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순간의 선택이 시즌을 좌우한다? 그 선택의 결과가 좋을 수 있지만, 최악이 될 수도 있다. 지금 시점에선 롯데의 선택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분위기다. 10승 투수 터커 데이비슨을 보내고 빈스 벨라스케즈를 영입한 롯데는 예상 밖 결과에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벨라스케즈는 29일 사직 두산전에 선발등판해 5이닝 동안 106개의 공을 던지며 6피안타(1피홈런) 5볼넷 1사구 7탈삼진 5실점을 기록하며 다시 패전의 멍에를 썼다. KBO리그 데뷔 4경기에서 1승3패에 그치고 있고, 평균자책점은 8.05나 된다.
이날 투구만 놓고 보면 패스트볼 외 슬라이더(23개)와 체인지업(20개) 제구가 되지 않았다. 커브(9개)는 보여주는 공으로 9개 섞었을 뿐이다. 초반 두산 박준순에 홈런을 맞은 공도 슬라이더다.
그나마 구속 150km대 패스트볼은 나쁘지 않았다. 최고 구속 153km, 평균 구속 149km를 기록했다. 기본인 포심패스트볼은 47개, 최고 구속 151km의 투심 패스트볼은 7개 던졌다. 하지만 KBO리그 역시 150km대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예전에 비해 많이 늘어난 상황이고, 이제 빠른 공만으로 살아남기 어려운 곳이다.

문제는 벨라스케즈가 데이비슨의 대체 외국인 투수라는 점이다. 데이비슨은 퇴출 전까지 22경기에서 10승5패, 평균자책점 3.65를 기록했다. 당시 3위였던 롯데는 그 이상의 순위, 포스트시즌에서의 더 강력한 에이스를 원하며 교체를 선택했다.
벨라스케즈는 메이저리그 통산 191경기(144선발)에 등판해, 38승51패, 평균자책점 4.88을 기록한 투수다. 대체 선수로 합류해 위력을 과시한 알렉 감보아의 성공도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벨라스케즈는 KBO리그 공인구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탓인지 기대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데이비슨 퇴출 후 롯데는 12연패에 빠지며 ‘데이비슨의 저주’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어렵게 연패는 끊었지만, 벨라스케즈의 반등은 아직이다. 실망스러운 모습의 연속이다. 표본은 이제 4경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희망요소가 없다는 게 롯데의 고민이다.

롯데는 현재 치열한 중위권 순위경쟁 중이다. 벨라스케즈가 자신의 영입 이유를 증명해야 하는 기회도 이제 많지 않다. 롯데가 자칫 포스트시즌 진출에도 실패한다면, 순간의 선택이 최악의 결과로 연결된 사례로 남을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