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겔 로하스(사진=스포팅 트리뷴 유튜브)
미겔 로하스(사진=스포팅 트리뷴 유튜브)

 

[스포츠춘추]

LA 다저스의 베테랑 유틸리티 미겔 로하스가 내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뜻을 밝혔다. 여전히 경쟁력 있는 선수의 은퇴 결정에 팀 동료들과 현지 팬들도 놀라는 분위기다. 다저스 팬들에게는 아쉬운 소식이지만, 김혜성에게는 더 많은 기회가 열릴 수 있다.

로하스는 9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라델피아와의 디비전시리즈(NLDS) 4차전 2대1 승리 직후 다저스 네이션의 더그 맥케인 기자에게 "나는 36살이다. 다저스에서 4년 동안 내가 가진 모든 걸 쏟아부었다"며 "여기서 내 커리어를 마무리하고 싶다. 내년 후 은퇴할 거니까"라고 밝혔다.

로하스의 은퇴 선언이 의외인 이유는 여전히 충분히 뛸 수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6경기 중 5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0.375(8타수 3안타)를 기록했다. 신시내티와의 와일드카드 시리즈 최종전에서는 2루 선발로, 필라델피아와의 디비전시리즈 2차전에서는 3루를 지켰다.

올 시즌 정규시즌에서도 11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2, 출루율 0.318, 장타율 0.397을 기록했다. 2루수로 43경기, 3루수로 20경기, 유격수로 10경기를 소화하며 내야 전 포지션을 커버했다. 장타력은 없지만 여전히 안정적인 컨택과 훌륭한 수비, 그리고 친화력과 열정으로 더그아웃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다.

MLBTR은 "다저스가 로하스를 500만 달러(약 70억원) 수준의 또 다른 계약으로 데려오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며 "다른 팀에서도 준레귤러 유틸리티 역할을 찾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저스가 아니어도 메이저리그 어디서든 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미겔 로하스(사진=MLB.com 방송화면)
미겔 로하스(사진=MLB.com 방송화면)

로하스는 2014년 다저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데뷔 2주 만인 2014년 6월 18일 클레이튼 커쇼의 단 한 번뿐인 노히터 경기에서 3루를 지키며 수비 명장면으로 노히터를 지켜낸 주인공이다. 당시 수비 스페셜리스트였던 그는 화려함보다는 실속으로 자리를 굳혔다.

이듬해 마이애미 말린스로 트레이드된 그는 8시즌을 보내며 대부분 선발 유격수로 뛰었다. 2022-23 오프시즌 다시 다저스로 돌아와 즉시 2024시즌 연장 계약을 맺었고, 다저스는 2025년 클럽 옵션을 포함시켰다. 지난해 타율 0.283, 출루율 0.337, 장타율 0.410을 기록하며 월드시리즈 우승에 기여한 뒤 다저스는 500만 달러 옵션을 행사했다.

NBC 로스앤젤레스의 마이클 두아르테 기자는 "샴페인이 튀고 음악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로하스는 더 조용한 종류의 헤드라인을 전했다. 동료들조차 놀라게 한 발표였다"며 "베네수엘라 출신 유틸리티맨은 화려함이 아닌 실속으로 커리어를 쌓아왔다"고 평가했다.

로하스는 MLB 통산 13시즌째를 맞게 되며 11년 이상의 서비스 타임을 쌓았다. FA를 앞둔 로하스는 자신이 원하는 타이밍에,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팀에서 떠나고 싶어 한다. 여전히 뛸 수 있지만,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떠나겠다는 베테랑의 결정이다.

로하스의 은퇴는 김혜성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36세 노장이지만 로하스는 올 시즌 김혜성보다 더 많은 경기에 출전했다. 김혜성이 71경기에 나선 반면, 로하스는 114경기에 출전했다. 특히 시즌 후반과 포스트시즌에서는 김혜성을 제치고 주전으로 활약했다.

두 선수는 다저스에서 비슷한 역할을 맡고 있다. 2루와 3루, 유격수를 오가며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는 유틸리티 자원이다. 김혜성은 올 시즌 2루수로 45경기, 유격수로 11경기, 중견수로도 17경기를 뛰며 다재다능함을 보여줬다. 빅리그 첫 시즌치고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중요한 시즌 막판과 포스트시즌에선 벤치를 지키고 있다.

김혜성은 올 시즌을 앞두고 다저스와 3+2년 최대 2200만 달러(약 308억원) 계약을 맺었다. 최소 2년의 계약 기간이 더 남은 만큼, 로하스가 내년 시즌을 마치고 은퇴하면 비슷한 역할을 맡고 있는 김혜성에게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다저스 동료들과 팬들에게는 아쉽지만, 김혜성에게는 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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