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판대장' 오승환은 한 시대를 풍미한 한국 최고의 마무리투수였다. (사진=삼성)
'끝판대장' 오승환은 한 시대를 풍미한 한국 최고의 마무리투수였다. (사진=삼성)

[스포츠춘추]

그는 언제나 끝을 책임지던 사나이였다. 누구보다 차가운 눈빛으로, 누구보다 뜨거운 심장으로 9회를 지배했던 남자. 삼성 라이온즈 투수 오승환(43)이 마침내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9월 30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는 그 어느 날보다 깊고 묵직한 감동으로 가득 찼다. KIA 타이거즈와 홈경기를 마친 삼성 라이온즈는 오승환을 위한 은퇴식과 영구결번식을 열었다.

이날, 구장은 오직 오승환 하나로 숨 쉬었다. 팬사인회와 사진전으로 시작된 행사는, 기자회견과 시포, 그리고 그의 아들 오서준 군의 시구로 이어졌다. 오승환은 그 소중한 공을 직접 받아내며, 야구 인생의 한 페이지를 가족과 함께 장식했다.

그리고 운명처럼, 9회초. 팀이 5-0으로 앞선 상황에서 오승환이 마운드에 올랐다. 상대는 삼성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KIA 베테랑 최형우. 오승환은 최형우를 상대로 돌직구를 꽂아넣으며 삼진을 잡았다. 오승환다운 퇴장이었다. 강민호, 최형우와 뜨거운 포옹을 나눈 뒤, 그는 조용히 마운드를 후배에게 넘겼다. 그 순간 라이온즈파크는 박수와 눈물로 뒤섞였다. 삼성은 이날 경기에서 승리하며 정규시즌 4위를 확정지었다.

이후,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시간이 시작됐다. 정근우, 추신수, 이대호, 김태균, 김강민 등 1982년생 황금세대 동료들이 그를 축하하기 위해 그라운드에 올랐다. 전광판에는 오승환의 브이로그와 하이라이트 영상이 흐르고, 익숙한 음악, 바로 오승환의 등장곡인 '라젠카 세이브 어스'가 울려 퍼졌다. 외야 담장 뒤, 조명이 비춘 곳에서 오승환이 천천히 걸어나왔다.

대구 라이온즈파크에 21번이 영원히 새겨졌다. (사진=삼성)
대구 라이온즈파크에 21번이 영원히 새겨졌다. (사진=삼성)

은퇴 기념 선물과 감사패, 축하 영상, 팬들의 메시지가 이어졌고,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유니폼을 벗었다. 무대의 조명은 꺼졌지만, 한 시대를 빛낸 등번호 21번은 구단의 역사 속에 영구히 남게 됐다. 이제 삼성에서 21번은 아무도 입을 수 없다.

오승환이 직접 준비한 고별사에는 눈물과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승리만을 생각하며 걸었던 이 길을, 이제 마지막 인사를 드리기 위해 걷습니다. 가슴이 벅차고, 한편으론 먹먹합니다.” 

그는 야구, 가족, 삼성, 그리고 팬들을 ‘인생의 전부’라 표현했다. “다시 태어나도 전 주저 없이 야구를 택할 것입니다. 후회는 없습니다.” 오승환은 올해 3월 작고한 어머니를 떠올리며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경기장에 오셔도 끝까지 못 보시던 어머니. 오늘 이 순간을 하늘에서도 함께 보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

그리고 그가 마지막으로 전한 말은 다름 아닌 오승환과 함께 살아 숨쉬던 야구팬들을 위한 헌사였다. 오승환은 “이제 유니폼은 벗지만, 여러분의 함성과 박수는 제 가슴 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겁니다. 앞으로도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한국 야구를 사랑하겠습니다. 여러분의 응원 속에서 살아온 시간, 그것이 제 인생의 가장 큰 영광이었습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오승환의 아들 오서준 군이 은퇴식에서 시구를 했다. (사진=삼성)
오승환의 아들 오서준 군이 은퇴식에서 시구를 했다. (사진=삼성)

2005년 4월 3일, 대구시민운동장에서 롯데를 상대로 프로 데뷔한 오승환은 같은 해 4월 27일 LG전에서는 데뷔 첫 세이브를 기록했고, 7월부터는 팀의 주전 마무리로 활약했다. 신인 시즌에 10승 1패 16세이브 평균자책점 1.18의 압도적 성적으로 신인왕과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를 휩쓸었다.

이후 오승환은 KBO 통산 427세이브를 비롯해 일본과 미국 무대를 모두 평정했다. 일본 한신 시절에는 2년 연속 센트럴리그 구원왕에 오르며 선동열의 일본 무대 세이브 기록을 경신했고, MLB 세인트루이스에서는 한국 선수 최초로 한미일 세이브 기록을 남겼다.

2011년 당시 오승환이 시즌 40세이브를 올리고 포수 진갑용과 악수를 나누는 모습. (사진=삼성)
2011년 당시 오승환이 시즌 40세이브를 올리고 포수 진갑용과 악수를 나누는 모습. (사진=삼성)

2020년에는 아시아 선수 최다 세이브 기록(408세이브)을 갈아치웠고, 2023년에는 한미일 통산 500세이브, KBO 통산 400세이브를 달성했다. 마지막 세이브는 2023년 8월 11일 KIA전으로, 이는 KBO 역대 최고령 세이브(만 42세 42일) 기록이기도 하다.

2025시즌 FA 계약 마지막 해에 등판 기회가 줄었음에도 끝까지 훈련을 멈추지 않았던 오승환은, 9월 30일 대구 KIA전에서 마지막으로 마운드에 올라 절친 최형우를 삼진으로 잡으며 738번째 KBO 경기이자 한미일 통산 941번째 등판을 마무리했다.

그는 KBO리그 통산 738경기 44승 33패 427세이브 19홀드 평균자책점 2.32, 한미일 통산 549세이브라는 금자탑을 남긴 채, 21번과 함께 그라운드를 떠났다.

9월 30일 은퇴식에서 오승환이 후배들의 헹가레를 받고 있다. (사진=삼성)
9월 30일 은퇴식에서 오승환이 후배들의 헹가레를 받고 있다. (사진=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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