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기 안타를 날린 안재석(사진=스포츠춘추 배지한 기자)
끝내기 안타를 날린 안재석(사진=스포츠춘추 배지한 기자)

 

[스포츠춘추=잠실]

"정수빈 선배를 거르고 나랑 승부할 줄은 몰랐다. 자존심이 상했다."

28일 잠실야구장에서 연장 10회 끝내기 안타로 두산의 5연패를 종료시킨 안재석이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꺼낸 첫마디다. 삼성이 2아웃 1, 2루에서 정수빈을 자동고의볼넷으로 거르고 자신과 승부한 그 순간에 대한 솔직한 심정이었다.

"정수빈 선배님이 살아나가면 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고의볼넷으로 나를 선택할 줄은 꿈에도 상상 못 했다"며 당시를 떠올린 안재석은 "치려고 생각하는데 앞에서 고의볼넷이 나왔다. 상대팀이 나를 선택한 거 아닌가. 좀 자존심이 상했다"고 덧붙였다.

자존심이 상한 만큼 승부욕이 불타올랐다. "지금 어쨌든 내가 팀 내에서 감이 제일 좋은 타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건 반드시 내가 끝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자신 있게 타석에 들어갔던 것 같다"는 그의 말에서 강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근거가 있는 자신감이다. 7월 7일 전역 후 이달 초 1군에 합류한 안재석은 13경기에서 타율 0.391(46타수 18안타), 1홈런 7타점을 기록하며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지난 15일 KIA전에서도 연장 11회말 끝내기 홈런을 터뜨려 두산의 7연승 출발점을 만든 주인공이다.

이날도 경기를 끝낼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초구에 내가 원하는 공이 오면 아웃되더라도 일단 후회 없는 스윙을 하려고 마음먹고 들어갔다." 최근 구위가 부쩍 좋아진 삼성 마무리 김재윤의 초구 포크볼이 약간 가운데 몰린 걸 놓치지 않고 우중간으로 날려보냈다. 

2주 전 끝내기 홈런과 이날 끝내기 안타 중 어느 쪽이 더 짜릿했느냐는 질문에 안재석은 "끝내기 홈런이 조금 더 짜릿하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연패를 끊는 데 도움이 돼 만만치 않게 기분이 좋았다"고 답했다. 

최근 타격감의 비결은 '과감함'에서 찾았다. 안재석은 "초구부터 내가 원하는 공이 오면 과감하게 스윙하려고 하고 있다. 한 타석, 한 타석에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나의 스윙을 하려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과감함이 오히려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안재석은 최근 오른쪽 어깨 불편함으로 지명타자로만 출전하고 있다. 이에 관해 "수비를 하지 않으니 조금씩 처질 때가 있다"면서도 "야수로 나가 있는 동료 선수들은 더 힘들 거라고 생각해서 나름대로 뒤에서 준비하며 경기를 소화하고 있다"고 의젓하게 답했다. 

다만 어깨 상태가 점점 좋아지는 만큼 조만간 내야 글러브를 낀 안재석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안재석은 "오늘 공을 던져봤는데 어깨에 큰 이상이 없다. 내일 강도를 높여 던져보고 괜찮으면 수비도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021년 두산 1차 지명으로 입단해 큰 기대를 모았지만 잠재력을 제대로 터뜨리지 못했던 안재석은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뒤 연거푸 끝내기로 팀을 구하고 있다. "그때의 기운을 받아서 오늘 또 끝내기 짜릿하게 했으니까 선수들도 기분 좋게 부산 내려가서 연승을 계속 이어가면 좋겠다."

2주 사이 두 번째 연장전 끝내기. 안재석의 극적인 한 방이 과연 지난번처럼 두산의 장기 연승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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