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워키 브루어스가 NLCS에 진출했다(사진=밀워키 브루어스 SNS)
밀워키 브루어스가 NLCS에 진출했다(사진=밀워키 브루어스 SNS)

 

[스포츠춘추]

메이저리그 대표 스몰마켓 팀 밀워키 브루어스가 기적을 만들어냈다. 시카고 컵스와 혈투 끝에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진출에 성공했다. 2018년 이후 7년 만이다. 다음 상대는 메이저리그 최고 부자구단 LA 다저스.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이 펼쳐진다.

밀워키는 12일(한국시간) 홈구장 아메리칸 패밀리 필드에서 열린 디비전시리즈(NLDS) 5차전에서 컵스를 3대 1로 꺾었다. 윌리엄 콘트레라스, 앤드루 본, 브라이스 투랑이 각각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모두 2아웃 상황에서 나온 홈런이었다.

승부는 홈런으로 갈렸지만, 진짜 영웅은 마운드에 있었다. 신인 제이콥 미시오로스키가 4이닝 1실점으로 버텨냈다. 23세 우완은 2회 초 스즈키 세이야에게 홈런 한 방을 맞았지만, 그 후 흔들림 없이 8명의 타자를 막아냈다. 삼진은 3개를 잡았고, 볼넷은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 침착했다.

팻 머피 감독은 이날 5명의 투수를 총동원했다. 트레버 메길을 오프너로 시작해 미시오로스키, 애런 애쉬비, 채드 패트릭, 애브너 우리베까지 이어지는 릴레이. 전형적인 불펜 게임이었지만, 컵스 타선은 단 1점밖에 뽑아내지 못했다.

승리를 확정지은 우리베(사진=밀워키 브루어스 SNS)
승리를 확정지은 우리베(사진=밀워키 브루어스 SNS)

이날의 승리는 밀워키 팬들에게 특별했다. NL 중부지구 최대 라이벌을 꺾었고, 무엇보다 팀의 전 사령탑 크레이그 카운셀 감독을 떨어뜨렸다.

카운셀은 밀워키 지역에서 자라 밀워키 선수로 뛰었고, 밀워키 감독으로 팀 역사상 최다승을 올렸다. 하지만 2년 전 거액 계약을 맺고 컵스로 떠났다. "배신자." 밀워키 팬들은 그 후 컵스가 홈구장을 방문할 때마다 카운셀이 등장하면 거친 야유를 퍼부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밀워키의 프랜차이즈 스타 크리스찬 옐리치는 "팬들이 정말 기뻐해서 나도 기쁘다. 수년간 힘든 패배를 견디며 함께해준 그들이다. 라이벌전 승리라 팬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카운셀은 "실망스럽고 슬프다. 하지만 이 팀은 시카고 컵스 유니폼에 명예를 안겼다"며 입맛을 다셨다.

밀워키는 올 시즌 기적을 연출한 팀이다. 지난 겨울 강타자 유격수 윌리 아다메스를 FA로 잃었고, 올스타 마무리 데빈 윌리엄스를 트레이드로 보냈다. 영화 '머니볼 2'를 찍어도 될 사연이다. 그럼에도 젊은 선수들의 성장과 활약 속에 올 시즌 메이저리그 전체 최고 성적인 97승 65패를 기록하며 중부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돈은 없지만 '머리'가 있다. 밀워키가 그랬다.

카운셀이 떠난 뒤 지휘봉을 잡은 머피 감독은 "사람들이 우리 선수들을 평범하다고 부를지 모른다. 하지만 난 그들을 평균 이상이라고 말하겠다"며 "많은 사람들이 초반에 우리를 믿지 않았지만, 우리 선수들은 끈질기게 달려왔다"고 강조했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밀워키의 저력에 관해 "밀워키는 1년 중 언제든 전력 보강에 열려 있다. 4월엔 퀸 프리스터를, 6월엔 앤드루 본을 영입했다. 끊임없이 업그레이드를 찾는 그들의 소신이 적은 연봉 총액에도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본의 활약은 눈부셨다. 밀워키는 지난 6월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포기한 본을 데려왔다. 화이트삭스는 1라운드 지명 선수였던 본을 마이너리그로 내쫓았다. 밀워키는 거기서 기회를 봤다. 본은 7월 합류 이후 타선에 화력을 더했고, 이날 4회 결승 홈런을 터뜨렸다.

밀워키는 이제 NLCS로 간다(사진=밀워키 브루어스 SNS)
밀워키는 이제 NLCS로 간다(사진=밀워키 브루어스 SNS)

밀워키는 14일 홈에서 열리는 NLCS 1차전에서 다저스와 맞붙는다. 밀워키는 1982년 아메리칸리그 소속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이후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2018년에도 NLCS 7차전 홈에서 다저스에게 패하며 좌절했다. 이번엔 다저스 상대로 갚아줄 기회다.

다저스는 필라델피아를 4경기 만에 꺾고 먼저 올라왔다. ESPN 벳 스포츠북은 다저스를 시리즈 우승 확률 배당 -210으로 압도적인 우승 후보로 점쳤다. 하지만 밀워키는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다저스를 상대로 6전 전승을 거둔 천적이다. '악의 제국'을 무너뜨리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팀이다.

ESPN의 데이비드 쇼엔필드 기자는 "밀워키는 여러 방식으로 이길 수 있다. 불펜 뎁스와 투수 다양성이 다저스를 상대로 위협이 될 것"이라며 "파워까지 발휘한다면 1982년 이후 첫 월드시리즈에 진출할 기회가 있다"고 내다봤다.

스몰마켓 팀 밀워키의 돌풍이 부자구단 다저스를 상대로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다윗이 골리앗을 넘어뜨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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