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다시 한 번 1000만 관중 시대를 열며 그 인기를 증명했습니다. 뜨거운 응원 속, 야구장을 채우는 사람들은 선수와 팬뿐만이 아닙니다.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구단을 움직이고, 무대를 빛나게 하는 수많은 이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이들은 바로 야구단에서 일하는 여성 프런트들입니다. 과거에 비해 여성의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남성 중심’으로 인식되는 스포츠 산업 속에서 이들은 치열한 노력과 전문성으로 당당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프로야구단에서 일하는 여성 프런트를 만나, 그들의 일상과 열정, 그리고 야구에 대한 진심을 들어봤습니다. <편집자주>

[스포츠춘추]
NC 다이노스 데이터팀 이강은 매니저(35)는 프로야구계에서도 흔치 않은 이력을 가진 전력분석원이다. 안정적인 전문직이었던 간호사로 몇 년을 일하다, 20대 중반이라는 나이에 과감히 방향을 틀었다.
계기는 단순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야구 특유의 매력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 매력은 삶의 흐름마저 바꿨다. 더 이상 ‘해야만 해서’ 사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 원해서 택한 길을 걷고 싶었다. 부모님의 반대도 있었지만, 그는 과감하게 간호사 유니폼을 벗고 야구단에서 일하겠다는 결심 하나로 야구의 세계에 들어섰다. 캐나다로 건너가 영어를 익히고, 한국에 돌아와 생전 처음 접하는 데이터 분석과 기록법을 배웠다. 그 노력 끝에, 지금은 프로야구단 프런트로서 어느덧 6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강은 매니저는 현재 NC 다이노스 데이터팀 소속으로, 주로 C팀(2군) 선수들의 데이터를 담당한다.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측정하고 정리하며, 선수 개개인의 성장 과정을 세밀하게 추적하는 일은 단순히 수치를 다루는 기술을 넘어선다. 그는 “입단 때부터 지켜본 선수가 1군 무대에서 승리투수가 되는 순간”을 가장 보람된 장면으로 꼽는다. 실제로 얼마 전 군 전역 후 복귀한 투수 김녹원이 1군에 콜업되어 생애 첫 선발승을 따낸 날, 이강은 매니저는 조용히 웃었다. 선수 개인의 노력은 물론이고, 데이터팀과 코칭스태프 모두가 합심한 결과였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보탠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벅찼다고 말했다.

요즘 선수들은 예전보다 훨씬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김녹원, 김재열, 김진호 같은 투수들부터, 내야수 김휘집과 김주원에 이르기까지 많은 젊은 선수들이 자신의 수치를 매일같이 확인하며 개선점을 찾아간다. NC는 자체적으로 ‘D-라커 프로그램’이라는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해 선수 개개인의 데이터, 영상, 피드백 자료 등을 통합해 관리하고 있다. 이강은 매니저는 그 자료들을 일일이 선별하고 정리해 선수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야구라는 복잡한 스포츠의 흐름 속에서, 선수들이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데이터팀은 단순히 숫자를 수집하는 부서가 아니다. 선수들의 강점과 약점을 가시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구속 향상, 변화구 개발 등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전략의 한 축이다. 이강은 매니저는 “데이터는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보이게 해주는 힘이 있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감각으로, 또 누군가는 직관으로 느끼던 요소들을 숫자와 그래프로 드러내고, 그 수치를 통해 선수와 소통하며 함께 성장의 길을 찾는다. 감각에 근거를 더하고, 노력의 흐름을 입증해주는 도구다. 그래서 이강은 매니저는 데이터를 좋아한다.
이 매니저의 하루는 이른 아침 야구장 출근으로 시작된다. 훈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리하고, 필요한 분석 결과를 D-라커에 업로드한다. 선수들에게 직접 피드백을 주기도 하고, 질문을 받으면 기꺼이 설명도 해준다. 그리 화려한 일은 아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도 않고, TV 자막에 이름이 오를 일도 없다. 하지만 이 매니저는 말한다. “야구단에서 선수들과 함께 소통하며, 경기를 만들어가는 작은 일원이 된 것 같아 정말 뿌듯해요.” 그 말 속에는 수많은 고민과 도전, 그리고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진심이 담겨 있다.
누군가는 한계를 이야기하지만, 그는 경계를 허물며 여기까지 왔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비선출이라는 이유로, 수많은 벽이 있었지만 그는 단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다. 야구를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시작된 여정은 이제 하나의 전문성으로 자리 잡았고, 그 진심은 선수들에게도 분명히 전해지고 있다. 이강은 매니저는 오늘도 조용히 데이터 앞에 앉아, 그라운드에서 일어나는 모든 움직임을 숫자로 기록한다. 그 숫자 안에는 선수들의 땀이 있고, 팀의 미래가 있으며, 그의 치열한 하루가 담겨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