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NBA가 극적인 장면을 늘리기 위해 파격적인 룰 변경을 단행했다. 쿼터 막판 던지는 초장거리 슛을 개인 기록에서 제외해 선수들이 부담 없이 버저비터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아담 실버 NBA 커미셔너는 13일(한국시간) 이사회 회의에서 새로운 '초장거리슛 룰'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이 규칙은 1~3쿼터 막판 3초 이내에 11m(36피트) 이상 먼 거리에서 시도하는 슛을 개인 슛 시도가 아닌 팀 슛 시도로만 기록하는 내용이다. 단, 백코트에서 시작한 플레이에만 적용된다.
그동안 선수들이 이런 슛을 기피해온 데는 이유가 있었다. 스포츠레이더에 따르면 지난 시즌 초장거리 기준에 해당하는 슛의 성공률은 겨우 4%에 불과했다. 스타 선수들이 쿼터 막판 장거리 슛을 시도할 때 슛 성공률 하락을 우려해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온 배경이다.
실제로 스테판 커리나 니콜라 요키치 같은 극소수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스타 선수들은 장거리 버저비터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제일런 브런슨(7회), 카와이 레너드(4회), 케빈 듀란트(2회) 등은 지난 5시즌 동안 초장거리 슛을 극도로 자제해왔다.
반대편에는 과감한 선수들이 있다. Basketball Reference에 따르면 요키치는 2020-21시즌 이후 57회로 가장 많은 초장거리를 시도했다. 프레드 밴블리트(53회), 커리(51회), 타이리스 할리버튼(48회), 루카 돈치치(37회)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은 이미 리그에서 가장 대담한 슛 크리에이터들로 평가받고 있어, 새 룰이 도입되면 이런 흐름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흥미로운 장면들이 늘어나고 있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지난 5시즌 동안 버저비터 초장거리 슛으로 경기를 마무리한 사례는 5건이었다. 그중 4건이 최근 2시즌에 몰려 있다.
가장 최근 사례는 올해 1월 7일 트레이 영이 유타 재즈를 상대로 15m(49피트)에서 성공시킨 경기 종료 슛이다. 영은 지난 시즌 클러치 상황 득점에서 브런슨(157점), 앤서니 에드워즈(156점)에 이어 3위(152점)를 기록한 클러치 전문가다.
올해만 해도 화제작들이 쏟아졌다. 3월 27일에는 조시 기디가 LA 레이커스를 상대로 14m(47피트)에서 경기를 끝냈다. 2월 27일 맥스 스트러스가 댈러스 매버릭스를 상대로 기록한 18m(59피트) 버저비터도 화제가 됐다. 스트러스는 이날 4쿼터에만 15점을 올렸고, 5개의 3점슛 중 마지막 한 방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역대 기록들도 인상적이다. 2024년 1월 4일에는 요키치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상대로 12m(39피트)에서 성공시켰고, 2021년 12월 15일 드본테 그레이엄이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를 상대로 기록한 19m(61피트) 슛은 NBA 역사상 가장 긴 거리의 경기 종료 슛으로 남아 있다.
NBA는 이번 룰 변경을 앞서 7월 라스베이거스 서머리그와 캘리포니아, 유타의 G리그 경기에서 시범 적용했다. 실버 커미셔너와 리그 경영진은 이번 변경이 더 많은 선수들이 초장거리 슛에 도전하도록 유도해 경기의 재미를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스턴 셀틱스의 페이튼 프리처드는 이미 이런 순간을 즐기는 선수다. 그는 지난해 NBA 파이널에서 댈러스를 상대로 하프코트 버저비터를 연속으로 성공시켜 화제가 됐다. NBC 스포츠 인터뷰에서 프리처드는 "그런 순간을 위해 살고 있다"며 "시계가 돌아가고 6초가 남았을 때 자리를 잡고 슛을 쏘는 순간 말이다. 그럴 때면 정신이 하얘지면서 그냥 던진다. 그리고 대부분 들어간다"고 말했다.
새로운 룰에 대한 전통적인 농구 팬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NBA는 이번 변경이 경기의 가장 흥미진진한 장면 중 하나를 늘리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실버 커미셔너와 NBA 경영진에게는 프리처드 같은 선수들의 말이 반가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