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대구]
"후라도야 / 라이온즈를 / 도와도"
TBC 김용국 해설위원의 '후라도' 삼행시를 들은 걸까. 삼성 라이온즈 에이스 아리엘 후라도가 환상적인 피칭으로 응답했다. 후라도는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 상대 2025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7이닝 무실점 호투로 팀의 5대 2 승리를 이끌었다. 앞선 포스트시즌 2경기 부진을 끝내고 에이스의 자존심을 세웠다.
후라도는 초반부터 SSG 타선을 압도했다. 1회 박성한을 9구 승부 끝에 땅볼로 처리했고, 기예르모 에레디아와 최정을 연달아 삼진으로 잡아내며 세 타자 만에 이닝을 끝냈다. 2회 고명준에게 볼넷을 허용했지만 삼진 하나와 뜬공 두 개로 깔끔하게 정리했고, 3회도 삼진-삼진-뜬공으로 상대를 잠재웠다.
4회에도 중심타자 에레디아와 최정을 연달아 삼진으로 제압하며 2사까지 몰아붙였다. 후속타자 한유섬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줬지만, 고명준을 땅볼로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4회까지 안타 하나 맞지 않고 완벽한 구위를 뽐낸 후라도다.
5회 1사 이후 김성욱에게 이날 첫 안타를 내주며 노히트가 깨졌지만, 추가 피해 없이 마무리했다. 6회 선두타자 박성한을 상대로는 무려 10구 승부 끝에 삼진을 뽑아냈다. 후속타자 에레디아를 내야안타로 내보냈지만, 최정의 타구가 협살 끝에 병살로 처리되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후라도는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왔다. 한유섬과 고명준을 땅볼로 처리하는 데는 각각 공 세 개로 충분했다. 2사후 최지훈이 2루수 류지혁의 실책으로 출루하면서 2차전 끝내기 홈런을 맞았던 김성욱과 재대결. 긴장되는 순간이었지만, 이번에는 결과가 달랐다. 후라도는 2구 만에 김성욱을 유격수 땅볼로 잡고 7회를 자신의 힘으로 마무리했다.
이날 후라도는 공 102개를 던지며 삼진 9개를 뽑아내는 강력한 투구로 SSG 타선을 봉쇄했다. 삼성이 2대 0으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온 후라도는 8회 불펜진이 동점을 허용하며 포스트시즌 첫 승 기회를 날렸다. 하지만 8회말 터진 르윈 디아즈와 이재현의 연속 타자 홈런에 힘입어 삼성이 5대 2로 승리하면서 활짝 웃을 수 있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이날 경기 전 "후라도가 정규시즌에서 7이닝 이상을 자주 소화해줬다"며 "이번에는 6이닝만 완벽하게 막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 감독의 기대를 뛰어넘어 후라도는 7이닝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지난 와일드카드 1차전 패전과 준PO 2차전 9회 끝내기 패배의 아픔을 씻고, 리그 최고 선발다운 면모로 팀을 플레이오프 무대로 이끌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후라도는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해서 기쁘다. 선수들 모두 각자 좋은 역할을 해줘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며 "이런 식으로 좋은 경기력이 지속된다면 올해 좋은 결과를 볼 수 있을 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포스트시즌 2경기에서 고전했던 후라도는 이날 무엇이 달라졌을까. 후라도는 "실수한 부분들을 최대한 빨리 고치려 노력했다. 분석과 영상을 보면서 공부해서 결과가 좋았다"며 "범타를 잘 잡고 삼진도 잘 뽑아서 7이닝을 길게 던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후라도는 SSG 선발 김광현과 팽팽한 투수전을 벌였다. 김광현은 5이닝 1실점으로 버텨내며 에이스다운 면모를 보였다. 후라도는 "어려운 경기였다. 매 이닝 매 투구에 최선을 다하려 했다. 점수 차가 가급적 많이 나지 않게 하고, 점수를 안 주면 이길 확률이 높아질 거라 생각하며 집중했다"고 밝혔다.
7회 2사 후 류지혁의 에러로 맞이한 위기 상황에 대해 후라도는 "투수코치가 올라와서 실책 다음에 발생할 수 있는 과열을 진정시켰다. 에러는 늘 경기 중에 있을 수 있으니 괜찮게 생각했다. 투구 두 개로 잘 잡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후라도는 이닝 종료 후 교체된 류지혁을 다독이며 위로하는 성숙함도 보여줬다.
이제 후라도는 플레이오프에서 2위 한화 이글스를 상대한다. 한화에서 가장 까다로운 상대를 묻는 질문에 그는 "어려운 질문인데, 아무래도 코디 폰세이지 않을까. 폰세를 상대로 던지는 것 자체가 힘든 싸움"이라며 "한화 팀 자체도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집중해서 상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후라도의 진짜 가을야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