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NBA가 LA 클리퍼스와 카와이 레너드를 둘러싼 '뒷돈 계약' 의혹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6일(한국시간)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NBA는 뉴욕 소재 대형 로펌 '왓첼 립튼 로젠 앤 카츠'를 고용해 레너드와 클리퍼스 구단주 스티브 발머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리그가 이번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신호다.
왓첼 립튼은 NBA가 과거 구단주 관련 중대 사안을 조사할 때 사용했던 바로 그 로펌이다. 2014년 도널드 스털링 전 클리퍼스 구단주의 인종차별 발언 사건과 2022년 로버트 사버 전 피닉스 선즈 구단주의 부적절한 언행 사건을 모두 이 로펌이 맡았다. 두 사건 모두 해당 구단주들이 팀을 매각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의 무게감을 짐작할 수 있다.
핵심 쟁점은 레너드가 2022년 친환경 금융회사 아스피레이션으로부터 받은 4년 2800만 달러(392억원) 규모의 광고 계약이다. 보스턴 스포츠 저널은 레너드가 아스피레이션과 총 4800만 달러(672억원) 규모의 2건 계약을 체결했다고 추가 보도했다. 문제는 레너드가 이 거액의 계약에 대해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더욱 의심스러운 건 발머와 아스피레이션의 관계다. 발머는 2021년 개인 자산으로 아스피레이션에 5000만 달러를 투자했고, LA 클리퍼스는 이 회사와 23년간 3억 달러 규모의 저지 및 경기장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했다. 그 직후 레너드가 거액의 광고 계약을 맺은 것이다.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한 구단 간부는 "이런 종류의 광고 계약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또 다른 간부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이례적인 상황임을 강조했다. 샘 아믹 기자는 "레너드는 그동안 계약 협상에서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 했는데, 2024년 최대 연봉보다 적게 재계약한 것도 이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발머는 ESPN과의 인터뷰에서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클리퍼스가 레너드를 아스피레이션에 소개한 건 2021년 11월이었고, 이는 레너드 연장 계약 체결 3개월 후"라며 "어떤 우회도 일어날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한 "DOJ(법무부)와 SEC(증권거래위원회) 조사 과정에서 모든 서류와 문자 기록을 검토했지만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디 애슬레틱의 제이슨 로이드 기자는 "발머는 영리한 사람인데, 5000만 달러를 회사에 송금해놓고 그 회사가 그 돈을 카와이에게 주도록 할 만큼 바보일까? 믿기지 않는다"는 한 구단 간부의 말을 전했다.
발머가 이런 혐의를 받은 게 처음도 아니다. 이미 2015년 디안드레 조던 영입 과정에서 렉서스 광고 계약을 제안한 혐의로 25만 달러의 벌금을 받은 전력이 있다. 당시 발머는 구단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메모에서 "올바른 방법이라고 생각했고, 의도적으로 우회한 것은 아니었다"며 "선수들을 전방위로 지원하려는 과정에서 우리 조직은 CBA를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번이 재범이라는 점에서 처벌 수위는 한층 높아질 수 있다. CBA 13조 3항에 따르면 샐러리캡 우회 위반 2회차 팀과 선수에게는 최대 750만 달러 벌금, 드래프트픽 몰수, 선수 계약 무효화, 선수에게 최대 35만 달러 벌금, 구단 관계자 1년 출장정지 등이 가능하다.
다만 실제 입증은 다른 문제다. 아스피레이션은 이미 파산했고, 공동창업자 조 샌버그는 투자자 2억4800만 달러 사기 혐의로 유죄를 인정한 상태다. 로이드 기자는 "투자자들에게 사기친 회사에서 불만을 품고 나온 재무부서 직원들을 과연 믿을 만한 증인으로 볼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애덤 실버 커미셔너에게는 중대한 시험대가 됐다. 아믹 기자는 "NBA 사치세는 사실상 하드캡 역할을 하며, 부자 구단주와 자금력이 떨어지는 구단주들 간에 공정한 경쟁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라며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가 이런 룰을 피해갈 방법을 찾는다는 증거가 나왔는데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