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홋카이도 닛폰햄 파이터즈의 '괴짜' 신조 츠요시 감독이 또 한 번 예상 밖의 기행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번엔 인스타그램을 통해 선발라인업을 발표했다.
일본 스포츠 호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신조 감독은 5일 오릭스전을 앞두고 도쿄에서 오사카로 이동하던 중 태풍 15호의 영향으로 신칸센이 운행 중단되자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신칸센이 멈춰서 또 연습을 할 수 없을 것 같으니 스트레칭은 신칸센에서 부탁한다"며 선발 멤버를 발표했다.
이런 일이 벌어진 건 올 시즌 두 번째다. 지난 8월 1일에도 홋카이도에서 오사카로 이동하는 팀 항공편이 지연되자 인스타그램으로 선발 라인업을 공개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두 차례 모두 오사카 원정길에서 벌어진 일이다.
닛폰햄 선수단은 이런 '신조표 소통법'에 익숙해진 지 오래다. 4번타자 3루수로 발표된 군지 유야와 6번 포수 타미야 유료가 즉시 '좋아요'를 누른 것만 봐도 선수들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모리모토 히초리 코치는 아예 미리 예측까지 했다. 오후 1시경 정차 중인 시즈오카역에서 "이건 안 돼, 또 정차"라고 올린 뒤 "이제 곧 보스가 인스타로 멤버 발표할 것 같은데"라고 농담 섞인 예측을 내놨는데, 과연 그대로 이루어졌다.
닛폰햄은 이날 태풍의 영향으로 예정보다 4시간 30분 늦은 오후 6시가 넘어서야 구장에 도착했고, 경기 시작 시간도 오후 7시 30분으로 연기됐다. 그러나 신조 감독의 기지로 선수들은 미리 준비할 수 있었다. 일본 언론들은 "위기 상황에서도 선수들에게 '즐기자'고 말하는 신조 감독다운 대처"라며 "역전 우승을 노리는 팀에 갑자기 나타난 벽을 함께 넘어가려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파격적인 행보가 가능한 건 무엇보다 성적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조는 2022-2023년 2년 연속 꼴찌를 기록했던 닛폰햄을 올시즌 2위까지 끌어올리며 무려 1759일 만에 승수가 패수를 앞서는 성과를 거뒀다. 일본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회사 상사로 만나기 싫은 프로야구 감독 1위'에 뽑혔던 그가 이제는 "명감독"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최근 롯데전 후 기자회견에서도 그의 자신감이 엿보인다. "오더를 완전히 바꿔서 이겼는데, 뭐?"라며 비판적 목소리에 직설적으로 반박했고, "당분과 쌀을 끊고 있어서 짜증이 난다"는 솔직한 발언으로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확고한 자기 철학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내 얘기는 괜찮지만 선수들 얘기가 나오면 잠을 못 잘 정도로 화가 난다"며 선수들에 강한 애정을 드러낸다.
팬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웃긴다", "또 나왔다!!", "대단해, 역시 명감독", "이런 스타일 정말 좋아한다" "팀의 일원이 된 기분이다", "딱딱하지 않아서 좋다" 같은 호의적 반응이 쏟아졌다. 팬들은 "군지와 타미야가 좋아요 누른 것도 재밌다", "4번 발탁된 군지가 좋아요 누른 게 웃긴다"며 선수들의 반응까지 즐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