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의 외국인 투수 코디 폰세. (사진=한화 이글스)
한화 이글스의 외국인 투수 코디 폰세. (사진=한화 이글스)

[잠실=스포츠춘추]

불펜 수난시대다. KBO리그 각 팀의 마무리 투수들조차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역대급 외인 투수들의 등장으로 ‘투고타저’ 흐름이라지만, 아이러니하게 리그 톱클래스 마무리조차도 고전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왜 그럴까.

한화 폰세는 20일까지 15승무패, 평균자책점 1.61을 기록 중이다. 선발 15연승의 대기록을 작성하는 등 올 시즌 KBO리그를 말 그대로 호령하고 있다. 와이스 역시 13승3패, 평균자책점 2.95를 기록하며 폰세와 함께 한화의 강력한 원투펀치 역할을 하고 있다. LG 새 외국인투수 톨허스트는 KBO 무대 데뷔 2경기 연속 무실점 역투 중이다. KIA 네일은 평균자책점 2.15(7승2패)를, SSG 앤더슨도 평균자책점 2.31(8승6패)을 기록 중이다. 삼성 후라도는 11승8패, 평균자책점 2.56을 기록 중이고, 대체 외인으로 합류한 삼성 가라비토 역시 8경기 평균자책점이 1.85(3승3패)에 불과하다.

외국인 선발투수들의 레벨이 확실히 상승했다. 국내 타자들이 확률상 이들을 상대로 3점 이상 뽑기 어렵다. 이들의 구위 자체가 압도적이다. 구단 관계자들은 “올 시즌 용병들의 수준이 확실히 올라갔다. 구속 150km 이상은 그냥 던진다. 국내 투수들도 150km 던지는 투수들이 이제 많이 나왔지만, 용병들은 빠른데 구위까지 좋으니 공략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140세이브를 올린 정해영(사진=KIA)
140세이브를 올린 정해영(사진=KIA)

반면 구원투수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KIA 마무리 정해영은 올 시즌 26세이브를 기록 중이지만, 평균자책점이 3.86으로 높다. 블론세이브도 6개 기록하며 결국 1군 엔트리에서도 제외됐다. KT 마무리 박영현도 블론세이브 5개에 평균자책점 3.15를 기록 중이다. 블론세이브 8개를 기록 중인 두산 마무리 김택연의 평균자책점 역시 3.77로 높다. 한화의 도약을 이끈 마무리 김서현도 후반기 주춤하며 평균자책점이 3.12(26세이브)까지 올라갔다.

현장은 상대성에서 그 배경을 찾고 있다. 레전드 투수 출신 KT 이강철 감독은 “선발투수들이 강력해진 게 불펜진 난조의 원인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선발투수들의 힘이 떨어졌을 때 불펜투수를 투입했다. 중후반 빠르고 묵직한 공을 던지는 투수로 승리를 굳히는 패턴이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좋은 선발투수들이 6회까지도 150km의 빠르고 좋은 공을 던지고 내려간다. 상대적으로 국내 불펜 투수들의 공이 예전에 비해 쉽게 느껴질 수도 있다. 150km의 빠른 공만 던진다고 마무리로 성공할 수 있는 시즌은 아닌 듯 하다”고 설명했다.

KT 이강철 감독. (사진=스포츠춘추 황혜정 기자)
KT 이강철 감독. (사진=스포츠춘추 황혜정 기자)

타자 출신 NC 이호준 감독도 “타자 입장에선 힘이 떨어진 경기 중후반 빠른 공을 던지는 불펜투수들이 나올 경우 힘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올해는 선발투수들이 6회, 7회까지도 150km 공을 뿌리고 들어간다. 심지어 구위도 유지되더라”라며 “그런 공을 보다가 국내 불펜투수들이 나오면 오히려 상대적으로 공략하기 쉽게 느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두산 조성환 감독대행 역시 “타자들이 불펜 필승조를 상대로도 자신있게 방망이를 돌리는 게 보인다. 예전에 마무리 투수가 나오면 끝났다는 느낌을 줬지만, 지금은 그런 느낌이 상대적으로 약해졌다. 단순히 150km 넘는 빠른 공만 던져선 안 되고, 포크볼 등 수준급 브레이킹볼도 잘 던져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준급 선발투수들의 득세로 '투고타저' 시대가 도래했다. 경기 중후반까지 150km 넘는 위력적인 공을 연신 뿌리는 투수들이 위력을 떨치고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 경기 후반 힘으로 윽박지르던 구원투수들이 상대적으로 고전하고 있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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