미국에서 여성을 위한 프로야구 리그 WPBL이 출범한다. 이 리그는 1943년부터 1954년까지 존재했던 전미여자프로야구리그(AAGPBL) 이후 70년 만에 탄생하는 미국 여자 프로야구 리그로 오늘날 전 세계 어디에서도 존재하지 않았던, 여자야구를 위한 진정한 프로 무대다. 어쩌면 그 자체로 역사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리그의 개막에 앞서 오는 22일부터 25일(현지시간)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WPBL 선수 선발을 위한 트라이아웃이 열린다. 전 세계 600명이 넘는 여자야구 선수가 이 역사적인 기회를 쥐기 위해 지원했고, 이제 그들은 워싱턴에 모여 각자의 무기를 꺼내 보일 준비를 마쳤다. 박주아도 그 중 한 명이다.
대표팀 주전 유격수인 박주아는 오는 19일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그는 출국 전 “한국 여성으로서 최초의 프로야구 선수가 되겠다”는 당찬 각오를 밝혔다.
허황된 말이 아니다. 그 각오 뒤에는 치열한 준비 과정이 있었다. 박주아는 트라이아웃에 함께 참가하는 포수 김현아와 함께, 배재고등학교 엘리트 야구부에서 두 달 동안 매일같이 훈련을 소화했다.
권오영 배재고 감독의 배려 속에 고등학교 남자 선수들과 동등하게 펑고를 받고, 배팅볼을 쳐내며 실전과 다름없는 훈련을 이어갔다. 체격과 파워에서 앞서는 미국 선수들을 상대로도 뒤처지지 않기 위한 선택이었다.

“강한 인상을 남기고 싶어요.”
박주아는 “원래라면 원바운드로 던질 법한 거리도 다이렉트 송구를 할 것”이라며 “트라이아웃 기간 동안 기회가 몇 번이나 올지는 모르지만, 그 안에서 아시아 선수임에도 어깨 힘은 절대 밀리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이번 트라이아웃은 매일 탈락자와 합격자를 나눠 선발하는 서바이벌 방식으로 진행된다. 22일부터 24일까지 매일 경합을 벌이며, 통과한 선수만이 다음날 테스트에 참여할 수 있다. 최종 생존자는 오는 25일, 워싱턴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리는 WPBL 자체 청백전에 출전할 기회를 얻는다. 이 경기는 전 세계에 온라인 생중계될 예정이다.
박주아는 “목표는 단 하나, 끝까지 살아남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선수도 이 정도 실력을 갖추고 있고, 이만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한국인 특유의 끈기, 그걸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처음으로 프로야구 선수가 될 수 있는 문이 열렸다. 박주아는 그 문을 향해 누구보다 단단히 준비해왔다. “내년부터는 스스로를 '프로야구 선수'라고 말할 수 있길 바라요.” 그날을 위해, 박주아는 이번 여름을, 그리고 야구 인생 전부를 바쳤다. 잃을 게 없다는 박주아는 이제 그 결실을 향해 달려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