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마무리 김원중 (사진=롯데 자이언츠)
롯데 마무리 김원중 (사진=롯데 자이언츠)

[스포츠춘추]

“변화구 1~2개 정도 더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더라.”

자동 투구판정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의 스트라이크 존이 '하향 이동'했다. 2024시즌 ABS가 처음 도입된 이후 존의 크기 자체는 유지됐지만, 상·하단 판정 비율이 0.6%포인트 낮아지면서, 신장 180cm 타자를 기준으로 스트라이크 존이 약 1cm 정도 아래로 내려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스트라이크 존 상단에 위치한 공이 타자 입장에서 타격이 어려운 위치라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KBO가 2025시즌부터 스트라이크 존을 하향 조정한 데 따른 결과다. 그렇다면, 하이 패스트볼을 주무기로 하는 투수들은 이번 조정으로 불리해졌고, 반대로 하단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구사하는 투수들은 이점을 얻게 된 것일까?

이에 대해 익명을 요청한 프로야구단 A 투수코치는 스포츠춘추와의 통화에서 “하이 패스트볼을 존 상단에 던지는 투수들이 ABS 존 하향 조정에 따라 전략을 크게 바꾸진 않았다”고 말했다. 

양상문 한화 이글스 투수코치 역시 “존의 위치 변화로 투수들의 전략이 약간은 바뀌었지만, 하이 패스트볼의 위력은 여전하다. 투구 패턴도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며 “스트라이크 존이 조금 내려가긴 했지만, 존 상단을 공략하는 투수들이 큰 손해를 봤다고 보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예로는 한화의 문동주가 있다. 강력한 하이 패스트볼을 무기로 하는 그는 평균자책점을 지난해 5.17에서 올해 3.36으로 크게 낮췄다.

반면, 변화구를 주무기로 하는 투수들은 이번 변화의 수혜를 일정 부분 누리고 있다. 양 코치는 “떨어지는 변화구는 지난해보다 평균적으로 한두 개 정도 더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고 있다”며 “존이 낮아진 영향으로, 작년에는 스트라이크로 인정받지 못했던 변화구가 올해는 종종 스트라이크로 잡힌다”고 설명했다. A 코치도 “존의 보더라인 상단에 커브나 브레이킹 계열 변화구를 정교하게 넣는 투수들이 올 시즌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는 달리, 타자들은 존의 하향 조정에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A 코치는 “지금의 존에 대해 타자들이 아직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듯하다”며 “보더라인 부근의 브레이킹 계열 변화구를 다소 불편해하고 있고, 이에 따라 투수들이 해당 구역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ABS 존의 변화 속에서 가장 주목받는 투수 중 하나가 롯데 자이언츠의 마무리 김원중이다. 그는 스트라이크 존 하단으로 뚝 떨어지는 포크볼을 주무기로 삼고 있으며, 이 변화가 그의 투구 스타일과 잘 맞아떨어졌다. 실제로 김원중의 포크볼 루킹 스트라이크 비율은 지난해 9.7%에서 올해 12.1%로 크게 증가했다. 그 결과, 19일 기준 김원중은 3승 1패 29세이브, 평균자책점 1.90을 기록하며 '커리어하이'를 써가고 있다.

다만, 김원중의 호투가 오롯이 ABS 존 변화 덕분은 아니다. 주형광 롯데 투수코치는 “포크볼을 주무기로 하는 김원중에게 ABS 존 변화가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은 맞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라며 “ABS 존 특성에 적응도 했고, 무엇보다 김원중 본인이 시즌을 철저히 준비하면서 구위를 끌어올린 점이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한편, 삼성 라이온즈 투수 김재윤은 하이 패스트볼이 강점인 투수지만, 올 시즌 평균자책점이 4.09에서 5.36로 오르며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존 하향이동의 영향이라기보다는 부상으로 인한 구위 저하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결국 ABS 존의 위치 변화는 일부 투수들의 투구 전략에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지만, 경기력이나 성적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김원중의 호투와 김재윤의 부진 모두 ABS 존 조정보다는 선수 개인의 컨디션과 준비 상태가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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