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수원]
팀 노히트노런은 아깝게 놓쳤지만 연패에서 벗어났다. KT 위즈가 대체선발 문용익의 5이닝 노히트 인생투에 힘입어 KIA 타이거즈를 잡고 승리를 거뒀다.
KT는 3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홈경기에서 선발 문용익의 호투와 5회 5득점을 뽑아낸 타선의 집중력으로 8대 2로 승리했다. 8회까지 팀 노히트 행진을 펼친 KT는 9회초 선두타자 안타 허용으로 기록 달성은 다음 기회로 미뤘지만, 전날 대패를 설욕하며 2연패를 끊었다.
이날의 주인공은 문용익이었다. 국내 에이스 소형준이 시즌 전 설정한 한계이닝(130이닝)에 도달해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자 대체선발로 낙점된 문용익은 2021년 1군 데뷔 이래 선발 등판 없이 불펜으로만 정확히 100경기에 등판한 투수였다. 101번째 경기에서 생애 첫 선발등판 기회를 잡은 문용익은 말 그대로 인생투를 펼쳤다.
문용익은 5이닝 동안 피안타 없이 볼넷 1개만 주고 8탈삼진 무실점으로 KIA 타선을 완전히 틀어막았다. 28일 SSG를 상대로 10득점, 전날도 KT에 10득점해 2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KIA 강타선은 문용익이 던지는 낯선 공에 헛스윙을 연발하며 무안타로 끌려다녔다.
문용익은 첫 3이닝을 삼진 5개로 퍼펙트하게 막아냈다. 4회 첫 타자 박찬호에게 중견수 쪽 안타성 타구를 맞았지만 앤드류 스티븐슨이 다이빙캐치로 잡아내 안타를 지웠다. 2사 후 나성범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최형우를 삼진으로 잡고 위기를 넘겼다.
5회에도 세 타자를 깔끔하게 막아낸 문용익은 5이닝 노히트로 이날의 임무를 마쳤다. 최고구속 151km/h의 패스트볼도 위력적이었지만, 이날 전체 투구의 60%를 포크볼로 구사하는 변칙적인 볼배합으로 KIA 타자들의 허를 찔렀다.

그사이 KT 타선은 KIA 외국인 투수 애덤 올러를 두들겨 점수차를 벌렸다. 4회말 장성우가 선제 솔로홈런으로 6시즌 연속 10홈런을 달성했고, 5회말에는 황재균의 적시타를 시작으로 올러를 두들겨 5회 1아웃 만에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이어 등판한 조상우, 최지민을 상대로도 공세를 이어간 KT는 5회 한 이닝에만 5득점을 올리며 6대 0으로 달아났다. KT는 6회와 8회에도 1점씩 더해 8대 0을 만들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5회 73구를 던진 문용익이 내려간 뒤 6회부터 불펜이 가동됐다. 6회 올라온 김민수가 볼넷 1개와 수비실책 하나로 위기를 맞았지만 실점하지 않았고, 7회 이상동, 8회 손동현도 각각 삼자범퇴로 1이닝씩 호투하며 기록 달성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9회초 바뀐 투수 주권이 첫 타자 박찬호에게 중전안타를 맞으면서 기록은 무산됐다. 박찬호의 타구는 스티븐슨 앞에 떨어지는 간발의 차이 안타였다. 4회에도 박찬호의 안타를 가로챘던 스티븐슨이 다시 한번 몸을 날렸지만 이번에는 닿지 않았다. KT 관중석에서는 탄식이, KIA 관중석에서는 큰 함성이 터져나왔다.
주권은 후속타자 김호령을 우익수 뜬공으로, 나성범을 삼진으로 처리했지만 신인 정현창에게 프로 데뷔 첫 안타를 허용했다. 이어 대타 박재현의 우전안타와 우익수 실책이 겹치면서 주자 두 명이 홈을 밟아 2실점했다. 주권은 오선우를 3루 땅볼로 잡고 8대 2로 경기를 끝냈다. 문용익이 데뷔 첫 선발 등판에서 승리투수가 된 순간이다.
경기 후 이강철 감독은 "우선 주말을 맞아 위즈파크를 찾은 많은 홈팬들 앞에서 승리해서 기분 좋다"며 "선발 문용익이 정말 좋은 투구를 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프로 데뷔 첫 선발 승리를 축하한다"고 말했다.
이어 "타선에서는 경기 초반 장성우의 선제 솔로 홈런으로 리드를 가져왔고, 이후 허경민의 안타와 안현민의 볼넷으로 만든 찬스를 황재균이 적시타로 살렸다"며 "안치영과 장준원이 추가 타점으로 빅이닝을 만들며 승기를 굳힐 수 있었다. 장성우의 6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달성도 축하한다"고 덧붙였다.
승리한 KT는 시즌 61승 4무 60패를 기록하며 이날 승리한 5위 삼성과 반 경기차를 유지했다. 반면 전날 7위로 올라섰던 KIA는 57승 5무 64패로 하루 만에 다시 8위로 내려앉았다. 이날 경기장에는 18,700명의 관중이 찾아 시즌 20번째 매진을 기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