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춘추]
9차례 올스타에 오른 러셀 웨스트브룩이 '킹' 르브론 제임스와 함께 뛰지 못한 이유를 털어놓았다. 르브론의 가식적인 태도가 견딜 수 없었다는 것이다. 언론 앞에선 완벽한 리더인 척 연기하지만, 뒤에선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게 웨스트브룩의 주장이다.
21일(한국시간) 미국 스포츠-엔터테인먼트 매체 더 링거는 NBA 전문 기자 야론 와이츠먼의 신간 '할리우드 엔딩: 르브론 레이커스의 꿈과 드라마'의 일부를 공개했다. 책은 르브론의 LA 레이커스 시대를 다루는데, 2021년부터 2023년까지 18개월간 함께 뛴 웨스트브룩과의 관계도 주요 소재 중 하나다.
와이츠먼 기자는 웨스트브룩이 제임스의 '가짜' 같은 태도에 점점 지쳐갔다고 썼다. 웨스트브룩이 보기에 그게 바로 르브론의 본모습이었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웨스트브룩의 레이커스 시절이 실패로 끝난 건 비밀이 아니다. 2021년 워싱턴 위저즈에서 영입됐을 때, 베테랑 웨스트브룩은 NBA 파이널 복귀를 노리는 레이커스의 마지막 퍼즐로 여겨졌다. 하지만 실험은 18개월 만에 끝났다. 웨스트브룩은 유타 재즈로 트레이드됐다.
와이츠먼 기자에 따르면 웨스트브룩과 제임스의 관계는 처음엔 좋았지만 빠르게 금이 갔다. 2021-22시즌 웨스트브룩과 레이커스 전체가 참담한 성적을 낸 뒤, 다음 시즌 초반에도 코트 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전 시즌과 마찬가지로 웨스트브룩이 부진의 책임을 떠안아야 했다.
르브론은 언론 앞에서는 동료를 옹호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웨스트브룩에겐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르브론이 경기 후 언론 인터뷰에서 반복해서 던진 "러스답게 하게 두자(Let Russ be Russ)"는 말이 웨스트브룩을 괴롭혔다. 겉으로 하는 말과 뒤에서 받는 대우가 달랐기 때문이다.
"아무도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른다고 생각한다"고 웨스트브룩은 2021년 기자들에게 말했다. "사람들은 그냥 말로만 하는 거다." 2021-22시즌이 끝난 뒤 그 표현에 대해 다시 질문을 받았을 때 대답은 더 직설적이었다. "그건 진심이 아니었다. 솔직해지자."
실제로 르브론의 말은 가식이었다. 와이츠먼 기자는 "르브론은 인터뷰에서 종종 '러스답게 하게 두자'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뒤에서 그를 지원하지 않았다"고 썼다. 보도에 따르면 제임스는 당시 카이리 어빙과의 재결합을 밀어붙였다. 이는 웨스트브룩을 트레이드해야 하는 움직임이었지만, 제임스는 공개적으로 이를 부인했다.

웨스트브룩의 불만은 2022-23시즌 초반 폭발 지점에 이르렀다. LA는 개막 3연패를 당했고, 팀은 영상 분석 회의를 위해 모였다. 롭 펠린카 단장은 배우 윌 스미스가 특별 게스트로 연습장을 방문한다고 팀에 알렸다. 회의가 끝나면 펠린카가 스미스를 데려와 선수들과 만나게 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르브론이 "너희가 해"라고 말하고는 뒷문으로 나가버렸다고 한다. 앤서니 데이비스도 곧바로 그를 따라 나갔다. 팀원들은 당황했고, 웨스트브룩은 우리도 다 나가는 거냐고 물었다. 가드 패트릭 베벌리가 나머지는 남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웨스트브룩과 말다툼을 벌였다. 웨스트브룩은 왜 데이비스와 르브론만 면제되느냐고 따졌다. 다빈 햄 감독이 결국 방을 나갔다가 르브론과 데이비스를 데리고 돌아왔다.
막상 윌 스미스가 도착하자 상황은 반전됐다. 아까 그렇게 귀찮아하던 르브론이 배우의 새 영화에 대해 수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마치 처음부터 만나고 싶어했던 것처럼. 배우의 방문은 레이커스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라온 사진으로 기록됐는데, 사진 속 르브론은 환하게 웃고 있지만 웨스트브룩은 웃지 않았다.
"난 저런 가짜 같은 짓이 정말 싫다"고 웨스트브룩은 나중에 팀 동료에게 말했다고 와이츠먼 기자는 전했다. "난 그냥 못 하겠더라." 르브론의 이중적인 태도를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는 뜻이다.
웨스트브룩은 불과 4개월 뒤인 2023년 2월 유타 재즈로 트레이드됐고, 격동의 레이커스 시절을 마감했다. 그와 르브론의 관계는 회복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웨스트브룩은 2025년 5월 인터뷰에서 이를 인정했다.
사실 코트 위에서도 둘의 조합은 어울리지 않았다. 웨스트브룩과 제임스의 플레이 스타일은 근본적으로 맞지 않았다. 둘 다 볼 소유 시간이 긴 유형의 선수다. 르브론과 함께 뛰려면, 특히 가드나 포워드라면, 효과적인 슈팅 능력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그게 바로 웨스트브룩의 약점이었고, LA에서 특히 문제가 됐다.
웨스트브룩은 레이커스에서 보낸 두 시즌 모두 3점 슛 성공률이 30%도 안 됐고, 필드골 성공률도 44%에 도달하기 어려웠다. 여기에 두 선수 모두 턴오버가 많다는 점까지 겹쳤다. 이 조합이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 설명이 필요 없다.
36세인 웨스트브룩은 여전히 쓸 만한 선수지만, 그의 경기력은 레이커스 시절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수개월간 자유계약선수로 지내다 지난주 새크라멘토 킹스와 계약을 맺었다. 한편 르브론은 기록적인 23번째 시즌을 준비하고 있으며 12월에 41세가 된다. 여전히 리그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지만, 이번 폭로로 그의 이미지엔 또 하나의 흠집이 생겼다.
