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각종 기행과 구설수로 프리미어리그에서 쫓겨난 데이비드 쿠트 전 심판이 이번엔 아동성착취물 제작 혐의로 기소됐다.
'더 가디언'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노팅엄셔 경찰은 10일(한국시간) 쿠트(43)를 아동 음란물 제작 혐의로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혐의는 지난 2월 경찰이 회수한 비디오 파일과 관련된 것이다. 쿠트는 11일 노팅엄 치안법원에 출석할 예정이며, 지난 8월 12일 기소된 후 조건부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다.
쿠트의 몰락은 작년 11월부터 시작됐다. 위르겐 클롭 전 리버풀 감독을 "개같이 거만한 놈"이라고 욕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퍼지면서다. 영상에서 쿠트는 클롭에게 F로 시작하는 욕설을 퍼부으며 독일인을 비하하는 욕설까지 내뱉었다.
며칠 후엔 더 충격적인 영상이 나왔다. 타블로이드지 '더 선'이 공개한 영상엔 쿠트가 미국 지폐를 말아서 하얀 가루를 들이마시는 모습이 담겼다. 이 영상은 유로 2024 8강전 프랑스-포르투갈 경기 다음 날인 7월 6일 촬영된 것으로 추정됐다. 쿠트는 이 경기에서 부심판 VAR을 맡았던 상황이었다.
결과는 뻔했다. 영국 심판 관리 기구인 PGMOL은 12월 9일 쿠트를 해고했다. UEFA는 2월 "기본적인 품위 규칙 위반"과 "축구와 UEFA의 명예 실추"를 이유로 16개월 출장 정지를 때렸다. 잉글랜드 축구협회(FA)도 8월 8주 출장 정지를 추가했다.
이것만으로 모자랐는지, 쿠트는 또 다른 구설을 자초했다. 지난 1월 '더 선'과 인터뷰에서 게이임을 커밍아웃하며 자신의 각종 비행을 성정체성 탓으로 돌린 것이다.
쿠트는 "내 성향이 유일한 이유는 아니지만 게이라는 사실과 이를 숨기면서 겪은 고충을 말하지 않으면 진실한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젊은 심판 시절 감정을 숨겼고 성정체성도 숨겼다. 심판으로서는 좋은 자질이지만 인간으로서는 끔찍한 자질이었다"고도 했다.
코카인 사용에 대해서도 "매일, 매주, 매달 의존한 건 아니다"라며 "스트레스와 업무 압박에서 벗어나는 수단 중 하나였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이런 변명은 어처구니없다. 성정체성을 숨긴다고 해서 모두가 욕설을 퍼붓거나 마약을 하는 건 아니다. 대부분의 성소수자들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법과 윤리를 지키며 살아간다. 쿠트의 논리대로라면 게이인 사람들은 모두 일탈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되는데, 이는 성소수자에 대한 모욕에 가깝다.

쿠트의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FA는 현재 그를 승부조작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2019년 10월 리즈 유나이티드와 웨스트 브로미치 경기에서 에즈간 알리오스키에게 준 옐로카드와 관련된 것이다. 경기 전 친구와 옐로카드 발급에 대해 논의했다는 의혹이다.
쿠트는 모든 혐의를 부인해왔다. 지난 11월에는 "허위이고 명예훼손적인 혐의를 강력히 반박한다"며 "개인적인 문제가 있었더라도 경기장에서의 판정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쿠트는 2017-18시즌 프리미어리그에 데뷔했다. 이듬해 영국 최고 수준인 셀렉트 그룹 1으로 승격됐다. 마지막 경기는 지난해 11월 9일 안필드에서 열린 리버풀 대 아스톤 빌라 경기였다. 리버풀이 2대 0으로 승리한 그 경기가 그의 프리미어리그 커리어 마지막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PGMOL의 하워드 웹 수석 심판관은 올 시즌 초 "쿠트가 다시 돌아오기는 정말 어려울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때만 해도 아동성착취물 혐의까지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 아동성착취물 혐의는 가장 심각한 A급 범죄다. 가디언에 따르면 A급은 "아동이 성적 활동에 참여하는" 영상을 뜻한다. 단순 소지가 아니라 '제작' 혐의라는 점도 심각하다. 여기에는 다운로드, 공유, 저장 등의 행위가 포함된다.
클롭 욕설로 시작된 쿠트의 몰락이 마약, 승부조작을 거쳐 아동성착취물까지 이어졌다. 한때 프리미어리그 엘리트 심판이었던 그가 어디까지 추락할지 모를 일이다. 11일 법정에서 쿠트가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